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의 혼탁양상이 가관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차분한 선거운동을 표방했던 후보들이 투표일이 임박하자 그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비방 흑색선전에, 색깔론과 신상 털기까지 과열혼탁은 기존 선거판과 다르지 않다. 선거운동 초반에 했던 ‘차분하고 성숙한 선거문화’ 약속을 며칠 지나지 않아 어기는 셈이니 선거가 끝나고 출마자들이 공약을 제대로 지킬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선택의 중요한 잣대인 공약과 정책은 슬그머니 빼버리고 지역감정이나 정당에 대한 충성도를 들이밀며 표를 구걸하는 작태까지 보이고 있다. 마치 대통령선거라도 치르는 양 여당의 후보들이 죄다 ‘박근혜 후보’로 교체됐다는 농담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최종선택은 유권자의 몫이지만 출마자들의 온갖 분탕질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서울특별시의 시장과 교육감 선거는 과열혼탁의 본산이다. 특히 여당 시장후보가 이른바 ‘농약급식’을 화두로 끄집어내 상대후보를 공격하는 대목에서는 농업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통탄을 금할 수 없다. 근거가 미약한 주장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우리농업 전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것이 농업계의 비판이다.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거의 모든 농업인단체가 급기야 선거운동 한 복판에서 이례적인 성명서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친환경 학교급식은 오랜 논의와 각계각층의 토론을 거쳐 국민적 합의하에 제도로 도입됐다. 아울러 친환경 무상급식이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생산자인 농업인들은 친환경농산물 공급계약에 따라 품목을 바꾸고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정성을 들여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제도를 뒷받침할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유력인사가 근거 없는 날조로 ‘농약급식’을 운운하는 일은, 국민을 위한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청소년에게 최적의 영양소인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겠다는 농업인들의 사명감과 각고의 노력을 매도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학교급식이 정치에 악용돼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을 야기하고 우리농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는 농업인단체들의 요구를 새겨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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