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 연신 하락, 호주산도 맥못추고 추락

  
 
  
 
미산쇠고기가 국내에 상륙, 일반인들에게 판매된지도 두 달이 지나고 있다. 추석명절까지 지난 시점이지만 식탁을 점령해나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수입쇠고기시장에서 호주산을 밀어내고 있고, 한우고기 역시 연이어지는 가격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심리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는 명절대목. 이 시기의 미산쇠고기 소비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향후 전망은 어떻게 점칠 수 있는지 분석해본다.

▲두달새 10배 늘은 수입량=지난 7월초 롯데마트를 기점으로 판매를 시작한 미산쇠고기는 지난달 19일까지 1만3천376톤이 수입된 것으로 농림부는 집계하고 있다.
판매 초기인 7월 16일쯤의 수입량 1천497톤과 유통량 906톤 등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에 대한 미국산 쇠고기의 공세는 곧 개시될 한·미간 수입위생조건 협상을 계기로 본격화될 조짐이다. 미국은 협상을 통해 갈비수입을 재촉할 것이고, 우리측도 별 이상이 없는한 이를 받아들일 태세이기 때문이다.

수입중지 전인 지난 2003년 한해동안 수입된 미산쇠고기는 20만톤에 달했다. 이중 60%이상이 LA갈비 등 뼈가 있는 부위제품이었다. 이를 감안할 때 올 연말쯤엔 수입쇠고기의 대부분을 미산쇠고기가 점령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우가격, 끝없는 추락=미산쇠고기 수입량 증가는 한우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9월20일을 기준으로 암송아지가격은 205만원선. 겨우 2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위태롭다. 갈비수입이 시작될 경우 소값 하락은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연말 290만원대를 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조기 출하와 송아지 입식 감소를 부채질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호주산쇠고기도 타격이 자명해진다. 최근 수입쇠고기 시장중 30%대를 돌파하고 있는 미산쇠고기로 인해 그동안 독주해온 호주산이 50%대로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더욱이 미산 갈비까지 동원될 경우 호주산은 시장에서 물러나야할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6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발표한 ‘축산물 수입 검역통계 순기보고’에 따르면 미산 쇠고기는 9월 20일 현재 전체 수입물량의 33.8%인 5천74톤에 달한다.

특히 9월 상순(1~10일) 기준으로 2천979.7톤이 유통되면서 전체 수입시장 점유율을 45.1%까지 올렸다. 이에 반해 호주산은 48.8%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 이밖에 뉴질랜드와 멕시코 등에서도 쇠고기를 들여오고 있지만 점유율은 각각 5.6%, 0.6%로 미산쇠고기 경쟁대상이 아니다.

호주산 쇠고기는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올 2월 판매가격이 100g당 척롤(목심) 1천480원, 척아이롤(알목심) 1천580원씩 이던 것이 9월 현재 각각 1천380원과 1천480원으로 100원정도 떨어졌다.

▲미산쇠고기 “소비잠재력 무섭다”=미산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소비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우선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미산 쇠고기는 초이스급(1등급 해당) 척아이롤이 100g당 1천480원으로 호주산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척롤은 1천280원으로 호주산보다 100원가량 싸다.

미산쇠고기의 맛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서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우처럼 곡물 사료를 먹여 키운 미산 쇠고기는 지방층의 고른 분산(마블링)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을 지니고 있다. 호주산의 경우 일반육과 고급육으로 구분해 시판하고 있는데, 일반육은 퍽퍽한 맛이 강하고, 고급육은 미산보다 가격이 높다.

한편으론 둔갑판매 등의 신뢰성없는 유통구조도 미산쇠고기 소비를 돕고 있다. 일명 ‘짝퉁 한우’로 불리는 둔갑판매는 “비싼 가짜 한우고기 먹느니 차라리 값싼 수입산을 먹겠다”는 소비심리를 유도한다.

실제 최근 농림부의 유통단속망에 20여개의 정육점과 음식점이 수입산과 육우를 한우로 속여 팔다 적발됐다.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이 진행돼 갈비수입이 허용될 경우 여러 가지 장점을 구비한 미산쇠고기의 시장 잠식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미산쇠고기 식탁 점유, 대책은 있나=내년부터 전면 실시 예정인 쇠고기추적이력시스템을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는 게 생산자단체와 학계의 주장이다. 일본은 이미 3년 전에 쇠고기 이력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하면서 둔갑판매를 없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 통과가 관건이다. ‘짝퉁’에 속느니 확실한 ‘수입산’을 먹겠다는 소비심리는 충분히 돌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유통구조의 투명성이 신뢰로 쌓이게 되면 소비기반은 자연스레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식품 안전성에 대한 높은 관심도 충분히 대책으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품 선택에 가격조건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지만, 식품은 안전성이 가격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라는 것. 수입위생조건에 위반하는 사항이나 환경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동시에 이를 반드시 개선시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한우를 비롯한 국내 육우 등이 수입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홍보를 대신하는 역할이 가능하다. 여기에 수입 쇠고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면 국내 축산물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기에 출하하거나 입식을 기피하는 축산농가들에 대한 독려와 자신감 회복 계획도 빼 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특히 한우고기 시장은 수입쇠고기 시장과 상당부분 차별화되어 있는 상황을 즉시하고 이를 농가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만큼 소비층도 확보돼 있기 때문에 걱정부터 앞서는 생각이 금물임을 인지시켜야 한다. 현 상황에서 소비자가 찾는 고급육 생산에 주력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란 걸 알려야 하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우선 사료비 절감을 위한 가격이 안정적인 사료곡물공급라인을 구축해야 하고, 사료자급율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기반시설 설치도 곁들여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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