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미’로 지역 농업 활성화 시킬 터”

“이제 농사만으로는 농촌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생산에서 유통까지 함께 해야 하죠. 특히 여성농업인들은 강소농(强小農)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꾸러미 사업’이 제격입니다.”

농업인들이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고, 고령화된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농산물 직거래인 ‘꾸러미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여성농업인이 있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자포곡리에 위치한 농가맛집 <언덕위의 장독대> 구분옥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녀의 직함은 언덕위의 장독대 대표가 끝이 아니다. 한국여성농업인횡성군연합회장, 횡성여성농업인단체협의회장 등 지역 여성농업인들의 맏언니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구분옥 대표가 지역 여성농업인 대표가 된 것은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남다른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분옥 대표는 23년 전 농부의 아내가 됐다. 수필가를 꿈꾸던 소녀가 농촌에 시집와 펜이 아닌 곡괭이를 잡는 날이 많아지며 다니던 대학도 관둘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꿈을 잃었다고 주저앉을 그녀는 아니었다. 호탕하고 부지런한 성격으로 농촌에 잘 적응하며 농사도 곧잘 해나갔다. 이후 지난 2001년 농업후계자에 선정되며 여성농업인으로서의 그녀의 힘찬 발걸음은 시작됐다.

구분옥 대표는 농업에 관련된 교육은 모조리 받았다. 특히 지난 2008년 횡성 농촌캠퍼스에 입학해 전국 선도농가, 일본 선진지를 견학하며 견문을 넓혀갔다. 또 한여농횡성군연합회 부회장에 이어 지난 2011년 회장에 선출, 올해 연임하며 그동안 다져온 경험을 토대로 지역 농업을 위한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농업인들이 농사짓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농사를 지으면 그만큼의 대가가 돌아왔어요. 양상추만 해도 20여전에 한 박스에 5~6만원 받았는데 지금은 잘 받아야 1만원정도이죠. 자재비,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어요. 이제는 그냥 농사만 지어서는 농업인들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구분옥 대표는 농업인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고령화된 농촌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농산물 직거래사업인 ‘꾸러미 사업’ 구상,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구분옥 대표와 함께 한여농횡성군연합회 회원 12명으로 구성된 ‘횡성 농부애(愛)뜰 꾸러미’는 기존에 횡성군에서 운영되던 ‘언니네 텃밭 꾸러미’ 사업과는 차이점이 있다. 언니네 텃밭 꾸러미는 마을별로 운영되고 있지만 ‘농부애뜰 꾸러미’는 한여농횡성군연합회 회원을 중심으로 횡성군 각 면의 여성농업인들이 모인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의 수익창출을 위해 농부애뜰을 구성한 것은 아니에요. 각 면의 여성농업인들이 나중에 자신의 마을에서 제2, 제3의 꾸러미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구분옥 대표는 꾸러미 사업이 마을별로 활성화 된다면 농촌 고령화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은 고령화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준비(국민연금)를 한 농업인은 얼마 되지 않아요. 결국 자식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오죠. 그런 분들에게 꾸러미 사업은 국민연금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봐요. 작은 텃밭에서 제철 농산물을 생산해 꾸러미 사업을 한다면, 고령 농업인들은 꾸준한 수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꾸러미 사업 등 어려워져가는 농업·농촌을 일으키는 방법을 농업인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구분옥 대표. 아직은 첫 발을 내딛는 단계지만 앞으로 그녀가 지역 농업·농촌을 변화시켜갈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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