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고 낯부끄럽던 성문제는 온갖 매스컴과 인터넷 등의 과도한 노출에 의해 거리에 벌거벗고 나앉아 있는 꼴이 됐다. 시대가 변하면서 옛날 가치관이 통용되지 않는 세태이긴 하지만 이렇게 무분별한 정보에 의해 성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조차 지켜지지 않음이 문제다. 적어도 남모르게, 혹은 비밀스럽게 행해지던 모든 행위들이 범죄로까지 연결되는 극단적 상황은 오늘의 사회가 스스로 만든 부도덕함 때문이다.

70대 노인이 성추행을 위해 거리낌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사회에서 밝은 미래를 위한 희망을 찾기란 어렵다. 이 사회의 밤거리가 여성들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이, 장애이웃들까지 평화롭게 만들어야 미래가 기약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문화미래 이프’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펼칠 ‘시청 앞 밤 마실’ 행사는 미래의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행동이다. 밤길에 흉악한 성폭행으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넋들을 기리는 거리제로 시작되는 행사는 잔디광장의 위령제와 희생자를 위한 헌화, 유명 무용가의 살품이춤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성범죄 없는 신 세상을 기원하게 된다.

또한 홍대 앞 택시기사에 의한 납치살해 사건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여성전용 콜택시제 도입 시행을 기념하는 여성전용콜택시가 분홍 천으로 단장돼 전시될 예정이다.

인류역사와 더불어 성에 대한 범죄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사회전체가 이와 같은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겨우겨우 올바른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밤이 무섭지 않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그래서 아무리 애써도 부족하다는 신념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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