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향 그윽한 한적한 시골,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반갑게 맞는다.
마을 뒤편으로 주봉산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고 동네 곳곳에는 길잡이격 안내판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가축농장 테마길’, ‘디딜방아 체험장’, ‘지경 다지기 및 짚풀 공예장’과 ‘치즈 체험장’ 등 등. 특히 몇 몇 가구들의 대문위에는 ‘두리댁’, ‘공주댁’, ‘상굴댁’, ‘세면댁’이란 명찰도 붙여져 있다.

민박이 가능하다는 테마형 이름인 듯 싶다. 다양한 종류의 가축과 농경문화가 공존해 있는 이곳, 특별한 생각없이 한가롭게 걷는 마을 길은 동화속 나라같은 정감을 느끼게 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과 화성시농업기술센터가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 일명 ‘축산퍼머컬처형’ 테마로 운영되는 화성 양감면 요당 1리의 은행나무 마을은 찾는 이들이 많다.

올들어 4천여 명의 도시민이 방문했다. 특히 농촌체험의 절정기인 8~9월 중에는 전국 최고의 방문객수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예부터 지녀온 문화적 자원이 이 마을만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농촌 풍경과 마을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이 도시민을 유혹한 것 같다”고 은행나무마을 류기청 이장(46)은 말한다.
그의 자랑은 거짓이 아닌듯 싶다.

마을의 주변 풍경은 썩 수려하지는 않다. 오히려 마을 건너편으로 콘크리트 공장 건물이 시야를 자극, 풍경마저 해치는 듯한 모습까지 안고 있다. 드러내고 있진 않지만 뭔가 매력 포인트가 있다.
정신없이 지나치는 현대인의 삶이 넉넉한 고향의 정으로 사그러드는 듯한 그런 포근함과 다정 다감 함이 철철 넘쳐 보이기 때문일까.

이 마을의 체험컨셉은 ‘축산퍼머컬처’다.
축산(젖소)을 소재로 동물과 사람 그리고 과수원 등 농경지가 상호 공존하는 자연 순환적 농촌 체험형 테마를 말한다.
우선 ‘수제치즈체험’이 눈에 띈다.

방목하는 건강한 젖소·염소의 젖으로 독특한 향과 담백함이 깃들인 고단백 식품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어 보는 코스다. 시중에서 사먹는 치즈와는 사뭇 다른 맛과 질감을 느끼게 한다.
또 ‘동물농장체험’도 인기다.

마을은 일찍이 젖소 사육이 마을 주민 생계의 근간을 차지했다. 특히 이 마을은 복제 송아지가 탄생한 마을로도 알려져 있다. 지금은 복합영농형 마을로 변했지만 아직까지 암소만도 600여 두가 사육중에 있는 낙농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자리한 가축 농장을 둘러보며 사슴 염소 젖소 오리 닭과 병아리 꿩 등을 한몫에 볼 수 있도록 잘 단장돼 있다.
이 마을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전통농경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일명 ‘지경 다지기’. ‘에이~여~어라!! 지경이요~!!’ 신명나는 우리 장단에 맞춰 우리네 삶터를 토닥 토닥 튼튼히 다져본다. 동아줄로 엮인 커다란 바위도 하나된 마음만 있다면 들어 올리는데 문제 없어 보인다.

또 덩~더쿵! 쿵~더쿵! ‘디딜방아’, 발로 밟는 절구가 절묘하게 곡식을 콩콩 찧어대면 어느새 껍질이 벗겨진 알곡만 남는다. 우리네 조상들의 생활도 엿보고 협동의 마음도 체험하는 곳이다.

어른들에겐 옛날 추억을 하나 하나 더듬어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겐 소중한 배움의 소재를 제공하는 ‘짚풀공예’, 향긋한 쑥을 넣으면 푸른 빛깔 고운 쑥떡 한판! 떡메치기, ‘동아줄 그네타기’도 주요 체험소재다.
겨울에는 ‘논썰매타기’, ‘팽이치기’ 봄에는 ‘모내기’, ‘씨뿌리기’ 여름과 가을 사이 알밤 등 ‘수확 체험’도 가능하고 논두렁에서 ‘허수아비 만들기’ ‘메뚜기 잡기’ 등도 운치 있어 본인다.

이 마을, 류기청 이장은 마을의 자랑을 단연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 은행나무를 들 수 있다. 이 나무는 조상들과 함께 해왔기에 지금도 마을 수호신격으로 신성시되고 있으며 때마다 나무 아래에서 온동네 사람들과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덩더쿵 멋드러진 축제를 열어오고 있다”고 말한다.

은행나무는 여름에는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그늘이자 휴식처로, 또 가을에는 너무나 멋진 정취 있는 쉼터로 변신하는 마을 자랑이며 수호신이자 보호수 격인 셈이다.
마을 뒤편으로 명산 주봉산이 위치해 있다.
이를 이용한 생태체험장도 돋보인다.

우선 산책로로 제격인데다 정상에 올라서면 통나무 밑동의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가로이 멀리 서해대교의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산에 올라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구수한 옛 이야기도 듣는다.
그리고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동안, 주변에 깔린 여러 식물들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체험 거리가 풍부하게 드리워져 있다.

이런 환경과 조건으로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긴 하나 그보다 마을 주민들의 의지가 체험장을 더욱 빚나게 하고 있다는 평이다.

즉 소재보다는 운영적 측면이다. 한 두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안내는 물론 설명을 도맡아 하는 타 지역의 일반적 체험 운영과는 사못 다르게 진행된다. 이 마을에서는 각 체험장마다 전문 지도선생이 배치돼 과정 과정들을 이끈다.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 프로이기 때문에 내용이 알찰 수 밖에 없다.

짚풀공예를 담당하고 있는 류강수씨(78), 마을 유래를 설명하는 류정수씨(81), 지경다지기를 주도하는 류영수씨(79) 등의 어르신들은 80의 나이지만 아직도 정정한 기상으로 체험을 이끌고 있는 지도교사다.
마을은 날로 도시민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손익 분기점을 따져볼 만 한 형편은 아니다. 때문에 도시민을 유입할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 창출에 여념이 없다.

또 주민들의 일치된 의욕이 있기에 승산이 충분해 보인다.
“조만간 기대 이상의 보람과 높은 농외소득을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류기청 이장, 그는 내실을 차근차근 다지며 홍보에도 주력, 전국 제일의 테마마을을 조성해 볼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사당·조암간 버스 사당에서 출발(1시간 30분 30분 소요)→발안하차→택시이용 목적지까지 10분 소요 또는 수원역에서 32번 33번 버스 출발(1시간 소요 10분 간격)→발안 하차→택시이용.

자가용=경부 서해안 고속도로 이용→평택 음성간 고속도로→청북 IC→수원방면 200m 우회전→덕지사 방향 직진→은행나무마을


주변 가볼만한 곳

제부도(www.westzone.co.kr 031-369-2069 화성시 서신면 송교리 제부도)
초록산 신림욕장(www.kagopa.com 031-369-2344 화성시 양감면 사창리 159)
용주사(www.yongjoosa.or.kr 031-234-0040 화성시 송산동 188)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