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도 사람이 살고, 사랑과 미움이 있고, 슬픔과 기쁨이 있거늘 이제는 드라마의 설정 공간으로조차 버림받는 신세로 전락되고 있다. 이는 현재의 한국 농촌의 현실을 투영하는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전원일기’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로 대변되던 소위 ‘농촌 드라마’가 ‘전원일기’는 이미 2002년 종영되었고, 그나마 유지되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도 종영을 앞두고 있다.

농촌과 농업이라는 화두는 풀기 어려운 실 꾸러미와 같다. 농촌의 상징이 농업인이고,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드라마에서 다양한 삶의 소재를 찾아내 각색해야하는 작가 입장에서 한계에 봉착된 것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TV매체도 시청자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하면 퇴출되는 세태에서 농촌 드라마라는 장르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KBS는 공영방송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건전한 가족프로그램이라는 명분이 극단적으로 변화되는 사회상을 반영할 수는 없다. TV매체도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체이기 때문에 시청률이라는 괴물을 피해갈 방법이 없음이다.

이제는 농촌이라는 개념을 농업인만으로 정의내릴 수는 없다. 이미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복합적 개념으로서, 전통적 의미의 농촌이라기보다는 지방 소도시라 일컫는 것이 바른 정의일 수 있다. 그럼으로 농촌을 들여다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농촌의 실체가 바로 보이게 된다. 그저 향수에 어린 농촌 풍경을 그리겠다는 천편일률적 안이함이 아닌, 그 속에서 힘겹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 농업인들의 애환과 꿈을 그리는 살아있는 드라마로 재탄생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익광고 같은 모양새를 벗어나 농촌의 희망도 그 속에서 찾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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