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개설자, 정가·수의 확대 방안 반발



수급조절메뉴얼 ‘한계’… 농가 “현실반영 필요”

정가·수의 확대키 위해 ‘운영·관리 조례’ 개정 요구



정부가 지난해 5월 수립한 ‘농축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의 추진실적을 평가한 결과, 현장에서의 체감이 크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보완대책은 최근 열린 제15차 경제관계장관회의(기획재정부)와 제38회 국가정책조정회의(국무조정실)를 통해 확정됐다.

보완대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도매시장 개설자 평가를 통한 외부위탁 의무화와 시설현대화 계획 수립 등의 도매시장 운영 효율화이다. 또한 정가·수의매매의 조기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도매시장 수수료 및 시장사용료 인하,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직거래 플랫폼’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정부의 유통구조개선 보완대책의 대강을 짚어본다.


 현실, 교섭비용 증가 등… 정가·수의매매 ‘부진’

정부가 추진하는 도매시장 정책의 첨병은 정가·수의매매 확대이다. 정가·수의매매는 도매시장 출하 이전에 미리 가격과 거래상대를 결정하기 때문에 경매제도에 비해 가격진폭이 적고, 대형화된 소비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로 손꼽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번 농안법 개정을 통해 도매시장법인의 매수집하를 허용하는 등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정착된 경매제에 익숙한 도매시장 유통주체들의 소극적인 참여와 거래교섭에 필요한 추가비용 등의 이유로 정가·수의매매의 정착이 더딘 상황이다. 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2012년 8.9%에서 2013년 9.9%로 상승했지만, 대부분은 수입과일을 통한 보여주기식 실적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 및 시설사용료 ‘인하’…실질적 당근 제시

이에 정부가 정가·수의매매의 조기정착을 위해 도매시장 유통주체들에 대한 인센티브 및 평가 강화를 제시했다. 금년 중에 농안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도매시장의 저온창고 시설사용료(시설평가액의 5%)를 감면하고, 정가·수의매매 물량에 대한 시장사용료를 거래액의 0.5%에서 0.3%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도매시장법인 평가 시(100점 만점) 정가·수의매매 실적 비중을 상향 조정(10점→15점)하고, 중도매인 평가시 정가·수의매매 지표를 새롭게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지자체가 ‘공영도매시장 운영·관리 조례’를 개정하도록 해 정가·수의매매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내용에 대해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도매시장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도매시장 개설자 평가 결과 1회 부진시 외부 컨설팅, 2회 연속 부진시 외부기관(aT) 위탁관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농안법을 개정(2014년 국회 제출)할 계획이다.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의 중장기 추진계획을 금년 6월에 수립하여 도매시장을 유형별(거점형, 산지형, 소비지형 등)로 구분하고, 각 유형별 시설현대화사업의 방향을 제시하기로 했다.

또한 도매시장의 파렛트 단위 유통 확대를 통한 물류효율화를 위해 금년 11월부터 서울 가락·강서 및 구리시장에서 사과·배 등 5개 품목에 대해 최소출하단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가락시장에서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주관으로 하역체계 개선을 위한 물류법인 설립이 추진 중에 있다.

도매시장 개설자 ‘반발’…“시장 및 시설사용료 인하… ‘일방적’”

보완대책이 밝히고 있는 저온창고 시설사용료 감면과 정가·수의매매 물량에 대한 시장사용료 인하에 대한 개설자의 반발이 거세다.

가락시장과 강서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정부의 보완대책에 대해 “일방적으로 협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개설자인 서울시를 통해 농식품부에 정식으로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리농수산물공사도 농식품부의 보완대책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리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지난 1월 도매시장발전협의회 과정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가 안건으로 제기됐지만, 당시에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면서 “정가·수의매매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비용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아닌, 산지 출하농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상장수수료 인하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공영도매시장의 저온창고 필수시설 지정은 도매시장 발전을 위한 유통주체들의 숙원과제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개설자가 저온창고 시설의 필수시설 지정 반대에 대한 이유는 “현실적으로 저온창고가 지하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중도매인이 납품을 위한 저장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저온창고 보다는 정가·수의매매를 위한 새로운 시설에 대해 국고지원 및 사용주체(도매시장법인)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시장사용료에 대한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상장수수료 인하라는 대안을 주장했다.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통해 상장수수료를 인하해 출하자가 정가·수의매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출하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보완대책은 정가·수의매매로 인해 도매시장법인이 추가 부담해야하는 교섭비용의 일정부분을 경감시키려는 구조적인 프로세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지만, 거래방식을 결정하는 출하선택권을 가진 출하농가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할 경우 정가·수의매매 정착이 상향식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 관리공사들이 도매시장 운영에 따른 수익감소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도매시장 상황에서 저온창고 필수시설 지정이나 시장사용료 감면은 관리공사 운영에 무리가 없고, 이는 농안법의 시행규칙 개정사안이기 때문에 보완대책 추진에 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 배추·무 등 국가 집중관리

이번 정부의 농산물 수급정책은 ‘수급조절매뉴얼’로 대표된다. 과거와 달리 수급조절매뉴얼을 통한 가격안정대를 설정하고, 위기단계별 정책을 사전에 공개하는 등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생산자 및 유통주체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수급조절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참여’, ‘합의’에 바탕을 둔 정책이라는 자평이다.

정부는 수급조절매뉴얼을 보완하기 위해 4월 초부터 농식품부 차관 주관으로 유관기관·생산자단체 등이 참여한 ‘수급안정점검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의 수급대책을 점검·평가하고 농산물 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지의 실시간 생육상황과 현장정보 등을 통해 농업관측의 정확성과 관측전용 모바일앱(6월 구축예정) 및 자조금 단체를 통한 관측정보 전파의 활용도 제고 △배추·무 등 중앙정부에서 집중 관리 △대파·당근과 같이 특정 지역에 편중된 품목은 해당 지자체의 수급조절 사업에 정부가 일정부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계약재배사업의 경우 배추 등 5대 채소 중심으로 추진하고 2017년까지 계약재배 비율을 30%(2013년 15%)까지 늘리며, 현재 농협 중심의 사업 참여대상을 농업법인 등으로 확대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현재 감귤에 한해 적용되고 있는 유통조절명령을 배추 등 가격진폭이 큰 채소류로 확대하기 위한 발동요건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수급조절메뉴얼 ‘한계’…판단기준, 현실과 괴리

그러나 농민들은 수급조절매뉴얼을 불신하고 있다. 이미 농민들은 농산물의 성출하기 등 가격상승시에는 △민간 수입 독려 △수입관세 인하 △정부 직수입 등의 발 빠른 과민대응을 경험한 바 있다.

그렇지만, 가격하락시 수급조절매뉴얼(경계:△계약재배 및 상시비축 물량 방출억제 △저급품 출하억제 유통협약 △저장·가공용 수매 활성화. 심각:△계약재배 및 상시비축 물량 시장출하 중지 △최저보장가격에 의한 수매·폐기 등 시장격리 △상시비축 물량의 복지시설 기증)에 대한 농가의 체감은 불감이다.

일례로 지난해부터 바닥장이 이어지고 있는 배추는 4월 들어 가락시장의 26거래일 동안 단 3일을 제외하고는 ‘심각단계’로 주저앉았다. 4월 배추 상품 10kg의 평균가격은 2,300원(포기당 767원). 수급조절메뉴얼이 정한 1~4월 ‘심각단계’ 2,520원(포기당 840원) 보다 8.7% 낮은 시세를 기록했다.
지난 5월 1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10kg 상품 평균거래 가격은 2,075원(포기당 692원)으로 전달 평균 2,300원보다 10% 가까이 하락했다. 전날인 4월 30일 2,180원보다도 떨어졌다.

그러나 수급조절메뉴얼은 ‘안정단계’로 바뀌었다. 불과 하루만이다. 그 사이 배추값은 더욱 떨어졌다. 그럼에도 수급조절메뉴얼은 ‘심각단계에서 ‘경계단계’를 뛰어넘어 ‘안정단계’로 탈바꿈했다. 이후 5월 15일 현재(5.1~15. 평균 2,725원) 배추는 ‘안정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정단계’의 대응조치는 ‘수급상황 모니터링’, 쉽게 풀면 ‘가만히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과연 어느 농가가 체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수급조절메뉴얼에 신뢰를 가질까? 농가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각 단계별 기준가격의 현실화와 정확한 정보제공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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