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범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전광석화(電光石火)의 사전적 의미는 번갯불이나 부싯돌의 불이 번쩍이는 것처럼 극히 짧은 시간(時間) 에 아주 신속한 동작을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연방국가와의 FTA체결에 있어 11월 10일 정부는 한중 FTA협상 타결이 이루어졌음을 알려냈다. 이번 협상타결로 우리나라는 세계 3대 거재 경제권 모두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세 번째 국가가 되었다며 또한 협상에서 농산물에 대해서는 예상한 것 비해서는 많이 지켜냈다는 정부발표 방송이 주를 이루고 있다.

농업부문에 있어 초민감품목 581개 중 쌀, 보리, 감자, 쇠고기, 사과, 배, 포도, 마늘, 양파 등 548개에 대해 양허제외를 얻어냈고,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저율관세할당을 통해서, 중국에서 수입을 많이 하고 있는 국내 민감품목은 부분감축을 통해 개방을 최소화 했다고, 기존의 FTA 다르게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낮은 수준의 농산물개방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미 우리 시장에서 중국산 농산물이 휘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수 민감품목을 양허에서 제외됐다 하더라도 국내시장에서 우리 농산물 가격폭락 심화현상은 불보듯 뻔하다. 또한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식품 시장이 열리면 연쇄적으로 원료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에 피해가 전가되고, 결국 신선농산물 재배농가까지 피해가 확산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발표가 있는 다음날이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삶을 배우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19회 농업인의 날이어서 한중 FTA 타결 소식은 농업인들에게는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것이 아닌 절망과 좌절로 점철되는 사망선고이다. 농업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상처럼 반복되는 개방화의 현실에  농업·농촌에는 어느덧 희망이라는 단어보다는 절망과 도시로 떠나지 못했던 젊은 날의 설움이 농업인들 얼굴에 묻어나고 있다.

농업인들 희망의 불씨는 어디로 간 것일까? 국민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먹을거리 생산에 대한 의무감을 지닌 채 언젠가 나아지겠지, 조금만 견뎌내면 지금보다는 났겠지 마음속에 되새김질은 해온 세월에 아기들은 울음소리는 사라진지 오래, 뙤약볕에서 젊음을 불사르던 청년은 어느덧 검은머리 귀밑에 겨울 서리발 세워지듯 삐죽삐죽 흰머리가 솟아난 초로가 되어 있는 현실, 이 고비만 넘기면 내일은 좀 나을 것이라는 기대에 정부가 펼치는 정책에 순응하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손해를 감내하고 지내온 세월이지만, 농업·농촌이 경쟁력 없는 사양 산업 운운하며 우리 농업·농촌·농민을 회생불능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나 추수가 끝나면 여의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하소연 하듯 집회한번 하고 울분을 토해낼 수 밖에 현실이 국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FTA체결에 따라서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발빠르게 진화를 하고 있다. 하지만 빗장을 다 열어놓고 경쟁력을 찾는 것은 앞뒤가 뒷바뀐 행동이다.
또한 밭작물 경쟁력 제고, 소비·수출기반 확대, 농가소득안정, 정책금융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살펴보아도 기존의 농업정책과 비교해서 별다르지 않는 진부한 것들 일색이다. 또한 매년 물가상승률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농림예산 현실속에서 제시한 정책들을 수행할 재정확보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현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며 중단기 로드맵을 만들어 나갈 때이다. 단기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피해보상 직불제를 강화해 나가고 중기적으로 국가가 농업위험관리 전략을 수립하여 체계화 필요가 있다. 가족농을 중심으로는 품목별 직접지불제도로 보호하고, 전업농 및 기업농을 중심으로는 위험관리 장치로 농업보험제도를 도입하고, 농업직불제나 농업보험제도로 대응하기 어려운 긴급하고 심각한 재해로 인한 농가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농업재해지원제도 도입을 통하여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주사위는 던져 졌다. 농업인들은 국회비준을 막아내기 위한 활동과 동시에 무역공유이익제도 법제화를 위해 다시금 여의도로 움직일 것이다. 농업인도 국민임을 각인시켜주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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