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솜씨 제대로 발휘한다”

경남 거창군 위천면, 시원하게 흐르는 냇물너머 익어가는 벼가 고개를 숙인 채 여물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큼지막하게 ‘금원산마을’이라 쓰여 있는  하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영농조합법인 금원산마을(대표 우병권)이다. 이곳은 아침 8시가 되면 하나 둘씩 여성들이 모인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젊은 여성, 결혼이주여성 등 모습은 달라도 모두 농촌여성이다.

이들은 머리에 위생모를 두르고 작업복을 입은 후 작업일정에 대해 논의 한다. 누가 시키거나 지시하지 않는다. 일정을 정하면 작업대에 모여 앉는다. 고추부각을 만들기 위해 고추를 다듬는다. 매일 얼굴 맞대고 일하는데도 어찌 그렇게 할 말들이 많은지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금원산마을은 친환경재료만을 사용해 부각, 튀각, 차류 등 농산물 가공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여느 가공공장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농촌여성을 위한, 농촌여성에 의한 곳이란 점에서 색다르다.

금원산마을이 처음 설립된 것은 지난 2009년 겨울. 농촌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 농촌여성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귀농인·결혼이주여성 등 농촌이 낯선 여성들에게 자립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농촌여성들에게는 농외소득을 창출키 위한 것이다.

금원산마을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약 2년여 동안 여성가족부에서 농촌여성일자리사업을 운영한 곳이기도 하다. 한때는 대표자를 포함해 10명이 일했으나 지금은 경영 안정을 위해 7명의 일을 하고 있다. 이중 대표자, 공장장을 제외한 5명이 모두 여성이다.

이들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으며 쏠쏠한 농외소득을 올리고 있다.
금원산마을 인근에 된장 제조공장이 있었지만 일 년 중 장을 담글 때 외에는 일력 투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연중 꾸준히 일력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이에 지역 농촌여성들이 즐겨먹고, 재료만 있으며 연중 생산이 가능한 ‘부각’을 생산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지 4년차. 금원산마을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농촌여성들이 집에서 소규모로 부각을 만들어 먹는 것은 간단했지만, 업체에 납품하기 위해 대량으로 부각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점이 많았다. 손맛도 제각각이라 맛의 균일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여의 노력 끝에 제조공정에 안정을 찾고 지금은 고품질의 부각을 생산하고 있다.

금원산마을의 주요 품목은 고추부각이다. 이외에도 감자, 당근, 쑥 부각 등 다양한 농산물로 부각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부각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우엉차, 돼지감자차 등 몸에 좋은 건강차도 연구·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금원산마을은 친환경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농약 고추, 친환경 우리밀, 수입 유기농 설탕 등 엄선된 재료만 선정해 사용하고 있다. 이에 금원산마을에서 생산된 가공품은 철저한 위생검사를 하는 한살림, 두레, 여성민우회, 성당생협 등 생협에 납품하고 있다.
우병철 대표는 “경영 안정화가 되면 농촌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라면서 “또한 수익금으로는 마을 공동체 문화 확산을 위한 화합·문화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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