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뜻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연초에 첫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한 후 비교적 소강상태가 지속되면서 바이러스 잠복기 삼 주를 지나 2월초에 종료선언을 할 뻔했다. 그러나 그 직후 터진 조류인플루엔자는 소강상태가 무색하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했다.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고 농업인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불편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정부당국의 대대적인 방역활동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전국 곳곳에서 발병하니 답답했을 법도 하다. 철새, 야생동물, 사람까지 어지간한 것들은 전염원인 목록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가금사육농가의 방역의식 부족은 발병과 직결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여론의 정의’일까, 반전이 일어났다. 정부기관인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가금연구시설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한 것이다. 직원 출입차단을 비롯해 온갖 고강도 방역활동을 벌이며 정부 매뉴얼대로 철저히 관리했는데도 말이다. 정부의 진짜 고민이 시작됐다. 나름대로 고민해 제도 도입을 발표했지만 부메랑이 됐으니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도 가만둘 리 만무하다. 2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여야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농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라고 꼬집으며 도입여부 재검토를 주문했다. 사필귀정이라 할 만하다.
정부 고민의 해법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장관의 강점인 소통의 ‘초심’에서 출발하면 된다. 행정부 수장들 대개가 청와대나 대통령, 혹은 국회와의 소통에 목맬 때 농림장관은 현장과의, 농업인과의 소통을 소중히 여겼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물릴 수 없는 사안은 없다. 농가에 경각심을 줬다는 차원에서 제도 도입 논의는 그치고, 보다 합리적이고 서로 양해할 수 있는 대책과 방역체계를 세우는 일이 소통이요 해법일 것이다.
여성농업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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