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혜 영
농촌진흥청 발효식품과

우리나라 발효식품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자연발효식품이다. 자연발효식품은 원료와 환경에 따른 독특한 미생물에 의해 차별화 된 향과 맛을 내어, 가가호호(家家戶戶) 고유한 장(醬) 맛과 지역에 따른 다양한 종류의 술과 김치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산업발전에 따라 가공식품의 생산과 구매가 점차 늘어나면서 대량으로 생산된 발효식품의 품질 향상과 표준화가 요구되었고 효율적 생산을 위한 발효 미생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세계 바이오 시장이 연간 17%의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 발효제품 시장도 2010년 84,000억원으로 10년만에 10배의 성장을 달성했다(산업연구원, 2011).
이와 더불어 발효식품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발효를 위한 종균(스타터)의 다양성 연구와 배양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절하는 연구도 현재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재조합생물체)에 대한 안전성 미확보로 인한 소비자 불신으로 새로운 Non-GMO 연구가 시작되었다. 다시 말하면, 미생물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우점종으로 진화하는 방법을 이용한 개량 연구이다. 대부분의 발효 미생물은 발효식품에서 분리한 후, 다시 식품가공에 종균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식품 내 기능성이나 정착능이 낮아 발효식품 가공에서의 실용화는 저조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비교적 생육속도가 빠르고 세대기간이 짧은 미생물에 외부자극(환경 스트레스)을 주어, 수십~수백 세대를 거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된 개체를 만드는 실험실 진화(laboratory evolution)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곰팡이, 효모, 그 외 세균의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고 목적에 맞게 발효 미생물을 개량할 수 있다(Non-GMO). 이렇게 개량을 거친 미생물은 고온과 저온에서 발효가 가능하며 산(酸)과 알코올에 내성을 가져, 고산도 식초제조와 새로운 유형의 독특한 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종균 관련 연구는 미생물 공학에 발효공학 기술을 접목하여 발효산물의 품질 고급화와 생산 현대화를 실현하였고, 이로 인해 우리는 오늘날 세계 명주인 일본의 사케, 중국의 마호타이, 유럽의 포도주, 남미의 럼, 보드카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최근, 네덜란드 연구팀은 종균 개량  대상인 Lactobacillus lactis (유산균)가 야생 균주와 비교하여 환경에 적합하도록 진화된 유전자를 가지며 젖산 발효능과 우유에서의 성장능이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었다(Bechmann, 2012). 그 외에도 초산 저항성을 갖는 초산균(Sauer, 2003), 알코올 내성을 갖는 효모(Stanley, 2010) 연구 등 우수한 종균을 얻고자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생물자원시장 규모는 2010년에 300억 달러에 이르고 있고, 그 시장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국립생물자원관, 2010).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우수한 생물자원 및 종균 개발이 미비한 관계로 매년 고액의 로열티를 해외에 지불하고 있다(한국무역협회, 2009). 이를 고려하여 정부에서도 국정과제 12 ‘농림축산업의 신성장 동력화’를 위한 6차 산업화 지원을 통해 종자·식품·기자재 등 고부가 가치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로 농식품을 최첨단 산업으로 육성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종자강국 도약을 위한 골든씨드(Golden Seed)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토착 발효미생물의 자원화와 더불어 우리 식품에 맞는 우수 종균 개량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이를 통해 종균 개량 연구의 인프라구축, 해외 로열티 절감 추진, 종균의 자급화는 물론, 이미 우수성이 알려진 우리 발효식품의 표준화·산업화·세계화를 위한 초석(礎石)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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