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생산한 농산물 저녁이면 식탁에

경기도 용인시는 서부쪽은 최첨단 신도시, 동부쪽은 품질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촌지역으로 완전히 나눠져 있는 아주 재밌는 도시다. 그리고 동부쪽의 생산 농산물이 서부쪽의 도시민들에 공급되는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생산과 소비가 활발한 지역이다.

용인시 농업인들이 자체 결성한 ‘아홉색깔 농부들’은 지역의 로컬푸드 실천을 위해 똘똘뭉친 꾸러미사업 모임이다. 30대부터 60대까지 고른 연령대의 농업인들은 유정란, 오미자, 양봉, 체험농장 등 품목도 다양하다. 지난 2011년 용인시농업기술센터 E-비즈니스 교육에서 만난 9명이 그룹을 결성했고, 지금은 13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표농부 겪인 장정근(59·오미자, 양돈)씨는 “일반적인 농산물 유통 시스템에 적용하면 용인시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서울을 거쳐 다시 용인의 소비자들에게 전해진다”면서 “아홉색깔 농부들은 이런 유통을 개선해 소비자들이 지역의 농산물을 신선하고, 빠른 시간내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의 준비 끝에 지난 해 4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홉색깔 농부들은 매주 수요일이면 모여 꾸러미를 싸고, 직접 배달을 하고 있다. 주문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받는데 처음에는 5~6개에 불과했던 꾸러미도 지금은 60~70개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 장정근씨
또 이들의 가장 큰 철칙은 당일 생산한 농산물을 당일날에 소비자들한테 전달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가장 맛 좋고, 신선할 때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소비자와 얼굴을 대하면서 신뢰를 쌓는 등 반응을 체크하는 것이다. 또 1년에 2~3차례 소비자를 초청해 팜파티를 연다.
장정근씨는 “푸드마일리지가 긴 농산물은 아무리 냉장보관을 해도 신선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당일 원칙을 고수하는 아홉색깔 농부들의 농산물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힘든점도 많고, 가야할 길도 멀다. 일단은 회원들이 각자 농사를 짓다보니 수요일 하루는 꼬박 포장과 배달에 매달려야 하고, 아직 포장시설과 집하장이 마련되지 않아 경비 마련도 부담을 느낀다. 앞으로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집하장도 마련할 계획이긴 하지만 몇몇 농업인들이 하기에는 조금은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처럼 보였다.

장정근씨는 “아직 초창기라 좌충우돌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들이 알아주는 만큼 회원들은 희망을 갖고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지역, 지자체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농촌경제, 도시소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업 현실이 녹녹치 않은 상황에서 푸드마일리지를 줄이고, 로컬푸드를 실천하는 것은 분명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아홉색깔 농부들이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구십색깔, 구백색깔 농부들로 계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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