얼굴 있는 생산자·마음 알아주는 소비자 함께 하는 ‘언니네 텃밭’

     
여성농업인, 경제적 자립·사회적 지위 인정받아

소비자, 안전한 제철 먹거리로 건강한 밥상차려



수입개방화에 따라 농산물시장도 개방되며 농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소농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며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또한 세계를 넘나드는 정체불명의 얼굴 없는 먹거리 탓에 우리 밥상은 항상 불안하다.

이에 최근 농촌에서는 대안책으로 로컬푸드(Local Food)와 함께 ‘꾸러미 사업’을 진행하며 농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농업인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좋은 제철 농산물로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꾸러미 사업을 최초로 시행한 ‘언니네 텃밭’은 소농을 중심으로 안전한 먹거리 생산과 식량주권 실현을 위해 소비자와 교류하며 얼굴 있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 농촌 살리고, 건강한 밥상 차린다

언니네 텃밭은 2009년 식량주권 지키기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에서 시작했다.
전여농은 국제연대 사업을 시작하며 식량위기에 대한 관심을 갖고 토종씨앗 지키기, 식량주권 실현 등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이와 함께 2007년 전국여성연대와 만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하는 장터교육을 전개하며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언니네 텃밭’은 이런 고민들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탄생하게 됐다. 즉,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방안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윤정원 사무장은 “농업인도 주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품목을 지을지, 어떤 방식으로 짓고, 누구에게 공급할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소비자는 내가 먹고 있는 농산물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 권리가 있어요. 이런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소비자가 공동체를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특히 밥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 ‘여성’이기에 전여농에게 제격인 사업이었어요.”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식량주권 문제를 고민하던 언니네 텃밭은 2009년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로 채택되며 출범하게 됐다.

■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

사업을 시작한지 3년째 접어든 언니네 텃밭은 강원도 횡성·홍천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15개의 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다.
각각의 공동체는 서울·경기를 비롯해 공동체 근교 도시 소비자 회원들에게 일주일에 한번 건강한 꾸러미를 보내고 있다. 언니네 텃밭에 가입한 소비자 회원이 텃밭 농사를 지원하는 회비 10만원(1회 2만 5천원)을 다달이 미리 내면 생산자 회원인 여성 농업인이 생산물을 매주 또는 격주로 보내주는 것이다.
꾸러미 안에는 두부와 유정란을 기본으로 나머지는 제철에 나오는 싱싱한 채소들과 전통 간식 등이 담겨진다. 때마다 생산자들이 무엇을 준비하는지에 따라 꾸러미 내용이 달라진다.

윤 사무장은 “꾸러미의 재밌는 점은 무엇이 담겨 갈지 모른다는 것이에요. 농산물이 공산품이 아니기에 기계로 찍어낸 듯 시간에 맞춰 생산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때그때 수확 가능한 농산물을 꾸러미 안에 담아 보내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생산자들이 주는 대로 먹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점이 몇몇 소비자들에게는 불편한 사항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접해보지 않은 색다른 농산물을 맛볼 수 있어 재밌어하세요.”라며 ‘복불복’ 꾸러미의 매력을 설명했다.
또한 꾸러미와 함께 ‘꾸러미 편지’를 함께 보내며 소비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이 편지는 공동체 상황을 일상적으로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

■ 여성농업인, “농사짓는 것이 재밌어요”

언니네 텃밭에 참여하는 생산자, 즉 여성농업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꾸러미를 보낸다는 것이 생각보다는 큰일이다. 또한 생산자 공동체는 수시로 모여서 회의와 교육을 받고 있으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여성농업인들은 즐겁기만 하다. 어느 여성농업인은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이렇게 즐겁게 농사를 지어본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는 여성의 노동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언니네 텃밭을 통해 여성농업인은 크진 않지만 매달 고정적인 수입이 생긴다. 남편의 통장이 아닌 본인의 통장으로 차곡차곡 돈이 쌓이는 것을 보면 농사짓는 것이 절로 힘이 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값진 것은 소비자의 반응이다. 꾸러미를 받아본 소비자들의 요구와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기 때문에  농사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게 된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게시판과 전화를 통해 “친정에서 보내주는 선물 같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싱싱한 먹거리를 매주 받게 돼 기쁘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 사무장은 “농사를 지었는데 그걸 어떤 누군가가 먹지 않으면 의미 없는 것이라 생각해요. 소비자도 함께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에는 ‘시장’이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거리감을 조성해 관계가 멀어졌다면, 언니네 텃밭을 통해 다시 회복하게 되면서 여성농업인들이 몸소 실감하고 있어요.”라며 언니네 텃밭이 여성농업인들에게 주는 삶의 활력에 대해 설명했다.

공동체를 넘어 협동조합으로

언니네 텃밭은 기존의 단순한 공동체를 넘어 협동조합 형식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언니네 텃밭 꾸러미 사업이 미처 하지 못한 식량주권 활동을 하며 내실을 다질 예정이다.
또한 주기적인 소비자·생산자 교육을 통해 언니네 텃밭 꾸러미 사업의 중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홈페이지 : www.we-tutbat.org
전화 : 02-582-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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