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낌새만 보여도 잽싸게 막고, 곤두박질엔 모르쇠


MB정부, 시장개방 무책임속 유일한 개입 정책 ‘가격책임제’
시장경제 ‘경쟁력’ 이유로 농업예산 매년 삭감
기업농 ‘돈줄’에 중소농 폐업 확산…다원적기능까지 ‘무시’

글 싣는 순서
1. 기업농과 중소농 ‘맞트레이드’
2. FTA 허브국가, 농업을 밀다
3. 선진농업 장막 ‘시장경제’
4. 협동조합에 길을 묻다

  경쟁력 제고 위한 시장경제…“가격은 통제”


“농산물 시장의 질서교란 행위에 대해 정부가 과감한 규제와 대처를 하는 것이 최근 선진국 추세이다. 시장경제 일변도 정책에 따른 피해나 비효율이 있다면 정부가 시정해야 한다.”-(김재수 aT센터 사장. 2012년7월 언론기고에서)

MB정부는 말년에 이르러 농업분야 시장경제를 규제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간 사력을 다해 추진했던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시장개방 정책과 사뭇 달라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선진농업의 장점을 이상한 곳에 대입시킨, ‘흉물’이다. 국내 농업의 원리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객들의 불장난에 초가삼간을 태운 격이다.

가격과 상품성에 초점을 맞춘 경쟁력 제고, 효율성 극대화 농정을 목표로 MB농정은 충실하게 시장경제주의를 지향했다. 오로지 정부가 관여한 것은, 비효율적 유통구조를 이유로 내세운 ‘가격 통제’다. 특히 농산물의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할수없이 정부가 나서서 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해왔다.

결과는 참혹했다. 2010년 이후 3년 동안 벼농사가 흉작이었고, 곡물자급률도 20%대를 간당간당할 정도로 급속 하락 중이다. 이런데도 쌀값은 10년전과 똑같다. 이같은 상황은 모든 농산물에 예외없이 적용됐고, 농가 농업소득은 2011년 875만3천원으로 2006년 1천209만2천원보다 한참 줄었다.

반면 2011년 해외에서 연간 2만달러(당시 2천400만원정도) 이상 쓴 신용카드 사용자가 6만4천여명으로 전년보다 17%나 증가했다. 상위 1% 소득도 1억8천79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77%나 뛰었다. 시장경제원리를 충실히 따른 결과다.
애초에 시장경제를 내세울 때부터 농업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어떤 상황이 연출되더라도 농가들은 경영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농산물 가격통제를 시행할 수 있었단 분석이다.




“지원 줄여 독립심 키워야”

MB농정의 시장경제론은 매년 예산을 삭감하는 논리로 작용했다. 국내 농업이 시장경제에 뛰어들어 살아남기 위해서는 ‘퍼주기’식의 무조건적인 지원정책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선진농업국들의 공통점은 보조금 등의 지원정책을 없애고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수출산업으로 키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뉴질랜드와 네덜란드, 미국, 프랑스 등의 농업정책을 예로 들며 예산 삭감을 감행했다.
실제 MB농정에서 국가 총예산 중 농업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었다. 특히 2013년 내년도 농어업분야 예산은 전체 예산 342조원의 5.4%인 18조3천466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측은 지난해보다 1.2% 늘린 책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농업·농촌부문만 따지면 0.7% 줄어든 배정이다. 더구나 지난해 쏟아 부은 4대강 사업비 1조1천억의 경우, 예산편성 때엔 농업부문 예산으로 껴 넣고 예산이 늘었다고 호도했었다. 4대강사업으로 분류할 경우 올해 예산도 전년보다 5천억이 줄어든 규모다.

참여정부 말기인 지난 2007년 농업부문 예산은 12조1천300억이었다. 5년이 지난 MB정부 말기인 올 예산은 14조3천억규모(4대강사업비 제외)로, 국가 전체 예산이 239조에서 342조로 50% 가까이 늘어날 때 농업예산 비중은 5%에서 4.1%로 줄었다.

이같은 예산삭감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논 2010~2014년 국가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 국가 전체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이 4.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농림수산식품관련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0.5%에 그칠 전망이다. 전체 예산 증가율을 감안하면 농업분야 ‘제자리걸음 예산’은 장기적으로 더욱 격차를 벌일 것이란 진단이다. 이 또한 비교우위에 입각한 시장경제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소농이 무슨 죄 길래…”

농기업 육성정책에 편중했던 MB정부는 중소가족농을 철저히 외면하고, 정리에 열 올렸다. 최근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연구소가 농민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농삿일에 불만족하다면 그 이유는?’이란 질문에 35.8%가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장래가 불안하다’라고 답했다.
이외에 ‘노력에 비해 보수가 낮다’(23.4%), ‘타 분야에 비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23.4%)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14.2%)순으로 응답했다. 농민들 얘기는 “중소농이기 때문에 시장경제정책에 못 따라 가겠고, 정부도 못 믿겠다”는 결론이다.

현 정권의 농정 실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중소가족농을 무시하고 무조건 시장개방에 나선 것이다. MB정부의 농어업선진화 방안을 살펴보면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 일색이다. 말그대로 농기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정책들이고, 중소가족농 또는 영세농들은 폐업을 유도해왔다.

첫 단추부터 잘못된 것이다. 국내 농업의 근간이자 전체 농민의 95%가 중소가족농이란 점을 간과한 것이 문제다. 여기에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생각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점을 빼놓고 농업정책을 논한 것이다.

지금처럼 각국의 농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상황에서 자생력이 취약한 국내 농업을 경제적 교역적 가치로만 접근했다. 농업을 시장에 맡겨 놓을 수 없는 유일한 이유를 가격 통제에만 존재한다고 믿은 게 현 정부다.

농학계 한 전문가는 “규모화·조직화를 목적으로 한 정부의 각종 유통 지원 사업이 시·군유통회사, 품목별 대표조직, 대규모 농업회사 설립, 법인화 등으로 난립돼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 농촌의 핵심인 중소농가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서는 현 농정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식량의 중요성과 농업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농업보호, 육성정책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중소가족농의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은 농업개혁의 수단이자 목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