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세청은 시중에 파는 미국산 오렌지주스에 대해 고강도 원산지 조사에 돌입한다고 발표했었다. 미국이 냉해 등으로 오렌지 작황이 2년째 안 좋은데, 미산오렌지주스 수입액은 2년새 3배나 급증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원산지를 속여서 관세없이 들여오는 미국산으로 둔갑했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발표 직후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직원들이 대표단을 꾸려 미국으로 갔다. 오렌지 농축액에 대해 현장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헌데 이들 대표단의 미국 활동이 미심쩍다. 오렌지주스를 수출하는 기업들을 돌며 원산지 증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실무조사진들이 워싱턴을 찾아 미 통상대표부 관계자들과 접촉했고, 이들과 주된 회의를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당초 관세청은 미국의 일부 업체들이 브라질업체 소유인데다, 여러 가지 정황상 브라질 등에서 오렌지나 그 농축액을 들여와 가공한 단서가 포착됐다고, 조사에 자신감을 표했다.

헌데 통상대표부 사람들을 만나고, 미 정부 고위관료와 접촉하더니 태도가 용두사미가 됐다. “그냥 미국 정부가 인증하는 정도에서 원산지를 인정해 달라”는 미측 주장을 수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러한 내용의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관세당국이 소정의 절차에 따라 결론 내릴 것”이라며 부정도 긍정도 아닌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모름지기 정부라면 “철저하게 조사중이고, 조사절차나 내용은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그간 끊임없이 압박을 가해온 미국의 ‘원산지 증명 인정’ 요구에 손을 들었다는 때문으로 밖에 생각들지 않는다.

오바마의 방한에 맞춘 ‘종합선물세트’라는 시나리오가 예측대로 하나하나 들어맞고 있다. 믿기 힘겹고 불안한 생각들을 정부는, ‘아니’라고 잠재워줘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쌀개방, 유기농 개방, 원산지 증명 인정, 쇠고기 추가개방 등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정부의 입장과 현 상황을 드러내야 한다. 뭘 알고 당해야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