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40여일을 앞둔 지난 6일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대권출마를 선언한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대선정국에서 처음으로 대권주자들이 한데 모이면서 중앙언론과 농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대선후보들이 직접 자신의 농정공약을 밝히는 자리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이인제, 심대평, 문국현(국회의석수 기준) 후보는 토론회에 참석한 5천여 농업인들 앞에서 ‘자신만이 진정한 농업인의 자식’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각 당 후보들의 농정공약 연설은 권영길, 이인제, 심대평, 문국현, 정동영, 이명박 순으로 진행됐다.


“공격적, 도전적으로 FTA넘자”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최근 농업인단체와의 만남에서조차도 한미FTA의 추진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등장부터 일부 객석에서의 동요가 연출됐다. 정동영 후보는 노련한 연설로 소란한 장내를 정리했고, 참석자들을 상대로 자신과 농업계와의 인연을 부각시켰다. 부모님의 농사 경력과 대통합민주신당의 농업대책특별위원장에 박홍수, 김영진 두 전직 농림부장관을 임명했다고 밝히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농업계의 현실을 알고, 심정적으로도 동의한다”며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면 공격적으로, 도전적으로 한미FTA를 넘자”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에 앞서서 농촌소득보전을 위한 확실한 피해보전 대책을 마련한 후 비준에 임하겠다”며 “농업계와 손잡고 한국농업·농촌을 위해 앞장서는 동반자가 되자”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농수산물유통공사(aT)와 농협의 개혁을 주장했다. 향후 10년에 달려있는 한국농업의 비전을 수출에서 찾기 위해서는 aT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메이저 기업인 카길이나 ADM, 콘 아그라, 델몬트 등과 맞서기 위해 콜드체인을 갖춘 경쟁력있는 선진국형 농산물 유통망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밖에도 ▲농업인을 위한 진정한 농협만들기 ▲농업을 효자산업으로 만들기 위한 농업분야 R&D 지원 확대 ▲농업경영회생지원특별법 제정 ▲농지매입회생제도 및 기금마련 검토 ▲농촌 공교육의 정상화 ▲농업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 등을 약속했다.

“피할 수 없다면 이기는 길 찾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늦게 도착했다. 이 후보의 등장에도 역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오전에 있은 한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한미FTA에 반대하고 있는 농업인들을 적극 설득하겠다”는 발언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역시 선거철이면 안돼는 것이 없다”며 “선거철만 되면 우리나라 농업문제가 전부 해결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앞서 연설한 후보들의 공약을 연설 시작과 함께 일축해 버렸다. 이 후보는 “지난날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지난 과거의 행적을 보면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며 “지난 10년동안 100조의 돈이 투자된 농업의 결과는 3배가 넘는 농가부채의 양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농업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이 현 정부에만 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투자를 하겠다”며 “한미FTA라는 피할 수 없는 길을 만났다면 이겨낼 수 있는 길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1차산업인 농업만 가지고 수지를 맞출 수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단순 농업으로 맞추지 못하는 수지를 2차산업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복잡한 유통구조로 야기되는 농가와 도시민의 피해를 막기위한 유통구조의 투명화 ▲1차산업과 2차산업의 연계로 고부가가치의 창출 ▲농업인을 위한 마케팅, 유통, 식품가공 등에 대한 정부의 교육지원 ▲도시로 이사하지 않아도 좋은 교육을 받기위한 농촌지역 기숙형 공립학교 300곳 건설 등을 약속했다.

“농업과 노동자 위해 FTA반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농업인과 논과 밭에서 함께하며 가슴과 가슴이 통하는 농업살리기 정책을 마련하겠다” 권 후보의 일성이다. 권 후보는 시작부터 “지금은 한국농업의 비전과 미래를 논할 때가 아니다”며 “비상정책과 긴급정책, 비상시국회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농업의 위기론을 강조했다.

권 후보는 20여일동안 영호남의 곳곳을 돌아다녔다며 농가의 현실을 지적했다. 권 후보는 “1990년 이후 가장 큰 흉작이 올해”라며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 한나라당의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 지 말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올해 3.8%의 감소를 말하고 있지만, 농가에서 느끼는 감소는 30%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볏가마를 야적하며 탄식하는 농업의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한미FTA를 거부해야 농업과 노동자가 함께 살 수 있다”며 “농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국가가 농업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100만명의 월급받는 농업인 ‘공익농업인제도’의 도입 ▲농가부채 탕감 및 감면 ▲400만석 대북 쌀지원 법제화 등을 주장했다.

“농가부채를 대손충당 시키겠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나는 골수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민주당은 서민중산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민주당은 한미FTA 비준 저지가 당론이다.” 농업은 국가와 국민을 살리는 생명산업이라는 가치를 두고 실천하겠다는 이 후보의 일성이다.

이 후보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책임있는 농업인단체 대표자에게 농정을 맡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UR 이후 135조가 농업에 투자됐지만, 농정에 실패하면서 35조가 농가의 부채로 남았다”며 “농가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농정실패로 인한 농가부채는 대손충당 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작은 정부를 지향해 예산을 줄이고, 선물거래세를 신설하는 등 숨겨진 세원을 찾아 농가부채를 탕감하는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정부 주도의 우수품종개발 ▲농업의 부흥을 위한 정보, 생명, 환경기술지원 ▲전통 가공식품산업의 지원 ▲예측불가능한 자연재해까지 완전 보상하는 농작물보험 개발 ▲농업인의 건강보험료 산정체계 변경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프로농업인 육성으로 농촌을 지키자”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3선 도지사의 경력과 충남 농업을 위해 노력했던 성과물들을 부각시키며 농업인의 손으로 뽑힌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벽3시까지 직접 원고를 작성했다는 심 후보는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의 희망을 말하러 나왔다”며 “웅변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는 목소리로 희망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농업과 농촌의 발전이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농업을 단순 먹거리 생산이 아닌 가공, 문화, 관광, 역사 등과 연계시켜 농업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농림 바이오 산업의 육성을 위한 연구비 집중투자 ▲저온저장시설 지원 ▲10만 농업CEO 육성 ▲농가부채의 상환기회 부여 ▲FTA로 이익을 보는 집단의 세금징수를 통한 농업 지원 ▲농가소득보전특별법 제정 등을 주장했다.

“고향세·농촌환경세 신설로 농촌지원”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문 후보는 한미FTA의 비준을 내년으로 미루고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농촌은 어머니고, 고향이다”며 “농촌은 농산물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전통, 역사, 휴양, 관광과 치유의 능력 까지도 담당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한 “살맛나는 농촌과 도시와 균형발전하는 농촌이 되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농가소득 2배 증대 ▲농업관련 일자리 100만개 창출 ▲유기농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 ▲‘우리농촌 푸르고 힘차게’ 운동 전개 ▲농산어촌의 복지 강화 ▲도농교류특별법 제정 ▲남북농업협력특구로 한반도 통일기반 마련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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