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제 2의 새마을운동 추진”…복지부동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표방한 농정공약을 기초로, 농식품부가 지난 16일 업무보고를 내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옳고 그름을 떠나 충실히 따르겠다’는 내용이다. 농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전문가들로 채워진 농식품부 공직자들이,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짜(인수위)’들의 의견에 무조건 ‘예스’로 답한 것이다. 물론 정권교체의 원리상 엎드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지만 인수를 받고 업무보고를 하는 근간이 국민, 즉 여기서는 농민에게 있다면 무작정 정권이수자들의 눈치에만 급급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업무보고에서 ‘제2의 새마을운동’을 언급하며 복지부동에 힘썼다. 당면 추진 정책이나 공약관련 이행여부의 계획에서도 무조건 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과거에도 그랬듯이 농식품부를 바라보고 농정철학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이 재확인된 셈이다. 그렇다면 인수위의 농업과 관련된 정부조직개편안과 업무보고 내용을 통해 차기 농정을 진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림축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차이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질 당시 정부 부처 파견 전문위원 속에는 식약청 소속 공무원이 없었다. 보건복지부 소속 보건의료와 보험정책 전문인력만 파견되면서 식품안전분야 업무를 놓고 농식품부와 힘겨루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돌았다.

헌데 결과는 대역전이다. 식약청은 국무총리 직속 ‘처’로 승격되면서 정책수립 자격을 갖추게 됐다. 보건복지부 업무인 식품정책과 의약품정책 조직을 얻어오는 것을 조율중이다. 여기에 농식품부의 식품진흥분야와 식품안전업무를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지 내심 욕심을 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총리 직속 식약처장은 장관급이기 때문에 이에 걸맞는 업무 배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농림축산부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왜 ‘식품’이 제외됐는지 의문이다. 인수위의 의도적인 표현일수도 있기 때문에 농업계의 불안은 어느때보다 가중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들어 식품이 농업부처로 옮겨지면서 ‘식품진흥’정책이 펼쳐졌다. 농수산물 가공업계를 비롯한 식품업계는 명실공이 식품산업의 일원화를 달성했다는 평가도 흘러나왔다.
만약 차기 정부가 농업부처에서 식품분야를 뺄 경우 생산·가공·유통 단계까지 아우르는 농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안전식품에 초점을 맞춘 규제 일변도의 식품산업정책으로 제한된 산업구조로 변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2, 3차 산업으로의 변화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중점을 둔 정책으로의 회기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농식품 수출 실적을 홍보할 때 규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품산업을 내세우지도 않고, 신선농산물 내지, 1차가공제품의 실질적인 수출 성장 정책에 주력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능하다. 현 단계에서 식품산업의 일원화를 어느 분야에서 다루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간 무시했던 중소농과 가족농의 부흥정책이 어느정도 펼쳐지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단지 우려되는 문제는, ‘불량식품’에 초점을 맞춘 포퓰리즘에 입각한 홍보성 정책에 치우치면서 생산기반 자체가 무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대상이다.

“농정 ‘헤드라인’이 재해대책인가?”

박 당선인의 농업정책 첫 구절은 항상 농어업 재해대책과 재해보험으로 장식한다. 이를 고려한 농식품부 업무보고 당면 주요 추진정책 또한 농어업재해 대응체계 개선으로 시작했다.
그간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미흡했다는 점은 충분히 개선돼야 할 필수 과제다. 하지만 이는 공약사항이라기 보다 정부가 농촌생활에 지원해야할 당연한 의무다. 당면과제의 우선 순위를 놓고 볼 때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먼저 다뤄야 한다는 여론이다.

또한 농어부문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해대책으로 기반시설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농경지관리, 농업용수관리, 농업기반시설관리 등에 제반의 투자가 요구되고, 이와 병행한 재해보험 혜택범주 확대 정책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이외에 농식품부가 업무보고 때 내논 추진 정책으로는 직접지불제 확충, 농어촌 특성에 맞는 맞춤형 복지정책 추진, IT·BT(정보·생명공학)를 활용한 농림수산식품산업 경쟁력 강화, 농어업의 외연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수산업 선진화, 농식품 안전관리 강화 등 10개 과제를 선정해 보고했다. 모두 박 당선인의 농정공약에 맞춘 과제들이다.

농식품부는 실제 공약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보고했다. 농어촌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 농어업 재해대책 전면개편, 실효성 있는 후계자 양성 및 인력부족 대책 마련, 농업의 신성장 동력화 등이다. 또 축산분야 선진유통체계 구축,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불량 농식품 사전차단과 농식품 통합안전 정보망 구축과 같은 먹을거리 관리 등 15건의 공약에 대한 이행계획을 강조했다.

특히 이들 과제들은 FTA 대응책으로 세워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밀물처럼 치고 들어올 중국산 등 수입농산물에 대한 대책으로는 역부족일뿐더러 새로운 대책도 아니라는 비난이다. 더욱이 통상교섭업무가 산업부처로 이관되면서 FTA 협상에 돌입할 때 농업을 전혀 고려치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이같은 대책 보고 또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단 지적이다.

“‘재건국민운동’ 재현하나?”

“‘함께하는 우리 농어촌 운동’을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확대해 추진하겠습니다.”
농식품부 업무보고 때 나온 얘기다.
박 당선인이 (캠프)내부 회의 때 언급했다는 소문만 있을 뿐 인수위에서 조차 내뱉지 않던 ‘새마을 운동’이란 말을 농식품부 공직자들이 ‘알아서’했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또 그간 정책 발표에서 사용하지 않던 단어들이 눈에 띤다. ‘불량농식품 사전차단’이란 말은 내용의 항목이나 큰 제목으로 사용된 적이 없는 단어다. 박 당선인의 ‘4대악’으로 정립한 ‘불량식품’ 척결에 부합시키기 위해 애쓴 흔적이다. 추진정책에 명시한 ‘맞춤형 복지’ 또한 생소한 단어다. 보건복지부가 부총리제를 욕심냈을 정도로 박 당선인이 뚜렷하게 강조하는 ‘복지’ 때문에 내세운 정책으로 분석된다.

‘안전관리 강화’ ‘농식품 통합안전’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 등 ‘안전’이란 단어가 부쩍 많아진 것도 박 당선인의 정책 스타일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풍기는 공직자들의 자세는 말그대로 ‘복지부동’이다.
때문에 인수위에 대한 활동 자세와 농정공약 등을 지적하는 농민단체, 국회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정부의 농정 분위기가 그대로 재현될까 걱정이 앞선다는 여론이다.

우선 인수위 내부에서 조차 알지 못할 정도의 ‘비밀주의’가 지적 대상이다. 최근 농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 조직개편 발표 과정은 인수위 내부에서 조차도 알지 못했다는 풍문”이라며 “그렇다면 일부 위원들의 탁상공론으로 식품산업이라는 중차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기능을 편의주의식 끼워 맞추기로 진행했을 것이라 유추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지난 15일 성명을 냈다. 축단협은 “농업, 축산업 분야의 고견을 청취해 지금까지 유지돼 온 농축산물 관리체계의 근본취지를 지켜나가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농연도 성명을 발표하고, “농림수산식품부의 기능인 ‘식품산업’을 개편과정에서 누락한 것이 의도된 것인지, 혹은 부처의 명칭과 역할자체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것인지 한심할 따름”이라며 “국가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결정을 지금과 같이 풀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인수위의 자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17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성범 의원은 농림수산식품부를 농림축산부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과 관련,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 넘어오면 농림축산식품부로 바꾸는 것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 의원은 특히 이 같은 정부조직 개편 내용에 대해 “당과 상의한 것도 아니고 인수위 단계에서 다 발표했다”고 인수위 ‘고자세’를 지적했다.

황우여 당 대표는 “인수위에서는 큰 부서에 대한 행정적인 재배치에 대해 지금 생각하고 있으니 이번주 내로 당이 정식으로 인수위의 보고를 받을 계획”이라며 “식품이라는 명칭이 행정부서 명칭으로 있다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말씀을 전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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