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복지 ‘사각지대’ 없앤다”


남쪽으로는 주왕산, 북쪽으로는 태백산맥이 가로 막고 있어 ‘육지의 섬’이라고 불리는 경상북도 영양군. 대부분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리적 접근성이 좋지 않아 사회, 문화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다. 집밖을 나가면 각종 편의시설, 놀이 공간 등이 즐비한 도시와는 다르다. 고된 영농으로 지친 마음을 달랠 곳도,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길 곳도 없다.

영양여성농업인센터(센터장 권미영)는 여성농업인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 마음을 달래줘 조금이나마 그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02년 설립됐다. 도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농촌복지여건이지만 여성농업인들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영양여성농업인센터가 있기에 오늘도 웃는다.

▲ 이동센터 운영
■친정어머니의 마음으로

최근 농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른 것이 고령화이다. 농업기반 취약으로 인한 이농현상으로 노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해 여성농업인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영양여성농업인센터가 위치한 입암면도 65세 이상이 35%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대로 젊은 인력이 농촌에 유입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없다면 젊은 여성농업인들의 유입은 기대할 수 없다. 이에 영양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들이 지역에 잘 정착하고 아이 걱정 없이 영농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과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에는 아침 7시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해 저녁 9시가 돼서야 문을 닫는다. 땅거미가 깔려서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성농업인들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을 보육하고 있는 것이다. 또 오지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여성농업인센터의 몫이다.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거리상의 이유로 오지마을 아이들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영양여성농업인센터 어린이집 차량의 운행거리는 하루 평균 200km. 지역 아이들을 차별 없이 보듬어 주는 영양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들의 든든한 친정어머니 역할을 해주고 있다.

▲ 여성농업인 생활문화 교실
■도시와 교육 격차 줄여야

영양여성농업인센터는 아이들의 보육과 함께 지역 아이들의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면 지역 학생들은 사설 교육기관을 이용하려 해도 읍 지역을 제외한 지역은 사설교육기관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읍으로 학원을 보내자니 수강료도 비싸고 학원차가 면단위까지 운행할 리가 만무했다. 도시와의 교육 격차로 여성농업인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영양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들이 안고 있는 자녀교육문제를 해결해주고, 농촌이라는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폭넓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영양여성농업인센터에서는 숙제지도, 영어, 수학 지도는 물론 농촌 아이들도 다양한 취미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영양여성농업인센터가 폐교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어 운동장, 체육과 등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많아 다채로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태권도, 합기도, 공수도 등 체육관에서 전문 강사를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서예, 미술, 승마 등 소그룹 취미활동도 운영하고 있다.

■영농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성농업인들은 농업인, 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 역할이 다양하다. 그만큼 할 일도 많다. 영양여성농업인센터는 여성농업인들의 짐을 덜어주고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한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하고 있다.

대다수 여성농업인들은 고된 영농활동으로 농부병을 앓고 있다. 이에 건강증진과 예방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근 보건출장소장의 방문 진료와 연계해 여성농업인의 건강관리를 해주고 있으며 농부병의 90%이상이 관절염, 신경통, 요통인 점에 착안, 찜질, 지압, 부황, 뜸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고령으로 여성농업인센터로 방문하기 어려운 여성농업인이 많아지고, 지리적으로 영양군의 다수의 여성농업인이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이동센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 단위로 돌며, 마을회관이나 노인정 등 기존시설을 활용해 순회교육일정에 따라 여성농업인 교육과 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 동안 면지역의 대다수 여성농업인은 컴퓨터 교육을 접하지 못하고 있어, 여성농업인이 컴퓨터를 이용해 영농에 활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여성농업인들의 여가활동을 위한 뜨개질, 요가, 스포츠댄스, 가요교실, 천연염색, 한글교실 등 프로그램이 연중 운영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전문농업교육을 접할 기회가 적은 지역 여성농업인에게 농업에 필요한 전문농업교육을 마련해 여성농업인이 실질적으로 농업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도록 다양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권미영 영양여성농업인센터장

“여성농업인센터는 무늬만 정부시설?”


여성농업인센터는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시설이다. 그런데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큰 범위에서 보면 정부지원시설이지만,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세분화시키면 민간 시설로 분류된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정부지원시설로 시설개보수를 전부 지원받고 있지만 여성농업인센터는 민간시설로 간주돼 지원받지 못한다.

그런데 민간어린이집에 지원되는 정부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이미 정부에서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무늬만 정부지원시설인 격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추가로 들어온다고 해도 받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인건비 상승, 물가 상승으로 운영비는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지원금은 10년 넘게 그대로인 상황에서 선생님을 더 구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농업인센터의 예외 조항을 만들어 농촌의 아이들이 걱정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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