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꿀은 예로부터 건강과 미용에 효능이 있다고 해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아 왔다. 특히 피로회복, 빈혈예방과 치료, 당뇨병의 당원 공급, 숙취 해소, 미용효과, 살균효과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벌꿀은 꽃가루 특유의 비타민, 단백질, 아미노산 등 이상적인 종합영양성분 이외에 효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식품’이라고 하며, 포도당과 과당에 의한 피로회복 효과는 어떤 식품과도 비교할 수 없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까시나무에서 채취하는 꿀이 벌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양봉업계에서는 아까시나무 꿀 생산이 감소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 원인은 아까시나무 황화현상(엽록소 부족으로 잎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과 1960~70년대에 심었던 나무의 수명이 다해 아까시나무 숲이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꽃의 개화기가 단축돼 꿀을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까시나무 꽃은 5월 초 남쪽지방에서부터 시작해 6월 초 강원도까지 약 한 달에 걸쳐 천천히 북상하며 핀다. 이 기간 동안 아까시나무 꿀을 따는 양봉업자들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아까시나무 꽃을 따라 이동하며 꿀을 채취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 봄철 기온이 예년에 비해 높아지면서 진달래와 철쭉이 함께 피고, 벚꽃이 전국적으로 일제히 피고 있다. 아까시나무 꽃이 피는 것도 다른 수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쪽 지방과 북쪽 지방의 꽃 피는 시기가 2007년에 비해 짧게는 1주, 길게는 2주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까시나무 꿀 생산량이 30~50%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 현상 등 기후변화로 인해 아까시나무 꿀 생산은 더욱 감소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까시나무 꿀 생산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꿀을 채취하는 밀원과 양봉업으로 구분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먼저 기존 아까시나무 꿀 생산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아까시나무 꿀 생산은 대부분 아까시나무에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며 꿀을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면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꿀을 채취할 수 있는 수종이 필요하다. 또한 한 수종의 꽃이 피는 시기와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꽃 피는 시기가 연계될 수 있는 다양한 수종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양봉형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 기존의 형태는 꽃을 따라 이동하는 이동식 양봉이다. 아까시나무 꽃은 겨우 1~2주 정도 피어있기 때문에 이동식 양봉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꽃이 장기간 피고, 한 수종의 꽃이 진 후 다른 수종의 꽃이 피도록 수종의 다양화를 갖춘다면 한 지역에서 꿀을 채취하는 고정식 양봉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밀원수종에 대해 고정식 양봉을 실시하면 꽃을 따라 이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많은 꿀을 채취할 수 있고, 이동에 따른 부가적인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아까시나무를 대체하고 오랫동안 많은 꿀을 채취할 수 있는 유망 밀원수종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개화량이 많고, 개화 기간이 길며, 꿀 생산량이 많아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러한 기준으로 다양한 수종을 평가한 결과 헛개나무, 쉬나무, 백합나무, 음나무, 복분자딸기, 오가피나무, 옻나무 등을 유망 밀원수종으로 선발했다. 하지만 지역, 즉 입지 환경의 영향에 의해 개화량 또는 꿀 생산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종 선발 시 각 지역별 입지조건을 고려한 다음 개화량과 꿀 생산량이 많은 품종을 육성해 밀원수 단지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설탕 대신 벌꿀을 감미료로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벌꿀의 소비 증가에 따라 유망 밀원수종을 제대로 육성하고 고정식 양봉으로 전환한다면, 국민의 건강 증진은 물론 양봉업계의 소득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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