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최근 규제개혁이 화두다.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대부분의 규제는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 그러나 현실과 맞지 않은 황당한 규제도 많다. PC방에서 컵라면에 물을 부어 팔면 3천만원 벌금이라든지, 화장품을 판매하려면 정신과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든지, 동네 떡집은 떡을 배달하면 불법이라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규제들도 있다.

 농지, 주택, 식품, 환경 등 농어촌 분야에도 각종 규제가 많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무총리 주재 정부업무평가 결과에서 2년 연속 규제개혁부문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만큼 농식품 분야에 아직 개혁해야 할 규제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 지어놓은 농작물을 멧돼지나 고라니가 망쳐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포획을 금지하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농업연구나 기술개발 등에도 규제가 따른다. 농지는 농업인이 농사목적으로만 소유가 가능하다. 연구나 실습용 작물재배를 위해 농지가 필요한 바이오기업이나 벤처기업은 농지 소유에 어려움이 많다. 귀농이나 귀촌을 시도하는 인력도 복잡한 절차 때문에 망설인다고 한다.

 때로는 새로운 정책이나 제도가 ‘신종 규제’로 변질되고 있으나 공직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규제 개혁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막는 것이다. 규제 개선상황 점검체계를 구축하고, 규제혁신 아이디어를 포상하는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 필자가 농촌진흥청장으로 재직 시 농촌현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농촌규제 1,000건 발굴 운동’을 전개했다. 농업관련 부처 소관뿐만 아니라 타 부처 소관 규제도 발굴하여 국무총리실에 제출하였다. 단기과제는 즉시 개선토록 하고 중장기 과제는 추가검토 후 해결토록 하였다. 규제개선의 경제효과가 연간 900억원에 달한다는 자체 분석 결과도 나왔다.

 농식품 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농식품 분야의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농업은 식품, 과학기술, 바이오 생명산업 등 다양한 산업과 융복합하는 6차 산업으로 변모되는 현실이다. 관광, 교육, 체험, 휴양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규제를 완화하여 농어촌 투자를 늘려야 한다.

 6차 산업 마인드로 농업을 성공시킨 사례는 매우 많다. 과거 사양산업으로 간주되던 양잠 산물이 화장품, 치약, 비누를 만들어 내는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인공 고막이나 인공뼈 개발까지 이를 전망이다. 1g당 가격이 금보다 비싼 종자도 즐비하다. 농작물을 이용한 다양한 건강 기능성식품이나 의약품이 만들어지고 식품, 화장품, 제약업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식품을 만드는 제약회사가 생기고 먹는 화장품이 출시되며, 벌침(봉독)을 활용한 화장품 및 의약품이 개발된다.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중심으로 농업을 평가하는 것은 옛이야기다. 우리 농업의 부가가치는 GDP의 3% 정도이나, 과학기술과 융복합하고 창조력과 아이디어가 결합되면 훨씬 높은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가 “농업은 향후 가장 유망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산업 중 하나”라고 한 말이나 “농업은 단순한 경제의 일부분이 아니라 미래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파트너”라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인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농업의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 규제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장벽을 없애고 시야를 넓히고 영역과 범위를 확장해야 우리 농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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