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땅’이 건강한 농산물을 만듭니다”

“시설채소에 연작피해 없이 농업생산성과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발효퇴비농법을 통해 지력을 상승시켰기 때문입니다.”
生&土농원 허민숙 대표(한국여성농업인영월군연합회장)는 농장의 이름처럼 토양을 살리는 농법을 통해 고품질, 다수확을 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이다.
허 대표는 1천여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오이, 토마토 2모작을 혼자 힘으로 거뜬히 경영하며 지역에서 ‘똑순이’로 통한다. 작은 체구이지만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다부지게 영농을 해내고 있다.

허 대표가 여성농업인 길로 들어선 것은 남편을 만나 영월로 시집을 오면서부터이다. 가난한 형편에 땅을 빌려 농사를 시작했다. 그녀는 누구보다 악착같이 농사를 지었다. 임신한 몸으로 경우기를 몰고, 논에 물대고 로터리를 치는 것은 다반사였다. 남편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닌 항상 먼저 나서서 일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일을 해도 손에 쥐어지는 것이 없었다. 땅 임대비를 내고 나면 가족이 먹을 정도의 식량밖에 남지 않았다. 돈을 모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때마침 남편이 면사무소 공무원으로 취직하게 되며 들어오는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만기가 되던 해 그동안 임대를 해 경작하던 땅을 매입했고 10여년만에 드디어 ‘허미숙’의 땅이 됐다.

“너무 좋았어요. 하늘을 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죠. 땅 문서를 들고 다니면서 동네 사람들을 붙잡고 자랑 했다니깐요. 땅을 사니깐 부러울 것이 없었어요.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허 대표는 땅을 매입한 이후 더욱 영농에 몰입했으며, 논농사에서 시설채소인 오이와 토마토로 주작목을 전환했다.

그녀는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 힘으로만 1천여평을 일구고 있지만 바쁜 영농생활 중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7년 전 친환경농법을 공부하며 터득한 발효퇴비농법은 그녀가 혼자 많은 토양을 일굴 수 있는 비법이다.
“처음에는 화학 비료와 농약, 제초제를 많이 사용했어요. 특히 연작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토양 살충제를 많이 사용했죠. 잡초가 나지 않아 농사짓는 것은 편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작물이 약해지고 병해충도 자주 생기더라구요. 그때 친환경농법을 공부하며 기본(땅)이 건강해야 작물들도 병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배웠어요. 발효퇴비농법을 통해 지력을 상승시킨 결과 품질이 향상되고 연작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허 대표가 지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7년이란 시간을 투자했다. 그 기간 동안에는 연간 2천만원씩 수익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지력상승에 매진했고 지금은 농약, 살충제 값도 절약하고, 수익은 늘어나는 성과를 얻었다.

허 대표의 발효퇴비농법은 쌀겨, 톱밥, 볏짚 등 유기물을 첨가한 퇴비를 일 년간 발효·숙성시킨 뒤 토양에 뿌리고 로터리를 쳐서 잘 섞어주면 된다. 퇴비에 유기물을 첨가하면 퇴비의 짠 성분을 줄일 수 있고 미생물의 번식을 도와 지력을 증진시킨다. 또 발효·숙성 과정을 거치면 퇴비의 입자가 부드러워지고, 가스가 빠져나가 퇴비의 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
똑소리나는 영농과 성실함으로 지역에서 인정받은 허 대표는 올해 한국여성농업인영월군연합회장에 선출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여농영월군연합회는 동강 축제 때 장터에서 마련된 수익금으로 지역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어요. 또 여성농업인이 농업의 주체로서 농업경영을 잘 해낼 수 있게 꾸준한 영농교육과 소형농기계 보급 사업을 펼치고 있는 등 연중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여농이 삶의 활력소라고 말하는 허 대표, 한여농과 함께 할 그녀의 멋진 영농생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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