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패스트푸드 음식의 확산에 대한 반대로 일어났다.
당시 잡지 편집자였던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에 시작되었으며 1989년프랑스에서 슬로푸드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범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지금은 지역농업을 활성화하고 생태계를 보존하며 음식을 통해 삶의 질을 바꾸는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생물 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맛이 표준화되고, 미각이 동질화되면 특정 종자만 필요로 하게 된다. 결국 상품성 있는 종자만 선호하게 되어 생물 종류의 다양성이 훼손된다.

 음식이 규격화되고 표준화됨으로 인해 식량위기까지 겪을 수 있다. 실제로 감자를 주식으로 하던 아일랜드의 감자기근 사례가 있다. 1840년 감자 마름병이 번져 동일한 종류의 감자이다 보니 대부분의 감자가 죽었고, 결국 100만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변화와 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지기 위해서는 생물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결국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길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지속가능한 땅에서 생산된 깨끗하고 생산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는 공정한 음식을 추구하는 것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전통음식에 해당된다. 바로 우리가 먹고 있는 한식이 바로 슬로푸드인 셈이다.

외침만 없었을 뿐 우리는 이미 슬로푸드 운동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우리가 즐겨먹는 된장 또는 김치 등은 숙성과 발효라는 자연의 시간을 빠르게 돌아가는 산업의 시간과 바꾼 느림의 미학(味學)이다.
그렇다 보니 한식이 우수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미국의 연구팀과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식을 먹은 경우 생활습관병의 주요 위험인자인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당 수치 또한 낮춘다는 것을 규명해 냈다.

한식을 사랑하고 소비하는 것이 농촌인구 고령화, 농업인구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길이며,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농사의 대가를 농업인들에게 정당하게 돌려주는 윤리적이고 착한 소비인 셈이다.

빠른(Fast)의 뜻과 느린(Slow)의 뜻이 모여 만들어진 신조어로 패슬로 비즈니스(Faslow Business)라는 용어가 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의미하는 용어로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느림을 지향하는 사업들이다. 슬로시티가 이에 해당하는데 달리보면 농업이 패슬로 비즈니스이다.

앞서 말한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는 “이상향을 심는 사람은 현실을 수확할 것이다(I believe that he who sows utopia will reap reality)”라고 했다. 슬로푸드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건강과 환경을 보전하게 되면 그게 곧 농업과 농촌을 살리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다 라는 뜻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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