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화의 물결, 철저히 대비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또한 유럽연합(EU), 캐나다, 인도, 멕시코, 중국 등과의 FTA는 진행 중이다. 국가의 경제와 농업의 미래가 달려있는 FTA 협상이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대권정국에 가려진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달 21일 EU와의 3차 협상이 끝났다. 오는 12일에는 4차 협상이 서울에서 개최된다. 캐나다, 인도, 멕시코 등과의 FTA도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 DDA 농업협상은 팔코너 의장의 세부원칙 초안에 따라 각국의 적극적인 협상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일 열린 농업협상동향 설명회에서 “지금의 동시다발적 FTA와 DDA 농업협상 동향을 한 마디로 하면 ‘전선(戰線)이 확대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당사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서 총칼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의 농업분야는 어느 국가와의 FTA에서도 가장 민감한 부문이다. 정부 관계자의 말대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은 어느 때 보다도 민감 농산물을 보호하려는 정부의지가 필요하다. 또한 진행 중인 협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한·EU FTA

3차협상 성과없어…양측 입장차 ‘뚜렷’
국내 축산업 피해 커…대책마련 ‘시급’

지난달 17~21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제3차 협상이 개최됐다. 농업분야 협상에서는 협정문 협의에 다소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양허 협상에서는 큰 입장차가 존재했다는 평가다. 협상관계자는 “협정문 협의에 다소나마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허안에 대한 입장차이는 컸다”며 “원래 정부가 계획한 연내 타결을 위해서는 상당한 진전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EU측은 자신들은 최종안에 근접한 양허안을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측의 양허안이 자신들의 제시안에 못미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전반적으로는 EU측 양허안과 상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감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양측이 양허의 균형을 이룰 수 없다는 설명이다.

EU는 우리 수정양허안이 기대에 미흡하기 때문에 한미FTA에 상응하는 개선없이는 품목별R/O방식으로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요 관심품목인 돼지고기, 닭고기, 주류, 낙농품, 초코렛 등이 한미FTA 결과와 차이가 많고, 특히 돼지고기를 미국, 칠레에 비해 민감하게 취급하고 있어 회원국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R/O방식이란 상대국이 제시한 양허안(Offer)에 해 추가요구안(Request)을 제시해 양측의 입장 차이가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협상하는 방식이다.

우리측은 한미FTA가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진전을 위해서는 우리측 민감품목에 대해 EU가 신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단은 EU가 냉동 삼겹살과 냉동 닭다리의 상당한 경쟁력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시했다. 또한 우리 관련 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들 품목에 대해서는 농산물 세이프가드와 같은 보호장치 없이는 관세를 철폐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U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5년에서 6년이내에 돼지고기 관세 대부분이 철폐되는 부담을 안게된다. 이럴 경우 국내 축산농가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EU는 농산물 세이프가드와 수입쿼타 제도 운영방식이 제시되지 않아 해당 품목의 양허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우리측은 한미FTA에 도입된 것과 유사한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목별 양허협상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우리측은 돼지고기, 닭고기, 포도주 등 EU의 수출보조 지급 대상품목은 우리 업계가 양허제외를 강력히 주장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벨기에 까지 원정시위에 나선 농업인 단체들의 절박함을 거론하며 EU측 협상단을 압박했다. EU는 수출보조는 양자간 논의에 부적절하며 수출신용, 국내보조 등 다른 보조금과 함께 다자협상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EU협상단은 “보조금이 모두 한국으로 가는 것이 아닌데 양자간 논의에서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위생·검역(SPS) 분과에서 EU는 WTO/SPS 협정문을 반복하는 선언적인 협정문이 아니라 실질적인 양자간 이행 내용이 담긴 협정문 작성을 희망했다. 질병·병해충에 대한 지역화 개념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 발생상황을 인정하기 위한 양자간 절차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EU는 동물복지 협력조항 설치에 동의해 준 것에 고마움을 전했다.

우리측은 협정문에 포함될 내용과 협정 체결 후 양자 협의경로를 통해 논의할 기술적 사항은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응했다. 지역화 인정 절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논의 동향을 지켜보며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작업장 승인, 검사비용 부담 문제 등은 양자간 기술적인 협의 문제다. 따라서 이 같은 사항을 협정문에 일괄적으로 기술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산지 분과는 통합협정문과 품목별 원산지 기준에 대한 상호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측은 신선농산물에는 각각 자국에서 기른 농산물(완전 생산물 원산지)만 특혜관세를 인정하기로 의견을 접근했다. 이 경우 유럽 국가들의 연합체인 EU는 회원국 전체가 EU원산지로 인정된다. 프랑스산 송아지가 독일에서 도축되더라도 원산지는 EU로 표시된다. 다만, 이 경우 원산지 표시는 제품표시가 아닌 관세 부과를 위한 기준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개념에 따른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리적 표시 분과는 우리측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EU는 자신들의 지리적표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상표법에 한계가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제4차 협상은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4차 협상에서는 관심 품목별로 실질적인 논의가 예상된다. 돼지고기 등 축산물에 대한 협상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캐나다 FTA

축산물 및 일부곡물 양허개선 폭이 쟁점

지난 2005년 7월에 협상이 개시돼 지금까지 12차례 협상이 진행됐다. 전체적인 협상의 흐름은 양측의 농산물 양허수준에 대한 기대가 달라 어려움이 큰 상태다.
캐나다측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과 보리, 대두 등 일부 곡물에 대한 양허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002~2004년 평균 수입액 기준으로 적어도 99% 이상의 관세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상품양허안 협상의 진전을 위해 상품분야 실무협상이 두 차례(1차 오타와, 2차 서울) 개최됐다. 양측은 민감도가 낮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했다. 주류, 초코렛류, 일부 과일쥬스 및 조제품, 일부 조제식료품 등은 합의된 상태다. 양자간 현저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쇠고기, 돼지고기, 보리류(겉보리, 쌀보리, 맥주맥), 대두 등 주요 민감품목은 상당부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농림부 협상 관계자는 “가공품에 대한 협상이 진행됐고, 신선 농산물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다”며 “현재는 SPS 위원회 설치, 농업위원회 설치, 도축원산지(미국 기준요구) 문제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어 당초 목표한 연내타결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한·인도 CEPA

印 농업잠재력 감안한 양허안 필요

인도와 추진중인 CEPA는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으로 상품·서비스교역 자유화뿐만 아니라 투자·경제협력 등 경제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FTA의 일종이다.
한·인도 CEPA는 2007년말 타결을 목표로 지난 2006년 3월이후 8차례 협상이 진행됐다. 현재 양국은 상품양허안에 대한 일반적 입장을 교환한 상태다.

인도측은 지난 8월 서한을 통해 우리 쌀, 육류, 사과, 배, 감귤 등 732개 농산물에 대한 양허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아무런 양허안 개선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민감한 농산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양허개선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농림부 자유무역협정과 관계자는 “우리 농산물 양허안에 대한 인도측의 개선요구 수준에 따라 농산물 양허협상의 강도가 결정될 전망”이라며 “우리측 개선양허안은 인도의 농업 잠재력과 양허개선 우선순위 목록의 수준 등을 고려해 신중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8차 협상은 10월말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연내타결이 목표지만, 양국 상품양허안의 개방수준에 따라 내년에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멕시코 FTA

개방폭 클 듯…농업 피해 최소화해야

당초 2006년 타결을 목표로 진행된 SECA 협상은 3차 협상(2006.6월)이후 양허범위에 대한 첨예한 입장차로 협상이 중단됐다. SECA(Strategic Economic Complementation Agreement)는 전략적 경제보완협정을 뜻한다.
상품의 범위를 한정해 협상하는 방식으로 FTA보다 무역자유화 수준이 낮다. 3차 협상까지는 우리측이 공산품 및 일부 농산물을 포함한 양허안을 제시한 반면 멕시코는 공산품의 일부만을 포함한 양허안을 제시했다.
올 7월 멕시코측이 SECA대신 높은 자유화 수준의 FTA로 변경할 것을 희망. 향후 FTA 협상에서는 개방폭이 큰 상품 양허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2007년 8월 8일 양측은 협상재개를 발표하고 10월 중 제4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멕시코산 수입농산물에 대한 면밀한 조사분석 등을 통해 우리 농업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 멕시코 농산물 수입실적인 2006년 기준으로 연간 4천만불 수준이다. 주요 수입품목으로는 쇠고기, 돼지고기, 맥주, 데낄라, 커피 등이다.


◆한·중 FTA 산관학 공동연구

주요농산물의 양허제외 근거 마련해야

한국과 중국은 2005년 3월~2006년 10월 FTA 민간 공동연구를 완료했다. 2007년 3월에는 산관학 공동연구 그룹을 발족했다. 산(産)은 농수산물유통공사(3차 회의부터), 관(官)은 외교통상부, 학(學)은 농촌경제연구원이다.
한·중 FTA가 추진될 경우 중국의 지리적 근접성, 소비자 선호 및 생산구조의 유사성 등에 의해 우리 농업에 미칠 영향이 클 전망이다. 민간공동연구 결과 농산물 관세철폐시 주요 채소 및 과일류 등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분석됐다.

상해에서 지난달 18~19일간 개최된 전문가 회의에서 우리측은 주요농산물에 대한 양허제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중국측에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특정분야의 사전제외(pre-exclude)를 반대한다며 입장차를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측의 입장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상당부분 농산물에 대한 양허제외가 가능하도록 공식절차를 거쳐 정식 멘데이트(위임받은 협상의 범위)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DDA 협상

연내타결은 어려울 듯

2001년 11월 UR협상 결과의 토대위에서 시장개방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목표하에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출범했다. DDA 협상은 당초 2003년 3월까지 세부원칙을 수립하고 9월까지 이행계획서 제출, 2004년말에 협상을 완료한다는 일정이었다.

2003년 9월 칸쿤 각료회의에서 기본골격 합의에 실패. 2004년 7월말까지 우선 기본골격만의 타결을 목표로 집중적인 협상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2004년 8월 1일 WTO 일반이사회에서 기본골격이 채택됐다.

2005년 12월 홍콩 각료회의에서 향후 DDA 협상일정을 마련하고, 수출보조 철폐일시에 합의했다. 이로서 DDA 협상이 진전될 수 있는 추진력이 유지됐다.

2006년 7월 국내보조, 시장접근 등 중 이슈에서 미국과 EU의 입장차 확인. 가장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미국과 EU의 대치에 따라 라미 사무총장은 협상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2006년 11월 협상 재개를 선언. 2007년 1월27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WTO 소규모 각료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DDA 협상을 본격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농업협상그룹 팔코너 의장은 다자협상에서 주요쟁점에 대한 논의진전을 위해 2007년 4월과 5월에 두 차례 의장문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주요 4개국(미국, EU, 인도, 브라질)은 올 6월에 장관급 회동을 가졌다. 그러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돼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올 7월에 팔코너 의장이 세부원칙의 초안을 배포했고, 이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다자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DDA 협상은 연내 세부원칙 타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연내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중론을 내놓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선정국과 한미FTA 타결 등의 미국의 국내 문제로 인한 적극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