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삼겹살 등 구이용 부위에 편중된 수요 탓에 뒷다리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비선호 부위라 매년 재고 물량이 늘고 있죠. 생햄은 비선호 부위인 뒷다리를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에 농가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소비가 부진한 돼지 뒷다리를 이용, 발효생햄을 제조해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는 농가가 있어 화제다. 바로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 위치한 솔마당(대표 오인숙)이 그 주인공이다.
오인숙 대표는 2008년 12월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다산육종, (유)솔마당과 함께 ‘돼지 뒷다리를 이용한 발효 생햄 만들기’ 연구과제를 시작으로 <지리산생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하몽(Jamon)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발효생햄은 스페인 전통음식으로 돼지 뒷다리로 만든 고급 발효생햄이다.

생햄은 2년을 기다린 후에야 맛볼 수 있는 귀한 햄으로 만드는 과정 또한 쉽지 않다.
돼지 뒷다리를 손질한 후 소금에 절이고 한 달 동안 냉장보관한 뒤 소금기를 없애기 위해 세척 후 습기를 닦고 건조시킨다. 그리고 2년 간 건조·발효가 잘 일어나도록 관리해주면 발효생햄이 완성되는데  장기간 발효, 건조해야 하는 만큼 해충의 피해로 30%는 폐기 처분이 된다.

“발효생햄은 습도, 온도가 잘 맞아야 하고 해충의 피해로부터 관리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여간 손이 가는 작업이 아닐 수 없어요. 요즘 ‘스토리텔링’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발효생햄이야 말로 스토리텔링이죠. 2년 동안 발효시키면서 겪는 상황,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2년에 걸쳐 만들어진 발효생햄은 겉은 하얗게 곰팡이가 피어 있지만 속을 잘라보면 빨갛고 촉촉한 속살을 드러낸다. 짭조름한 발효생햄은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가 돼 와인과 곁들여 먹거나 빵, 과일과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돼지 뒷다리는 돼지 몸무게의 30%나 되지만 잘 먹지 않는 부위여서 가격은 삼겹살의 3분의1수준밖에 되지 않아요. 이런 부위를 가지고 발효생햄과 같은 고급 육제품을 만들 경우 1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죠.”

다른 농가와 지자체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몇 해 전 발효생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솔마당만이 유럽의 하몽 맛에 근접하다는 평을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오 대표는 발효생햄의 가장 큰 특징으로 버크샤흑돈의 종돈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꼽았다. 발효생햄에 가장 알맞은 품종이 버크샤흑돈인데 오 대표는 자체 종돈장을 가지고 있어 순종을 계속 생산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품종이 일정하게 유지되니 맛 또한 고르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
또 발효생햄은 지리산 속 해발 500고지에서 긴 시간을 통해 숙성하고 발효하기 때문에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특히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은 우리 돼지로, 우리 자연환경에서, 우리 미생물로 가공한다는 점이다. 우리 몸에는 우리의 것이 가장 잘 맞는다는 말이 있듯이 수입식품을 섭취하는 것보다 우리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우리 몸에 더 좋은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다만 발효생햄에 대한 인식이 적어 소비층이 적고 국내산 발효생햄에 대한 홍보도 덜 이뤄져 판로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오 대표가 발효생햄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으로 매년 꾸준히 생산기술을 상승시켜 최고의 발효생햄을 생산하고, 홍보한 결과 소비층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생햄을 생산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바뀌고 대중화되고 있는 것을 느껴요. 하지만 아직 일반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지는 않죠. 그러나 한번 먹어본 사람은 중독성 강한 발효생햄 맛에 이끌려 반드시 다시 찾고 있어 앞으로 발효생햄의 시장은 밝다고 봅니다.”
오 대표가 만든 발효생햄 <지리산생햄>이 우리나라를 소비시장 확대를 넘어 유럽으로 역수출하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주소 : 전북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 401
문의전화 : 018-452-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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