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량, 추녀 끝 매달린 고드름 ‘위태로워’

“상주 관찰사에 신령 이방이 엎드려 있었다. 관찰사가 직접 문초를 하고 있었다.
근신하라고 했는데 사직서를 올려?”
관찰사는 괘심하기 짝이 없었다.

사령을 통해 언질을 주었고 성주 목에서도 반대를 했는데 기어이 큰일을 저지른 현령을 조정에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현의 관리들을 모두 쫓아내고 홀로 채무문서를 불태운 황준량의 무모하리만큼 우직한 행동이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했다.

관찰사는 준량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었다. 성균관 교수로 있을 때 과거시험 자격 박탈로 장안의 선비들을 얼음판 미꾸라지처럼 옭아 매고 쥐고 흔들어서 요동치게 한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상조 좌랑으로 있을 때는 이 나라 최고 권력가인 윤원형 대감댁까지 헐어 목재를 몰수한 배짱에 숨이 턱 막혔다.
이방은 옥에 갇혔다. 처음에는 무섭고 분하기만 하던 것이 며칠이 지나자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십 수 년 채무 문서만 들추어도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오히려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사또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큰 거목처럼 다가오면서도 불타는 문서를 보며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이 추녀 끝에 매달린 고드름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지난 날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였고 현감의 짐을 나누어지고 싶은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신령 관리들이 압송되어 관찰사로 갔다가 초 죽음이 되어 사령들과 함께 돌아왔다. 준량은 현청에서 그들을 맞았다. 고초를 겪은 그들을 위해 수년 만에 따뜻한 이밥의 성찬이 차려졌다.

그 때 성주 목에서 역관이 들이닥쳤다. 판관이 준량과 마주앉았다.
“아마 지금 쯤 조정에 사직서가 올라갔을 겁니다.”
준량은 담담하게 말했다.

“잠시 며칠이라도 자중하고 근신해야 할 것이오.”
판관은 준량이 스스로 백성을 위해 형극을 택한 것이 안쓰럽기만 했다.
준량은 식솔들을 먼저 고향으로 보냈다. 식솔들이라고 해봤자 처와 두 딸이 전부였다. 딸린 관노가 그들과 풍기까지 동행하고 나면 식구들을 돌볼 노비조차 없었다.
준량은 왠지 자꾸 외길로 가는 자신이 한양을 떠날 때 임지로 가게 되면 자중하라던 승지의 말이 떠오르며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관찰사 사령이 내역을 조사하고 목의 판관이 다녀 간지도 여러 날, 준량은 육방의 관리들을 모아 두 해 동안 열심히 일한 공로를 위로 못하고 잠시나마 형벌로 고통 준 것을 하했다.(하했다는 것은 자신이 관리들에게 고통 준 것을 사과한다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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