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 만든다”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에 위치한 지리산여성농업인센터는 센터 사무실이 있는 본관 외에 부설로 지리산들꽃어린이집과 지리산자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설명없이 센터 시설만 살펴보면 이곳이 여성농업인센터가 맞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지리산여성농업인센터는 넓지는 않지만 놀이터까지 갖춘 운동장과 넓은 잔디마당, 각종 체험학습장이 있는 자연학교를 같이 운영하고 있어 이곳을 이용하는 남원시 여성농업인들의 큰 자랑거리다.


대산농촌문화상 수상
‘한국농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대산농촌문화상. 지리산여성농업인센터의 오영화 소장은 지난 10월 7일 여성농업인센터 운영으로 농업·가사·육아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여성농업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리더십을 키웠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제14회 대산농촌문화상’의 농촌교육·문화창달 부분의 상을 받았다. 상을 받은 날 여성농업인센터가 위치해있는 인월면 주민들은 커다란 현수막을 걸어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을 함께 기뻐했다. 지리산여성농업인센터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지리산여성농업인센터라는 이름으로는 2005년에 등록이 됐지만 센터의 역할은 1995년부터 해오고 있었다. 특히 소장을 맡고 있는 오영화 목사는 월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운영비를 본인의 강연료 등으로 충당하는 등 여성농업인센터 운영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여성농업인센터의 남자 소장이라 어찌보면 조금 어색한 조합이다.

“같은 여자가 아니라 마음 대 마음으로 교감하긴 어렵지만 여성간에 생기는 묘한 경쟁심과 질투심 등이 없어 경계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 오히려 고민거리를 쉽게 털어놓을 때가 많다”고 남자 소장으로서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남자의 눈으로 여성을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 더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인 자녀는 모두 무료
지리산여성농업인센터는 본관에 초등학생들을 위한 ‘지리산들꽃방과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방과후 교실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총 60여명. 방과 후 교실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수는 총 3명으로 다른 센터에 비교하면 정말 많은 숫자다.

담임제로 운영되고 있는 방과후 교실은 숙제지도와 학과 과목 학습지도 외에도 일기지도 독서지도 등 농촌에서 받기 힘든 세심한 지도를 하고 있다.

또 사설 학원을 이용하기 힘든 농촌의 아이들을 위해 컴퓨터 교실과 한자교실, 미술교실, 음악교실, 체육교실 등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어 농촌아이들이 교육에서 소외받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방과후 교실 아이들을 위한 컴퓨터실과 미니 도서관은 이제 이곳 남원시 인월면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놀이공간이자 교육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지리산여성농업인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 교실과 어린이집은 여성농업인의 자녀라면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여성농업인 평생교육기관
오 소장은 “농촌은 도시에 비교해 여성의 지위가 훨씬 더 낮은 편”이라고 말하고 “농촌의 여성농업인들이 가부장적인 가정환경하에서 점차 여유가 생기게 되자 공개적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풀다보니 탈선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센터에서 노래교실과 요가교실, 풍물교실, 스포츠댄스 교육, 컴퓨터 교육 등을 꾸준히 실시해 여성들이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풀면서 자신의 끼와 재능을 발견하고 자아실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요가와 풍물, 스포츠댄스 등은 매주 고정적인 교육이 이뤄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오 소장은 “이스라엘의 경우 모든 교육의 시작은 어머니”라고 주장했다. “쉽게 설명하면 가족의 입맛 하나도 어머니가 만든 음식에 따라 온 가족의 입맛이 변하지 않냐”며 “어머니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 어머니가 변화하면 남편도 따라 변화하게 되고 부모의 변화는 자녀들에게 영향이 미치게 되면서 곧 사회가 변화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 소장은 “사람들이 흔히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齋家 治國平天下)’라는 말을 나라를 다스리는 남자들을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여성들을 위한 말”이라며 “여성이 가정에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가정을 평화롭게 건강하게 만든다면 나라는 자연스럽게 평화로워진다”고 설명했다.

보육시설을 이용한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방과후 교실을 이용하고, 또 자라서 여성농업인교육을 받으며 결혼해 아이를 갖고 어머니 교육까지 받게 되는 센터. 오 소장은 이곳이 ‘여성농업인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이 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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