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지난 2일 농림부 종합국감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타 위원회와 달리 비교적 순탄하게 국정감사 일정을 끝냈다. 그러나 대선정국의 영향을 피하지는 못했다. 예년의 열의는 식었고, 송곳 같던 질문도 무뎌졌다.

마지막날인 이날 국감에는 한미FTA 협상 추진의 정부측 핵심 관계자와 반대역할을 주도했던 두 명의 교수가 출석해 관심을 모았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정태인, 윤석원 교수가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칼날이 없었다. 한미FTA에 대한 각당의 당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들은 개인적인 수준의 질의에 그쳤다. 일부 의원은 짧은 시간을 쪼개 김종훈 본부장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할 수 있는 발언기회까지 할애하는 아량(?)을 베풀었다.


◆사료값 안정 및 식량자급
대통합민주신당 김홍업 의원은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사료가격도 1년 사이 30%나 올랐다”며 “내년에도 대폭 인상이 예고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국민의 정부 당시 추진했던 ‘초지조성사업’과 ‘푸른들 가꾸기 사업’을 다시 추진해 조사료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사료안정기금을 우리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영덕 의원은 “현행 농업·농촌 기본법에 따르면 정부는 적정 식량자급률 목표에 대한 기본계획을 세워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데도 아직까지 이러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농업농촌발전기본계획’에 반영한다는 것은 법제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며 추궁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지금도 농림부는 우리밀의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수입밀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이유를 들어 밀농사를 사실상 정부정책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그러나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확인한 바에 의하면 국내 육성품종중 금강밀, 조경밀, 우리밀 종자는 제분율, 제빵력에서 수입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밀은 논농사와 이모작이 가능해 식량자급 및 안전성, 농가소득 등의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며 “수매지원, 가공RPC설립, 전작보상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식량주권차원에서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유가 급등 대책필요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2007년 현재 유채 등 바이오에너지 작물 재배면적이 1천500㏊에 그쳐 전체 바이오디젤 소요량의 0.5%만 자급할 수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 목표대로 2010년까지 바이오디젤 소요량의 2%를 자급하려면 대규모 간척지에 바이오에너지 작물 재배와 재배농가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중심당 김낙성 의원은 “시설원예생산액이 4조6천억원으로 전체 농업생산액의 13%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2004년 배럴당 34달러에서 올해는 100달러까지의 급등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2008년도 동절기 수급안정사업에 에너지절감형 난방 및 보온시설 지원사업을 추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쌀소득보전직불제 수정 촉구
대통합민주신당 한광원 의원은 “직불금 수령자 중 17~28%가 비농업인으로 추정되고, 실제 농업인 중 13~24%는 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있는 등 직불금 누수현상이 심각하다”며 “실경작자에게 쌀직불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등 개선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한 의원은 감사원 비공개 감사자료를 인용하며 “도입단계에서 지급상한을 설정하지 않아 소득이 많은 기업농에 대한 직불금이 지나치게 많아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현대건설이 지배주주인 (주)현대서산농장의 경우 2005년 53억원, 2006년 36억원이 지급됐고, 올해도 수십억원의 직불금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최규성 의원은 “목표가격을 16만1천265만원으로 낮출 경우 수확기 쌀값은 목표가격의 85%선인 13만7천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료에 대한 각종 정부의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5년 전에 비해 평균 50%이상의 가격이 급등해 생산비 증가에 따른 피해를 농업인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쌀 소득보전직불제 전면 수정을 촉구했다.

◆증인 및 참고인 출석
이날 국정감사 자리에는 증인으로 외교통상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했다. 참고인으로는 전 청와대 비서관인 성공회대 정태인 교수와 중앙대 윤석원 교수 등이 자리했다. 증인과 참고인들은 한미FTA에 대한 정부의 협상자세와 내용에 대해 답변했다.

김영덕 의원은 “정부는 미국이 비준동의안 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17대 국회에서 비준을 통과시키려고 서두르고 있다”며 “우리측만 앞서 나가는 게 과연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해야 미국측이 차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계진 의원은 “미국과의 FTA가 체결되면 정부는 연평균 7천억원 규모의 농업계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연관산업의 피해를 간과하는 것인 아닌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원 교수는 “자유무역협정은 맞지만, 공정무역은 분명히 아니다”며 “연관산업인 가공, 유통, APC, RPC 등에 대한 피해계측을 포함할 경우 어마어마한 액수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업을 포함한 사회 전반적인 영향을 분석해 달라는 의원들의 질문을 받은 정태인 교수는 “지금 정부가 내놓고 있는 농업분야 FTA 대책은 ‘D’ 수준”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자동차에 대한 관세에서 우리가 최소한의 국익을 지키는 수준에서 한미FTA가 추진됐다면 미국은 절대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우리 정부가 한미FTA의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사회적측면만 봐도 공공서비스 분야에 대해 양극화가 초래돼 하위계층의 공공서비스는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림부 답변
국제 사료값 폭등과 관련해 임상규 장관은 “대책수립을 위해 관련부서와 협의하에 수입사료 할당관세 인하나, 사료 원료구매자금 지원사업 등을 계속 펴고 있다”며 “조사료 재배면적 확대에 관해서도 2배 늘리기 작업이라든가 다양한 품종의 조사료 공급 계획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에 대해 임 장관은 “사업예산을 올해 4백24억에서 내년에는 2백억을 늘려 총 6백24억으로 편성했다”며 “관련사업 예산을 대폭 늘리는 만큼 관련 시설에 대한 증설과 함께 적극적인 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임 장관은 “정부는 한미FTA 체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두 사안은 별개라는 입장을 전부터 분명히 해왔다”며 “정부 부처간이나 내부적으로도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도 주무부처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비공개로 미국측 관계자와 민동석 통상정책관과의 자리가 마련된 사실을 확인하며 “그날 자리는 쇠고기 수입관련 비밀회동이 아니라 친분에 의한 개인적 만남이었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이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요구해 온데 대해 OIE(국제수역사무국)기준에 일방적으로 따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상길 축산국장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확인이 이뤄진다면 뼈를 포함하거나, 지육전체를 수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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