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365일…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2012년은 여성계와 여성농업계에도 힘든 한 해였다. 100년 만의 가뭄과 연이어진 3개의 태풍 등으로 쌀 생산량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농산물 수확량은 줄어들고 가격은 폭락했다. 또 여성계에서는 강력범죄가 수없이 발생해 여성은 수난의 대상이었다. 오원춘 살인사건부터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살인사건까지 잔혹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그래도 희망은 보였다. 지난 19일 대선을 통해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여성농업인들에게 제시한 농정공약을 이행해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여성계의 숙원이었던 친고죄의 폐지로 여성농업계와 여성계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 한해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 탄생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박 당선인은 51.6%의 득표율로 48%를 얻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제쳤다. 이로써 박 당선인은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에 이은 부녀(父女)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박 당선인은 대선 농정공약으로 농어촌 복지 개선과 농가경영비 절감 등을 내세운 만큼 여성농업계에도 삶이 윤택해질 수 있는 변화의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여성농업인단체들 6대 대선 공약 요구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생활개선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여성농업인단체는 지난 11월 대선을 앞두고 ‘18대 대선 여성농업인 6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18대 대선 여성농업인 6대 공약’으로 ▲법적·사회적 지위 확보를 통한 농업인으로서의 권리 보장 ▲여성농업인 전문 인력화 위한 종합시스템 마련 ▲여성농업인 창업 지원 위한 특단 대책 수립 ▲여성농업인 복지정책 및 농촌형 종합 복지 정책 수립 ▲여성농업인 정책 인프라 확보 ▲안정적인 농축수산물 공급기반 구축 등을 요구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 농정공약 중 여성농업인과 관련해 농가 소득향상, 농촌복지 확대, 농어민 안전재해보장 제도 도입 등 행복한 농어촌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쏟는다고 약속한 만큼 약속이 지켜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미FTA 발효·한중FTA 협상개시… ‘위기’


3월 15일 우리나라와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고, 5월부터는 한중FTA 마저 협상을 개시하면서 여성농업인들은 백척간두에 서 있다.
한미FTA 발효로 농업계는 또 한번 위기에 봉착했다. 전세계 GDP의 30%를 차지하는 유럽연합에 이어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인 미국과의 무역국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인이 미국과 경쟁하는 것은 초등학생이 프로선수와 경기를 하는 형국이다. 호당 경지면적은 미국의 100분의1에 불과하고, 쌀과 쇠고기는 미국보다 2~3배 더 비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식량자급률 하락, 영세농급증, 영농법인 줄도산 등의 재앙을 만들었다. 현재 4차 협상까지 완료한 한중 FTA는 발효될 경우 농업계로선 파산일을 앞당기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농업규모는 43조원과 1천68조원으로 비교조차 어렵다. 여기에 농림산물 수출액은 5억6천달러규모인데 반해 수입액은 32억3천달러로 26억7천달러(2조9천억원) 무역수지 적자 상태다. 여기에 규제를 풀어버리면 가히 상상하기도 힘든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밖에도 호주·뉴질랜드와의 FTA도 지난 3월 협상개시를 선언하는 등 많은 나라와의 FTA가 진행중인만큼 우리 농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쌀 생산량 32년만에 최저치 기록 ‘흉년’


10월 통계청이 공식 발표한 올해 쌀 생산량은 400만6,000톤으로 당초 예상량을 밑돌며 지난해 생산량 422만4,000톤에 비해 5.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올해 쌀 생산량은 기록적인 냉해로 생산량이 급감했던 1980년의 355만톤 이래 최저치다.
상황이 이러자 정부는 그 동안 남는 쌀 소진을 위해 생산된지 3~4년이 지난 국내 쌀을 가공업체에 시중가 대비 30% 수준으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최근 쌀 자급률 감소로 밥쌀용 쌀 재고마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가공용 쌀 공급량을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올해 쌀 생산량이 당초예상량을 밑돌면서 내년 민간의 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 국내 쌀 생산량과 논 면적은 매년 감소 추세이기 때문에 내년도 쌀 생산량이 올해보다 증가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봄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가뭄과 태풍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진 극심한 가뭄과 폭염에 이어 가을태풍까지.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 여성농업인들이 고통을 겪었다. 영농철인 5〜6월 가뭄과 7월 하순〜8월 상순의 폭염, 이후 폭우 등으로 농작물이 말라죽고, 농경지가 침수됐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가뭄은 10년 만에 최악이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가뭄이 끝나자 마자 3번에 거쳐 발생한 대형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염해나 백수로 인한 2차 피해까지 발생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가뭄 대비를 위해 긴급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지만 현장의 여성농업인들은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여성농업인들은 자연재해 보상제도의 개편을 요구했고, 새정부에서는 산재보험 수준의 농어업인 안전재해보장 제도 도입을 농정공약으로 내걸어 귀추가 주목된다.

농가실질소득 감소…‘빚 시름’만 늘어


농가들의 소득창출이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2005년을 기준으로 7년사이 소비자물가는 90%이상 뛰었지만 농가소득은 오히려 0.01% 줄었다. 농가소득이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생산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농산물을 판매해 얻는 농업소득이 정체되거나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가소득 보전대책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관련 농민단체들은 “도농간 소득격차가 20% 가량 벌어지는, 열악한 농촌여건 속에서 기초적인 생계유지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농촌의 경우 최저생계비 수준의 영세농가 대부분이 기초생활 수급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등 대책이 시급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여성농어업인의 날’ 제정 촉구


윤명희 의원은 9월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여성농어업인의 날’ 제정 촉구 관련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 법안발의 및 지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를 국가와 사회가 인정하도록 촉구했다.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생활개선중앙연합회 등은 이를 위해 세계 여성농어업인의 날인 매년 10월 15일을 ‘한국여성농어업인의 날’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여성농어업인의 위상 확립과 정책적 배려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세계 식량주권상 수상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는 지난 10월 뉴욕의 아메리카 인디언 국립박물관에서 ‘2012년 세계 식량주권상’을 수상했다.
세계 식량주권상은 녹색혁명의 아버지 고(考) 노만 블로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지역사회 식량보장연합의 국제적 연계위원회가 2009년 설립해 매년 한 개 단체를 선정해 시상해 오고 있다. 전여농은 그동안 여성의 권리 체계 내에서 식량주권의 실천을 발전시켜 왔으며, 전국의 식량 주권을 지켜내기 위해 100여개 이상의 단체와 함께 운동본부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또 건강한 식량 공급 보장을 위한 언니네 텃밭, 농촌 현장에서 토종씨앗을 지켜내는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성폭력 친고죄 전면폐지


올 해는 오원춘 살인사건,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사건이 어느 해 못지 않게 많이 발생했다. 이에 11월 성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었던 근거인 친고죄 조항 삭제를 골자로 한 ‘성폭력범죄 처벌특례법 개정안’과 형법 일부 개정안 등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따로 고소를 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성폭력 범죄자에 대해 공소를 제기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이 조항은 처벌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는 또 본회의에서 성 범죄자들의 화학적 거세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자 성 충동 약물치료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했다. 현재 16세 미만을 성범죄 대상으로 삼은 가해자에 대해 실시했던 화학적 거세를 피해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전면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정부 제4차 여성정책기본계획 수립


정부는 지난 14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14차 여성정책조정회의를 개최하고, 2013년부터 5년간 추진될 제4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에서는 여성의 경제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친화적 협동조합을 지원해 나가고,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분담률(이용아동수 기준) 중장기적 목표치를 30%로 설정했다. 또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단가(월 5만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주거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청소년을 위한 여성적합형 체육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성폭력·가정폭력 등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성인지 인권교육 운영을 확대하는 등 여성 대상 각종 폭력 방지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해 나간다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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