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제10차 협상이 경기도 일산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 협상개시 선언과 함께 같은 달 중국 베이징에서 첫 협상이 이뤄진 이후 벌써 열 번째 협상을 벌일 만큼 진척이 빠르다. 짝수 차 개최지인 한국에서는 전국을 유람하듯 제주, 경주, 부산, 인천을 거쳐 일산에서 열리고 있다. 협상장소를 공간적으로 구성하면 서울 입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양국의 협상 타결 시나리오는 아마도 서울과 베이징에서 공식발표로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협상 진전이 예상외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국민들은 그 경과와 협상내용의 중간매듭을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농업분야는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될 경우 15년간 30조원에 육박하는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일관되게 협상중단을 외치고 있지만 정부는 공포에 떨고 있는 농업인에게 협상진행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통상절차법을 어기고 국회에 협상경과를 보고하지도 않은 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밀실협상, 졸속협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을 무슨 요술방망이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세계시장을 다 섭렵하면 국내 대기업 몇몇이 전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처럼 날조하고 있다. 군침 흘리며 눈독 들인 미국을 비롯한 북미와 남미, 유럽연합, 호주, 중국 등 거대시장을 자유무역협정으로 들쑤셔보자는 속셈이다. 그 사이 국내시장은 외국이 잠식해가고, 자동차나 휴대폰 같은 몇몇 산업을 제외하고 많은 국내 산업기반이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다.

지난해 12월 호주, 올해 3월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도 밀실에서 이뤄지고 국민은 대통령의 악수 퍼포먼스만 봐야 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전체 국익을 위해 농업 등 일부 산업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협정에 따른 피해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놨다는 식으로 녹음기를 틀어댔다. 묻는다. 정부가 주장하는 국익은 실제 극소수 재벌기업의 이익을 말하는 것이지 않은가, 그들을 위해 농업은 말살해도 괜찮은 산업인가, 농업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답할 필요는 없다. 국익이라는 거짓 가면극, 그 협상을 멈추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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