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도매시장은 사회적 공공기구”


“유통비용 최소화 시킨 수급조정의 중심지”

거래총수 최소화… “교섭 및 물류비용 절감”



“공영도매시장은 국민이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신선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다. 생산자의 출하와 유통인의 구매 행위가 원활하게 실행될 수 있는 것은 도매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도매시장은 학교, 병원 ,철도, 우체국, 은행 등과 같은 ‘사회적 공공기구’ 인 것이다.” 동경농업대학 후지시마 히로지 교수.


지난달 29일 일본 동경농업대학 후지시마 히로지 교수를 초빙해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성 및 사회적 기능’ 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후지시마 교수는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성이 ‘사회적 공공기관’에 준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영도매시장의 사회적 기능 역시 공익성이 반영된 결과로 ‘유통비용 절감’과 ‘수급조정의 중심적 역할’, ‘대표가격의 형성’, ‘자유경쟁의 확보’, ‘신속한 대금결재’ 등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좌담회는 농촌진흥청 위태석 박사의 통역 및 사회로 진행됐다.

◆ 열린 거래시스템…‘출하자–유통인–소비자’공감의 기준가격 실현

도매시장은 신선 먹거리를 취급함에 있어 출하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열려있는 시스템이다. 이는 생산자와 유통인 모두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신선농산물 대부분은 수확 후 보존 가능기간이 매우 짧고, 상품성이 급격히 저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짧은 수확기와 매년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생산량 등 때문에 신속한 출하와 판매가 매우 중요하다. 도매시장은 생산자의 이 같은 조건에 관계없이 출하 농산물 모두를 판매해 주는 시스템이다.

유통업자에게도 도매시장은 의미가 크다. 각각의 유통업자가 집·배송 센터를 보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형유통업체라면 자사의 집배센터를 통해 필요한 품목만 취급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중·소 유통업체로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도매시장은 유통업자에게 다양한 품목을 갖출 수 있도록 구색을 맞춰주는 등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는 구매처이다.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큰 이익이다. 각 지역에서 출하된 다양한 농산물이 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과정 자체가 소비자를 위한 공익이다.
도매시장을 통해 중·소 유통업체들이 구매한 다양한 상품이 소비자에게 제공됨으로써 소매시장의 과점화를 방지할 수 있다. 소매시장의 과점화는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가격급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것이 도매시장의 공익적 기능이다.

도매시장이 농산물의 가치를 판단하고, 기준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산지와 생산자가 다르고, 품종과 수확시기, 선별 기준 등이 모두 다른 농산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화된 기능이다. 자체적으로 집·배송센터를 가지고 있는 대형유통업체 조차 도매시장의 기준가격을 참고로 하고 있다.

도매시장은 다양한 품목을 거래하고, 취급하는 전문 유통인들이 모여 있다. 이들이 경매나 수의거래 등의 방법으로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상품성에 대한 가치판단은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수급관계에 따른 가격변화가 있지만, 가치판단에 대해서는 가장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 제시되고 있다.

◆ 사회적 기능…‘유통비용의 절감’

도매시장의 사회적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유통비용의 절감이다. 보통 도매시장은 중간 수수료를 취하기 때문에 유통비용을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가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마가렛 홀이 주장한 ‘거래총수 최소화 원리’가 이를 방증한다. 예를 들어 보자. 생산자 3명과 소매업자 3명이 존재한다. 각 소매업자는 상품구색을 위해 각각의 생산자와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3번씩 총 9번의 거래가 발생한다.

그러나 중간에 도매시장이 생기면 생산자와 소매업자는 각각 1번씩의 거래만 발생하기 때문에 총 6번이 전부다. 실제 생산자와 소매업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에 따른 엄청난 거래비용이 절감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총 거래횟수의 축소는 거래를 추진할 때의 교섭비용이나 사무경비의 절감에 기여한다. 운송단위를 대형화해 운송횟수를 줄이기 때문에 운송비 절감이 크다.

일반적으로 유통비용이 가장 낮다고 생각하는 것은 ‘산지-소비자 직거래’이다. 그러나 대부분 택배 형태로 거래되기 때문에 개별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운송비 부담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산지직거래매장(파머스마켓 등)의 경우 소비자 대부분은 도심에서 산지로 와야 한다. 편도 50km, 경우에 따라서는 100km 이상 떨어진 산지를 직접 찾아 농산물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반면 도매시장 유통은 콜드체인을 통해 ‘산지-도매시장-소비지’까지 대량유통 되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저렴하다.
산지직매장의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판로확대 등의 양방향 거래채널로 의미를 갖지만, 단지 생산자-소비자의 직거래 만으로는 도매시장 유통보다 저비용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 다양한 상품구색… 수급조정의 중심

소비자는 단순히 물량이 많다고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구비되어 있을 때 비로소 삶이 풍요롭다고 느낀다. 농산물의 경우 소비자에게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곳이 도매시장이다.
택배를 이용한 통신판매는 카탈로그나 홈페이지로 구색이 한정되어 있다. 대형유통업체도 도매시장을 통하지 않고, 산지직거래를 할 경우 각 점포와 체인본부가 계약할 수 있는 농가와 품목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물론, 도매시장에서도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품목을 구할 수 있지는 않겠지만, 물량과 종류에 있어 최고의 유통채널이라 할 수 있다.
수급조정에 있어 도매시장은 단기조정을 위한 중심 담당자로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오이나, 시금치 등의 채소류는 날씨에 따라 매일 변동폭이 크다. 소비량 역시 날씨에 따라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유통업자들은 공급이 많을 때는 남는 물량을 도매시장으로 출하하고, 부족할 때는 도매시장에서 구매하는 행동을 취한다. 이는 시장 외 유통업자 스스로가 수급조정을 위해 도매시장에 의존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도매시장은 공급이 많을 때는 독자적인 판단으로 창고에 보관하거나, 출하자에게 분산출하를 요청하는 등 공급량 조절을 도모한다. 또한 도매시장이 공개하는 가격정보를 통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조기출하’, ‘시장격리’ 등의 수급조정을 지도하고 있다. 한편 도매시장은 수급조정 실현을 위해 세계의 주요 산지·출하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하고 있다.
후지시마 교수는 “신선농산물에 있어 일본 도매시장에 비견되는 조직이나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본 도매시장의 전문성과 수급조정 기능을 강조했다.

◆ 자유경쟁 통한 상품가치 발견…신속한 대금결제

신선농산물의 가격 결정은 공공성을 가진 도매시장의 중요한 기능이다. 도매시장 유통인 가운데 특히 중도매인은 오랜 기간의 경험으로 상품가치에 관해 다양한 정보(품질, 규격, 출하시기와 성수기, 날씨에 다른 소비량 등)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격을 형성한다.

도매시장 중도매인은 특정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장사가 아니다. 다양한 상품을 원활하게 거래하는 것이 그 들의 장사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의 가치평가 능력은 곧 중도매인의 중요한 장사 밑천이며, 이들을 통한 가격형성이 납득되는 이유다.

도매시장은 자유경쟁이 확보된 공간이다. 개인 출하자와 농협, 산지유통인 등이 자유롭게 출하하기 때문에 생산이 지속될 수 있다. 또한 개별 집배센터와 산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중·소유통업체들은 도매시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입하면서 대형유통업체와 경쟁이 가능하다.

신속한 대금결제는 출하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기능이다. 신선농산물이 상품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짧다. 출하에서 최종소비는 더욱 짧다. 따라서 대금결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산지 입장에서는 외상판매가 늘어나고, 지금 지불이 곤란할 경우 현물 회수도 어려워 거래위험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매시장 출하에서는 위험부담이 없다. 이는 생산자의 생산 및 출하의욕을 높여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재배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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