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대표적인 가족중심 산업이다. 물론 영농 법인이나 기업농 규모로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대다수 한국농업의 운영은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다. 가족단위의 운영은 운명공동체라는 동질성위에 결속력과 효율성이 높다는 특성을 가진다. 반면 각자의 역할 분담이 모호하고 생산원가나 인건비 등에 대한 계산이 두루뭉실해 생산성이 오히려 낮아지거나 책임감이 떨어지는 면도 공존한다.

영농활동에서 부부는 공동경영자고, 책임과 권한을 공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법률적이나 관행적으로 남성 위주고, 여성은 종속적이거나 부분적인 역할밖에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 연합회가 민주노동당 제주도당과 연대해서 여성농업인의 권리보장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주민발의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것은 현실의 불합리함을 법률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실질적 행동이다. 동일한 의무와 책임을 지녔음에도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함은 사회적 차별이고 소외다.

일하는 여성농업인들이 부속적이거나 종속적인 차별과 소외의 대상이 아닌,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서 권리를 보장받는 일은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장치다.

가족경영협약은 제도적 장치로 정착시키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이고, 이러한 가치관의 공유가 사회 전반에 팽배해질 때 제도는 공감대를 형성해 그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법률의 제정은 공감대를 강제해 제도로 정착시키는 행위다. 물론 법률 제정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여성농업인들이 완전한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 조성해야만 할 당위성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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