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에 있는 농민이나 중·소상공업자, 일반 소비대중들이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물자 등의 구매·생산·판매·소비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협동으로 영위하는 조직단체를 협동조합이라 정의한다. 협동조합의 목적 자체는 영리추구에 있지 않고 상호부조를 위함이 최선이라는 것이 교과서적 해석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러한 순수조합으로서의 목적을 고의적으로 유기하고자 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프로야구단을 인수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겠는가.

농민단체들의 빗발치는 반대성명에도 불구하고 “농민단체가 반대의견을 낸 것은 프로야구단 운영을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홍보효과를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으면서까지 야구단인수에 집착했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한 해 운영비가 200억원에 달하는 프로야구단 인수는 대기업조차도 주판을 잘 튀겨야 할 문제이거늘, 하물며 350만 농민을 대변해야 할 농협이 연고지마저도 서울로 정하는 반 농민적 자세로 무리하게 유니콘의 뿔을 잡으려 했으니, 지탄받아 마땅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세(騎虎之勢 기호지세)’로 거침없이 내달려 기업브랜드가치 상승과 이미지강화를 꾀할 목적이었다면 차라리 농업인의 소득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함이 농협다운 자세였을 것이다. ‘호랑이 등에서 내리기는 타는 일보다 힘들다(騎虎難下 기호난하)’라는 격언의 의미대로 뒤늦게나마 야구단인수를 포기한 결정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일을 꾸미고 그 일을 온전하게 성사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는 불문가지이다. 더군다나 그 일의 보편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때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호랑이는 호시탐탐 제 등 위의 귀찮은 탑승자를 떨쳐내려고 노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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