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소 등 희귀성과 멸종 위험으로 검증받아


남양주 슬로푸드 조직위

경기도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 조직위원회는 소멸 위기에 있는 토종 종자와 음식 5종을 국제본부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우리 음식이 맛의 방주에 등재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제주 서귀포 ‘푸른콩장’, 경남 진주 ‘앉은뱅이 밀’, 충남 논산 ‘연산오계’, 경북 울릉 ‘칡소’ ‘섬말나리’ 등 5종이다.

맛의 방주는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음식문화 유산 소멸을 막고 세계음식에 관심을 두자는 취지로 1996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등재 조건은 맛있어야 하고 특정지역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 친환경 농경법으로 재배, 소량 생산되고 멸종 위험에 처해 있어야 한다.

조직위는 10월 1일 국내는 물론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 처음 열리는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아시오 구스토·Asio Gusto)를 앞두고 이들 5종을 후보 목록으로 올렸고 검증을 거쳐 지난 달 30일 등재했다.

◇서귀포 ‘푸른콩장’
푸른 콩으로 만든 된장과 간장으로 제주도 서귀포 일부 지역에서 만 명맥을 잇고 있다. 일반 된장과 향이 다르고 단맛도 난다. 규장각에 보관된 옛 조리서 ‘주방문’(酒方文)에 기록이 나오지만 1920년 이후 문헌에서 자취를 감췄다.
현재 재배 선호도가 줄고 있으며 이상기온, 태풍 등 자연재해로 2〜3년 흉작이 이어지면 종자 보존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남 진주 ‘앉은뱅이 밀’
경남 진주에서 3대째 전통을 잇고 있다.
키가 작아 바람에 잘 견디고 병충해에도 강해 인류 식량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 정부의 밀 수매가 없어지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고 1991년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지만 색이 붉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국내에서 무관심한 사이 일본과 미국이 개량종을 만들었고 미국 농학자 노먼 블로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충남 논산 ‘연산오계’
중병을 앓던 조선 숙종이 연산오계를 먹고 건강을 회복했고 태조 셋째 아들의 14세손인 이형흠이 연산에서 사육해 철종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에도 등장한다.
연산오계는 성질이 야생조류에 가깝고 6개월 이상 키워야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기르기 쉽지 않지만 이형흠의 증손이 일부 보존, 6대에 걸쳐 이어오고 있다.
1980년 ‘연산 화악리 오골계’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에 등록됐지만 2008년 오골계와 다른 품종으로 확인, 문화재청 심의를 거쳐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경북 울릉 ‘칡소’
줄무늬가 호랑이를 닮아 범소, 얼룩소 등으로도 불렸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검정소, 누렁소, 얼룩소가 외양간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이 나온다.
1399년 발간된 국내 최초 수의학서 ‘우의방’(牛醫方)에도 토종 소로 기록돼 있다. 일본강점기 일본 화우 개량사업과 군수물자 이용 등으로 600만 마리가 반출됐다. 이후 혼합 종으로 인식돼 농가 사육 기피로 전국에 400여 마리 만 남았으나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다는 장점이 알려지고 정부의 전통유전자원보존정책으로 1,500여 마리까지 늘었다.

◇경북 울릉 ‘섬말나리’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조선 고종 때 울릉도 개척령이 내려지면서 개척민들이 나리분지에 정착, 섬말나리 뿌리를 캐먹으며 살았다. 불법 채취가 늘고 야생 유해조수에 의해 개체 수가 감소, 1997년 산림청 희귀·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됐으며 민·관·학 차원의 복원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관상용, 약용, 식용으로 이용되지만 현재 식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으며 산채비빔밥에 뿌리와 어린 순을 섞은 음식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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