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의 빡빡한 일정으로 주요 현안과 문제점 등에 대한 지적이 주마간산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현장국감을 핑계 삼아 해당 위원들이 유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국정감사가 국회법이 정한 기한보다 한달 가량 늦게 개최된데다 대통령선거 직전의 국감이어서 ‘술에 물 탄’식이 될 것이라 예견됐었다. 예측대로 지난해 하루종일 감사를 진행하던 것을 3시간여만에 끝내고 대부분 서면질의로 넘기고, 대신 현장국감을 질의시간보다 두배가 넘는 7시간이나 걸려 현장으로 이동해 실시하는 등 거의 유람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각종 현안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는 뼈아픈 요구가 절규에 가깝다. 제주와 충남 예산RPC, 농촌공사 천수만사업단을 찾은 현장국감을 따라가봤다.[편집자 주]


의원들, 태풍 피해 농가 위로

지난 26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한국마사회 제주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지난달 제주를 강타한 태풍 ‘나리’로 인해 피해를 본 감귤농원과 농경지 등을 둘러보고 농민들을 위로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이날 제주시 봉개동의 한 감귤농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태풍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묻고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보상법이 새로 재정되다시피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우남 의원도 “태풍 나리의 피해 복구액의 80% 정도가 공공시설 복구를 위한 비용으로 책정돼 있고, 사유시설 복구에 대한 지원이 미미하다”며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 지을 수 있도록 실질적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을 위원장(한나라당)은 상습 침수 지역인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서 저수지 건설 추진 현황 등을 보고받은 뒤 “농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물”이라며 “저수지 건설이 제주도민에게 수해도 막고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 농민들 “농촌살려라” 요구

지난 29일 충남 홍성 농촌공사 천수만사업단에서 진행된 현장 국감에서는 농산물 개방 등에 대비한 농촌살리기 정책을 마련해달라는 농민들의 요구가 쏟아졌다.

임종완 한국쌀전업농 홍성연합회장은 “농촌공사가 영농 규모화를 위해 농지 매입 자금으로 3.3㎡당 2만7천원(3천원 농민부담)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지원금의 확대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정부가 면적에 상관없이 소득직불금을 주기로 해놓고 7㏊ 이하로 규제하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홍성축산관련단체협회 한흥재 회장은 “음식점에서의 축산물 원산지 표시제도가 미비하다보니 축산물 생산자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품질을 믿지 못하고 있다”며 “한미FTA 등의 체결에 앞서 축산물의 원산지 표시제를 보완, 확대 적용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주형로 오리농쌀작목연합회 회장은 “그동안 홍성에 대규모 유기농쌀 단지를 만들어 전국에 기술을 보급해왔으나 어린이들에게 유기농쌀이 공급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학교, 관공서, 병원 등에 유기농쌀을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충남도의회 홍표근 농수산경제위원장은 “충남의 용배수 가운데 66%가 흙수로여서 많은 누수는 물론 관리에도 어려움이 크다”며 시설 보완을 요청했고, 오석범 홍성군의원은 “농촌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홍보지구 간척사업이 예산부족으로 17년째 완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국비지원 확대 등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국민중심당 김낙성 의원은 “농업예산이 균특예산으로 관광예산과 함께 배정되다보니 농업 기반시설 확충이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며 “별도의 농업균특회계를 배정하든지 농업부분을 일반회계로 환원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농림부 등 배석한 관련기관에 보완을 요청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현대건설이 간척사업을 한다며 농지를 만든 뒤 대부분을 민간에 분양하고 일부는 기업도시 등 타용도로 전용하고 있다”며 “더욱이 오염된 인공호수(간월호)의 수질 정화와 골치아픈 기반시설 정비만 농촌공사에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캐물었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현장 국감을 통해 농민들의 불만은 물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며 “농림부 등 관련기관에서는 현장국감에서 제기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쌀값하락 대책마련 해야”

29일 오전 충남 예산군청에서 진행된 현장국감에서는 ‘통합RPC 현황보고 및 쌀소득 직불금 여론 수렴’ 간담회를 통해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역 농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천희 쌀전업농 예산군협의회장은 “국제 유가 급등과 비료값, 농약값 등 농자재비 상승으로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데도 정부가 올 수매 목표가격을 지난해에 비해 되려 인하하려 하고 있다”며 “농업은 결코 논리의 잣대로 정의될 수 없는 문제로 적어도 올 쌀 값은 물가인상폭 만큼 인상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예산군 농민단체협의회 유영배 회장도 “공공비축쌀 목표가격 인하 움직임 외에도 매입물량 역시 지난해 50만4천톤에서 43만2천톤으로 대폭 줄일 예정이어서 농민들의 걱정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최소한 정부의 매입물량 만큼은 동결되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채석 농업경영인회 예산군회장은 “농축산물 값 하락과는 상관없이 수천만원씩 하는 농기계 값이 매년 3%이상 인상되고 있어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농기계 반값 보조 정책을 부활시켜 빚때문에 농기계를 구입하지 못하는 농민들에게 희망을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예산군농협 쌀조합공동사업법인 박낙신 대표는 “FTA협상 등 우리 농업의 급속한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RPC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고품질 쌀 생산시설이 미비하고 원료곡 매입 및 판매처 확보 불안 등으로 경영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며 “우수 쌀브랜드 개발을 위한 RPC 시설 현대화 사업비 등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영덕 의원은 “금년도 쌀 수매 목표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해 현재 홍문표 의원을 대표자로 하는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라며 “농민들의 생산비를 보전할 수 있는 쌀 목표가격이 형성되도록 가격 결정기준 등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정부가 RPC의 대형화, 규모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소규모 도정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친환경쌀을 전문적으로 도정토록 한다는 지 기존 도정업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예산의 통합 RPC를 직접 방문해 보니 시설이 너무 노후해 이런 곳에서 고품질 쌀을 생산할 수 있을 지가 걱정”이라며 “시설 현대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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