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농가의 가장 큰 고민이 축산폐수 처리 문제다. 아름다운 목장 풍경은 달력 속 그림에 불과하고 실제는 코를 찌르는 악취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대상이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축산 농가는 축산 오·폐수를 바다에 버린다. 그러나 2012년이면 이 방법마저 금지된다. 축산폐수는 오염도 면에서 보면 단연 여타 오염물질보다 높다. 돼지의 분뇨가 섞인 폐수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2만~3만ppm에 달하는데, 이는 사람의 생활폐수가 2천ppm임을 감안할 때 10배 이상 높은 오염도다.

한국과학기술원(KIST) 박완철 박사가 개발한 청국장 균(바실러스균)을 이용한 오·폐수처리공법이 경남 합천군의 폐수처리장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하루 평균 2만5천마리의 돼지가 배설하는 폐수 양에 해당되는 150t을 처리하는 이곳에 거의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하니, 해양투기 금지로 대책이 없던 축산 농가로서는 어두운 터널 끝에서 희망의 불빛을 본 셈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비용이 많이 든다면 소용이 없다. 이번 KIST가 개발한 공법은 돈도 적게 들고 처리장을 거친 폐수를 그대로 강으로 방류해도 좋을 만큼 오염도가 거의 없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그야말로 획기적 공법인 것이다.

축산폐수 처리문제로 자칫하면 국내산 고기를 먹지 못할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20여 년에 걸친 한 과학자의 집념어린 연구결과가 한국축산업의 부흥을 가져올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는 이 획기적 공법을 적용한 폐수처리장이 전국 곳곳에 설치돼 누구나 아름다운 목장풍경을 즐기고 축산 농가들은 미래에 대한 화려한 꿈을 마음껏 꿀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꿈은 희망의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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