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분야>
 1. 여건변화와 연구개발
 2. 농업 기초연구 부문

 3. 농업생명공학 분야

 4. 식량작물 분야
 5. 원예특작 분야
 6. 축산 분야
 7. 농업기술실용화 부문
 8. 국제농업기술협력 분야
 9. 성과와 과제 Ⅰ
10. 성과와 과제 Ⅱ

농업발전의 주요한 축으로 작용해온 연구개발(R&D) 부문을 잡도리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정책도, 쏟아 넣는 예산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노동집약적인 우리 농업이 자본집약의 여타 산업이나 농업강국의 농산업과 그나마 맞서고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짧은 기간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농업기술이 든든하게 자리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녹색혁명, 백색혁명 같은 농업혁명의 산실은 바로 연구와 개발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농업발전 역사가 연구개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 시장개방, 곡물위기, 기반위축, 경제파탄을 우려하는 백척간두의 한국농업이 속수무책 당하고 주저앉은 것인가, 이왕의 새 틀 논의와 다짐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전하고 도약의 기회를 노릴 것인가. 갈림길이라면 갈림길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농업인신문과 여성농업인신문은 경험적으로 농업발전의 주요축이 돼왔으며 향후 새로운 틀을 짜고 성장을 견인해낼 수 있을 농업 연구개발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특히 농업 연구개발의 대표기관인 농촌진흥청의 최근 성과를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향후 10년 이상 농업현장에서 각광받을 기술들을 소개하는 한편 보완과제 제시를 통해 농진청의 분발을 촉구할 계획이다.

 기초기반연구 중심지 농업과학원

농촌진흥청(청장 박현출)은 지난 4년간 농산업 경쟁력 향상과 수출농업 확산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수행해왔다. 최고품질 벼 품종으로 꼽히는 ‘하이아미’, 까락이 없는 청보리 ‘유호’를 개발했으며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한 딸기 ‘설홍’과 ‘매향’, 수출용 백합 ‘백마’ 등 국내산 신품종을 개발, 보급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선정하는 ‘국가 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농촌진흥청 개발기술이 5년 연속 최상위에 선정되는 쾌거를 일궈냈다. 2006년과 2007년 각각 2, 3건이 선정된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과 이듬해에는 7건씩 뽑혔다. 2010년, 2011년에는 농촌진흥청 연구개발 성과 중 11건, 10건이 각각 선정되면서 한국 첨단과학기관의 간판이랄 수 있는 카이스트(KAIST)를 앞서거나 공동선두에 섰다.

지난해 국가 연구개발 100선에 뽑힌 농촌진흥청의 성과 10건은 △원천기술의 의한 바이오 의약품 및 녹색형광실크 생산 형질전환누에 개발 △첨단기법을 이용한 엽채류의 식중독균 저감법 개발 △식물에서 석유대체 산업원료 생산기술 개발 △설갱벼를 이용한 무병장수 전통주 개발 △기후변화대비 병과 재해에 강한 콩 신품종 개발 △동애등에를 이용한 친환경 음식물쓰레기 처리 및 자원화 △지열과 엘이디(LED)를 이용한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양계기술 개발 △동물 복지형 수유로봇, 송아지 유모(U-Mo) 상용화 △농작업재해 예방관리체계 구축 △개체모형을 이용한 한우 유전능력 평가기술 개발과 활용이다.

농촌진흥청 산하기관 중에서 국립농업과학원(원장 라승용)의 비중은 자못 크다. 2010년 100선에 11건이 선정됐을 때 6건, 2011년 10건 중 5건이 농업과학원의 연구개발 성과다. 2012년 현재 농촌진흥청 1857명의 직원 중 연구·지도직 368명을 포함해 513명이 농업과학원에 근무한다는 점이나 올해 농촌진흥청 연구예산 1750억 원 중 414억 원(23.7퍼센트)을 쓴다는 점을 고려해도 농업과학원의 생명해양, 에너지환경, 기계소재와 기초인프라 등 기초연구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기초연구성과, 실용기술로 이어져

농업기초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971년 다수확품종인 통일벼 개발로 시작된 ‘녹색혁명’은 1977년 쌀 자급 달성으로 완수됐으며, 1980년대 비닐하우스 농법은 사계절 국민 식탁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공급함으로서 ‘백색혁명’이란 이름을 달았다. 고품질, 고부가가치 농산물과 식품 개발을 거쳐 21세기에는 농산물을 이용한 식품의약소재 개발 같은 바이오산업 시대를 개척해가고 있다. 그만큼 농업 연구개발, 특히 기초기반연구는 ‘미래’와 직결돼 있는 것이다.

(지난 4년여 동안의 농업 기초기반연구 핵심성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차후에 농업 연구개발의 발전방향을 다룰 때 기초기반연구 분야의 현황과 과제를 따로 짚어볼 계획이다. 아울러 농업 기초기반연구의 중심축이 되고 있는 농업과학원의 농업공학 부문, 농식품 부문, 농업유전자원 부문 연구개발의 주요성과는 농업생명공학 분야와 함께 다룬다.)

▲ 농업환경 부문
= <흙토람>을 이용한 전국 농경지의 토양·양분 관리체계 완성은 환경부문 대표성과로 꼽힌다. 과학영농을 위해 1964년 이래 토양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 구축한 토양정보시스템 <흙토람>은 토양전자지도 50종, 작물별 재배적지지도 61작물, 비료사용량 추천처방정보 109작물 등의 주요정보를 구비해 제공하고 있다.
농촌어메니티자원 26만8000건의 정보기반을 구축하고 <농촌어메니티 100선>을 발간하는 등 농촌자원 발굴과 활용기술 개발도 주목받는다.

▲ 농업생물 부문=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인공고막 소재 개발은 양잠산업의 ‘새 틀’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농업과학원이 개발한 이 소재는 시술이 쉽고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고막재생이 탁월하다는 평이다. 인공고막 시장은 국내 30억 원 규모이며 세계시장은 2500억 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봉독(벌침)을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 소재 개발, 벌꿀의 순도를 측정하는 혼입화분분석법 개발, 동애등에를 이용한 친환경 음식물쓰레기 처리와 자원화 기술도 농업생물 부문 연구의 주요성과로 꼽힌다.

▲ 농산물안전성 부문
= 올리고칩을 이용한 식물바이러스 진단시스템 개발을 꼽을 수 있다. 이 진단시스템은 식물바이러스 538종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종 바이러스 탐색도 가능하다.
채소 썩음 병균만을 골라 죽이는 카로신 디(D)와 박테리오파지 선발을 통한 채소썩음병 방제기술과 함께 피엔에이(PNA)칩을 이용한 농산물 식중독균 진단기술 개발도 안전성 연구의 주요성과로 꼽힌다. 이 진단기술은 신선 농산물에 오염이 가능한 오일오칠(O-157), 살모넬라, 황색포도상구균, 바실러스 등 식중독균 6종을 동시에 검출할 수 있다.



인터뷰 -라승용 농업과학원장


“농업연구는 미래 위한 투자…

  융합연구 확대 필요”



농업 기초기반연구와 응용기술 연구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국립농업과학원의 라승용 원장. 그는 농업 기초연구가 당장의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농업선진국의 경우 예산과 연구인력 측면에서 축소보다는 확대 추세를 보이는 것도 농업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각국 정부나 국민들이 각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라 원장은 “농업분야 연구개발은 대단히 중요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농업과학원의 연구개발 발전방향에 대해서는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종자, 곤충, 미생물, 산업육성 지원과 바이오, 식품산업 등의 융합연구 확대”를 강조했다.

농업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다니는 것으로 안다.
= 농업은 식량안보산업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바이오시대를 맞아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가 물리학, 화학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바이오시대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시대에 차세대 주요 산업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농업분야라는 점에서 농업은 국가적 차원의 차세대 ‘먹을거리’의 근원인 셈이다.
농업분야에서 연구개발은 대단히 중요하다.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농업계에서만 주장할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연구개발 선진화시스템 구축, 기후변화와 식량위기에 대응한 농업연구 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농업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농업기술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농업 기초기반연구는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마땅하다. 농업뿐 아니라 국가전체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농업 기초연구를 책임지고 있는 농업과학원의 연구개발 방향은?
= 에프티에이(FTA) 대응 차원에서 품목별 우수품종, 상품성 향상, 비용절감 및 시설현대화 지원기술 개발로 소비와 수출 경쟁력 제고 지원이 중요하다. 고추 등 채소 비가림 재배시설, 온실자동화 및 에너지 절감 시설, 축산시설 자동화 같이 생산성과 품질 향상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농업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가뭄, 한파, 돌발 병해충 증가에 대응한 안정적인 생산기술 개발과 함께 새로운 국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농업부문 영향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농업 기초연구 방향설정 차원에서 복합, 융합연구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종자, 곤충, 미생물, 산업육성지원, 바이오, 식품산업 등 기초기반과 실용분야를 넘나드는 융합연구를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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