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농업인들 권익 찾아야 농업발전

  
 
  
 
농가수입 40% 이상 기여해도 여전히 ‘가족종사자’
대부분 여성 생산성 절하돼 직업인 인정 못 받아

아시아의 여성농업인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16일 농촌진흥청 국제회의장에서 농촌진흥청과 아태지역 식량비료기술센터(FFTC) 공동 주최로 열린 ‘아시아 농촌개발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 향상’ 국제세미나에서 이같은 문제점이 제기돼 해결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모인 일본,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베트남 등 10개국의 여성농업인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아시아 지역의 여성농업인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연변대학교의 김화선 박사는 “연변 촌의 핵심지도자는 촌장과 당서기, 부녀주임으로 나누는데 사실상 부녀주임이 하는 일은 촌 사무의 절반 이상이 된다”면서 “촌장과 당서기는 임기가 15년 이상만 되면 퇴직금이 달마다 200원(한국돈 약 2만6천원 정도)씩 나오는데 부녀주임은 퇴직금이란 것이 없다”고 중국의 여성농업인이 받는 불평등을 토로했다.

리타 누어 수헤티 인도 농업사회경제정책연구소 여성전문가는 “현재 인도 여성의 6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가구 수입의 약 40%를 여성이 기여한다고 한다”며 “그러나 인도의 뿌리깊은 사회문화적 편견상 여성의 지위는 가정영역에 놓여져 있어 비생산적이고 하찮아서 경제적 가치가 없는 존재로 취급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로사리잔 살레 농업연구원은 “말레이시아의 경우도 산업화로 남성농업인이 도시로 이농하면서 남은 소농을 여성이 운영하게 됐고 이로 인해 농촌의 여성 노동력 비중이 70% 이상까지 증가했다”며 “그러나 아직도 농사에서 경영주는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은 가족종사자의 위치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왠치 황 핑퉁과학기술대 열대농업과 교수는 “농어업인단체, 농지개량조합 등은 농업인을 위한 중요한 사회적 공동체”라며 “그러나 이들 조직의 임원으로 가입된 여성농업인은 겨우 1.88%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이 최근 아시아 지역의 나라들 대부분 산업화에 따른 남성들의 이농으로 농업의 여성화가 진행되고 있다.


‘농업인’ 인정하고 소득·복지 보장해야
‘가족경영협약’ 본보기…국가간 공동연구 추진 모색

여성농업인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 중 가장 큰 문제가 직업인으로서의 불인정 문제다. 이는 바로 임금과 농지 소유 문제와 직결된다.

고바인드 켈커 UN여성발전기금 프로그램 담당은 “여성농업인의 노동력에 대한 평가가 절하돼 계속해서 남성농업인과 여성농업인의 소득격차가 벌어질 경우 젊은 여성농업인들은 도시지역으로 나가게 되고 이로 인해 농촌은 황폐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여성농업인을 농업경영 파트너가 아닌 법적 농업인으로 인정해 여성농업인의 소득과 복지를 보장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경우 ‘가족경영협약’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스미코 아베 농사개량보급협회 강사는 “일본의 가족경영협약은 1995년부터 전국적으로 추진됐고 현재 협약을 맺은 농가수는 34,521호 이다”며 “이를 통해 일본의 여성농업인은 법적 농업인으로 인정받아 경영주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대우 받는다”

“이를 통해 여성농업인이 보다 능동적이고 자신감있게 농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아직 남성의 가사분담이 적고, 부인은 농업인과 주부의 일을 수행함으로써 과중한 부담을 안게 돼 성평등에 대한 의식이 더 진전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타 누어 수헤티에 따르면 “인도도 2000년부터 농업부를 위한 ‘성 인식’이 수행되고 대통령의 지시로 모든 정부기관에서 업무에 성을 고려토록 했다”며 “이런 인식의 전환이 농업부 관료들에서부터 일반대중에게까지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6년 농촌자원개발연구소의 제안으로 74쌍이 가족경영협약을 맺은 바 있고 현재 총 129호의 농가가 가족경영협약을 이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순천에서 ‘여성농업인 육성법’의 조례가 통과 되는 등 여성농업인에 대한 권리보장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싱-화 후 아태식량비료기술센터 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토론회를 통해 여성농업인의 잠재력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과 경험 교류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며 “참여국들 간 공동연구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기조연설 - “농촌여성에게 ‘기회’ ‘정보’ 제공해야”

부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네팔 등과 같이 농업생산이 GDP의 3분의 1 이상인 국가들과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과 같이 4분의 1 이상인 국가에서 여성들은 농업부문에 실질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 총 여성인구 대비 경제활동여성의 인구비율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15~18%에 달하며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49~98%에 달한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서는 총 여성인구의 69%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태국, 베트남에서는 여성농업인과 남성의 비율이 거의 같다. 반면 캄보디아, 라오스, 스리랑카, 인도, 부탄,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중국 등의 경우 농업에 고용된 여성의 숫자가 남성보다 더 많다.

농촌여성들의 농업에 대한 공헌도와 생산성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식량확보 목표달성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농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가정과 국가의 식량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농촌여성들은 가구의 식량과 영양섭취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도전은 농촌여성에게 제공되는 자원과 기회가 남성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것.

따라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농촌여성들에게 농업기술을 지도하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또한 농촌여성이 그들의 농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들을 자연재해와 기상변화를 앓고 있는 환경을 치유하는 모든 사업에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국제적 또는 국가적 차원의 농업연구 및 지도기관들은 가구 및 국가의 식량확보, 빈곤의 완화와 후손의 복지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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