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소금 훔치는 도적 ‘속수무책’

저 멀리 태백에서 발원하여 수 백 리 흘러 넓은 하진에 모였다가 급히 갈지자를 트는 곳이 단양 장외탄 이었다.
그리고 억만년 깎이고 갈고 다듬어져 절경을 이룬 곳이 구담봉, 옥순봉이었다. 그곳에 다소곳이 솟아 머리 숙이고 거친 여울을 바라보는 곳이 이름 하여 강선대.

그곳에 단양 우창의 식솔들이 모여 여강을 따라 올라오는 십여 척의 소금 배를 점검하고 있었다.
저 멀리 남도 바닷가에서 봄철 긴 햇살에 잘 다듬어진 소금을 싣고 한양을 거쳐 단양 하진포 우창으로 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나라에서 독점, 공급하는 전매품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개인 독점이 되어 우창에서 관리, 공급하고 그 중 일부를 국가에서 관리, 비축하면서 생활하여 꼭 필요한 양만 단양 관청에서 보관하며 만약에 대비하고 있었다.

우창하면 한양에서 강원도 끝까지 통틀어 가장 큰 사창이며 보부상을 거점으로 거래하는 온갖 잡물과 곡식, 산 야채, 비단, 베, 종이 등 거의 모든 산물을 독점하는 거상이었다.
거기에 근자에는 소금까지 독점권을 따서 공급하자 웬만한 현은 물론이고 군청 창고의 물량을 독점하고 있었다.

우창은 처음에는 단양 우씨 문중에서 조금씩 한강을 통해 고려 중엽부터 개성의 산물을 공급하면서 고려 말쯤 개경의 세력가로 자리 잡자 본격적으로 한강에 운송과 산물의 거래를 독점하고 있었다.
현재는 조선 개국을 거쳐 한강과 한양에 가장 큰 창고와 많은 산물을 거래하는 거대한 조직으로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근자에는 그 횡포가 눈에 띄게 고을의 백성들을 사경에 몰아넣는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단양 우씨들이 한양에 자리 잡고 사창의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우창을 도맡은 책임자들의 농간과 관의 유착이 백성들을 착취하는 폐단으로 끝도 없이 발생되고 있었다.
이십여 년째 우창의 관리를 맡은 도주가 입을 열었다.
“장마가 끝나면 소금 값을 올리게.”
큰 덩치를 자랑하는 덕배가 허리를 굽히며 물었다.
“장마가 끝날 때 까지 소금을 풀지 말까요?”

강을 바라보며 서 있던 도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저 건너 강기슭에 몇 척의 뗏목이 나타나 소금 배 행렬의 중간을 치고 나왔다.
순식간에 배 무리는 흩어지고 여기저기 고함 소리에 불붙은 건불더미가 소금 배에 던져지고 날쌘 무사들이 뗏목을 향해 칼을 뽑아들었으나 도적들이 활을 쏘면서 장외탄 하류를 향해 미끄러지듯 도망치고 있었다.

힘들게 여울목에 끌려오던 소금 배 두 척이 감쪽같이 여울에 밀려 하류로 떠내려가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강선대에 앉아 술을 마시던 도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소금 배 두 척을 잃었으면 올해 장사는 헛장사였다.
강 건너 초병을 보면서 울화통이 치밀었다. 단양 관청에 기별을 했는데 겨우 형방과 관졸 몇 명만이 건너편 강기슭에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저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관을 믿고 장사를 해.”
애꿎은 술상을 바위에 내리치자 깨진 술병이 강물에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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