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욕심, ‘십수년 관(官)과 은밀한 거래로 챙겨’

다음 날 노인은 목맨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우창에서는 또 다시 최씨네 며느리를 데려가기 위해 진을 쳤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며느리의 친정 집 식구들과 동네 청년들이 몽둥이를 들고 대항하자 우창 식솔들과 무사들이 관의 병사들을 데리고 왔다.

며느리의 오라비가 욕을 해댔다.
“아주 관하고 짝짝꿍이 됐어. 영감님이 자리를 비웠다더니 그 사이 요절을 낼 모양이야, 죽일 놈들 같으니라구.”

고을 사람들 원성도 아랑곳 않고 우창 도주는 여강 들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었다.
“잘만 하면 저 넓은 들이 내 손에 들어 올 것 같은데…….”
요즘 우창 도주는 숨 돌릴 틈도 없었다. 오년 만에 돌아오는 도방회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오년마다 돌아오는 도방회는 보부상들이 유일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때였다. 새로운 도주를 뽑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전체 사할은 보부상의 권한이요, 육할은 우공의 권한이었다. 하지만 도장만 찍는 우공은 허수아비였고 모든 일은 우창 도주의 손안에 있었다.
도주는 단양을 기점으로 일을 결정하고 돌보아 왔지만 비난의 소리가 거세었다. 그 중 동방 방주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지난해부터 공공연히 비판하는 소리가 거세어졌으며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이제는 영월까지 동방 방주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며칠 후 있을 도방회에서 자신을 몰아내고 도주가 될 수도 있었다. 우창 도주가 여러 명의 심복을 보내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었지만 결과는 그 날 두고 봐야 할 일이라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도주가 무사를 증원한 것은 도적을 막는다는 핑계 삼아 이번 도방회에서 자기 위세를 보이기 위해서였다.

여차하면 자기 세력에 반기를 드는 지역 방주를 없애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이번 가을이 되면 한 몫 단단히 잡을 수 있는 기회인데 도주에서 물러나면 십분의 일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 뻔했다.
우창 도주는 서리를 불렀다. 서리 또한 도주가 바뀌면 찬밥신세가 될 운명이었다. 어둠이 깃들자 깊숙이 위치한 도주 밀실에 심복 중의 심복인 서리와 덕배가 들어섰다. 벌써 이십여 년 동고동락한 가까운 인척이었다.

“서리는 확실하게 경상도 쪽을 잡아. 하진 포구에 두어 집 전세를 내서 뼈가 녹도록 삶으란 말이야. 주머니도 두둑히 채워주고 외상이라도 있으면 탕감해 준다고 말해. 일단 말만 해놔.”
매포에 모인 동방이 죽기 살기로 덤비었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산중으로 도망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장사도 잘 안되고 이번 도방 회의는 뭔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모이는 것이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동방에 있는 보부상을 줄이면 어떨까 생각도 했지만 보부상은 우창의 기둥인데 대들보를 지키기 위해서 기둥을 뽑을 수는 없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도주를 한 번은 더해야 된다.”
덕배와 서리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 여강에 비치는 햇살이 은빛으로 눈부셨다.
글=조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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