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탓 많았던 의약분업이 실시된 지도 벌써 7년여가 흘렀다. 의사와 약사 간에 소모적 논쟁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정작 의약분업이 의도했던 약품의 오·남용이 줄어들기는커녕 통계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은 이 제도가 본태적인 갈등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의약분업으로 인해 대다수 사람들, 특히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값싼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병·의원이 독점하고 있는 처방권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이전에 이미 미국은 자국의 대형제약회사들이 국내 약품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제도로서 의약분업을 충분히 활용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동네병원들이 성분명 처방을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도 대형제약회사들의 마케팅정책과 관련성이 많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아스피린’류도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가격차는 복제약품이냐, 혹은 광고 선전비나 리베이트지원 같은 마케팅비용이 드느냐에 따라 발생하게 된다. 의사들이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표면적 이유는 복제약품의 효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지만, 실상 아주 적은 효능의 차이는 있다할지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농촌지역 거주민들이 처방을 받기 위해 도시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함은 아직도 문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물론 농촌지역에 병·의원이 없어 약국이 그 기능을 대신하는 예외조항이 있지만, 경제논리상 약국들이 개업을 기피해 유명무실한 형편임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현재보다는 저렴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 제도를 포용해야만 한다.
그래야 의술이 인술이 되고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진정한 의사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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