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너지는 미래 대안농업의 ‘화두’

  
 
 ▲ 독일 바일하임지역에서 3대가 낙농에 종사하고 있는 캐저가족. 
 
유럽 각국은 친환경 대체에너지 ‘붐’

네덜란드와 덴마크,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경우 도시지역에서 벗어나자마자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초지 위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다. 거대한 프로펠러가 돌면서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석유 같은 화석연료의 소비가 급격히 늘면서 원유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일각에서는 화석연료의 고갈문제로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기도 한다. 한편에선 대체에너지 개발로 난관을 극복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이 큰 나라는 물론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의 여러 나라는 일찌감치 풍력발전에 힘을 쏟아왔으며 최근에는 바이오 에너지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목축업이 발달한 지역은 대부분 유채 같은 바이오 에너지용 작물을 키우는 한편 축산분뇨 처리장을 곳곳에 둠으로써 퇴비로 활용하거나 에너지 생산에 이용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전력생산업체와 협약을 통해 전량 수매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양돈과 낙농이 발달한 덴마크의 경우 농가에 축산분뇨 자체 처리장이 있어 퇴비를 생산하거나 바이오가스 생산공장에서 모두 수거해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농가규모에 따라 축산분뇨 생산량까지 전부 체크하고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농작물의 에너지 활용측면에서 유럽 각국은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이 유채를 재배할 경우 1헥타르당 45유로(약 5만4천원)를 농업보조금이 아닌 ‘환경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것도 각국의 대체에너지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을 취급하는 주유소가 심심찮게 보이는 독일 바이에른주에서는 유채 재배가 늘고 있다. 바이에른주 농림부의 페르거 씨는 “현재 곡물가격 상승으로 보조금을 계속 지급할 것인가는 논의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대체에너지와 환경을 고려한 측면에서 유채 재배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르거 씨는 “농가 지원금은 유럽연합에서 나오고 모자란 부분은 주정부에서 충당하고 있다”며 유채로 에너지를 생산할 경우 일정액을 보조하는 한편 이렇게 생산한 바이오디젤은 일반 경유보다 5∼10%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덴마크의 축산분뇨 처리시스템 주목

덴마크는 이미 1985년부터 분뇨 악취감소, 환경유지, 유기비료 생산, 바이오 에너지 생산을 목표로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운용하고 있다. 대형처리시설은 전국 20곳에 있으며 1곳마다 평균 100농가 이상의 분뇨를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펜하겐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칼램보지역에서 유기농 우유와 낙농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는 아이렉 스텐리(47세) 씨의 축산분뇨 처리사례는 놀라울 정도다. 축분을 통해 소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이를 전량 퇴비나 바이오가스 생산에 이용한다는 것.

스텐리 씨는 “젖소의 경우 하루 일곱 시간을 초지에 풀어놓는데 매일 축분을 수거한다. 마리당 그날의 축분을 수거하지 못하면 일꾼들과 함께 늦게라도 찾아낸다”며 축분 하나까지 점검하고 관리한다고 밝혔다.
덴마크의 축산분뇨 처리 시스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분뇨의 자원화와 함께 분뇨의 거래가 일반화되었다는 점이다. 농가와 농가, 농가와 전력생산업체간 분뇨 거래가 이뤄짐으로써 덴마크 내에서는 전량 재활용된다는 말이다.

스탠리 씨에 따르면 덴마크 바이오가스 플랜트에서는 30킬로미터 범위에 있는 200여 농장에서 연간 45만톤의 축산분뇨를 수거해 전기와 열 에너지를 생산한 뒤 다시 농가에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전기와 열 에너지는 각각 1만1천 농가와 4천600농가에 공급되는데 연간 315억원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농가끼리 분뇨를 거래하기도 한다. 임업을 비롯해 농사규모가 650헥타르에 이르는 스탠리 씨는 자체 내에서 나오는 축산분뇨를 모두 활용하고도 모자라 인근 농장에서 연간 3천 톤 가량의 돼지분뇨를 사온다고 한다.

농촌진흥청 농업경영정보관실의 이상덕 박사는 “덴마크는 국토의 60% 이상이 농업에 이용되는 데다 낙농과 양돈 같은 축산분야가 많기 때문에 일찍부터 분뇨처리 대책에 힘을 쏟아왔다”며 “2012년 축산분뇨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되는 우리로서 이들 시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축산분뇨 처리문제 해소와 함께 여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력이나 난방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들 바이오 시설에 기술실무진을 파견하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분뇨를 어떻게 관리하는가를 농가경영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대체에너지 접목한 유기농업

덴마크나 독일 같은 유럽 나라들의 대체에너지 개발과 친환경적인 축산분뇨 처리 노력은 궁극적으로 유기농업과 연계돼 있다.
이들은 지구온난화와 빈번한 이상기후, 화석연료의 고갈 등으로 인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공감하면서 이들은 환경과 에너지를 고려한 유기농업을 ‘대안농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연방정부 농림부 발표에 따르면 2010년까지 독일 농경지의 20%를 유기농법으로 경작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정부의 유기농업지원책도 확대하는 추세다.

유기농가의 증가와 유기농산물 생산의 급증 배경에는 독일정부의 유기농업 육성정책과 함께 유럽연합의 직접지원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독일의 유기농가는 1989년 이후 정부로부터 직접지원금을 받았으며, 1989년부터 1992년까지는 유럽연합의 ‘농업조방화정책’에 따라 관행농업에서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농가는 따로 보조금을 받았다.

유럽연합은 1992년 이후 농업조방화정책을 ‘농촌환경보전형 농업생산방법에 관한 유럽회의규정’으로 대체해 유기농업 실천농가에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독일의 각 주정부는 1999년부터 농가에 대한 직접지불 외에 ‘유기농산물유통지원규정’을 통해 유기농산물 직거래단체, 유기식품 가공회사, 유통망을 갖춘 생산자단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에른주의 경우 2005년 연간 전체농업지원예산은 32억8천400만유로(약 4조3천억원). 이 중 유럽연합이 가장 많은 13억1천만 유로를 지원했고 독일 연방정부와 바이에른주정부가 각각 13억 유로, 6억7천400만 유로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농가들은 환경과 에너지를 고려한 유기농업을 유력한 대안농업으로 끌어안고 있는 양상이다.

바이에른주 바일하임지역에서 3대가 가족농 형태로 젖소를 키우는 캐저 씨 일가도 덴마크의 여느 농가와 다름없이 항생제나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칼 캐저(46세) 씨는 “화학약품 사용이 금지돼 있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물게 된다”며 부득이하게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관리기관의 엄격한 심사에 따라 일정기간 우유를 생산, 공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일하임지역 농업담당공무원인 레이플러 씨는 “캐저 씨는 축사 신축 때 지원을 받았다”며 “축산분뇨를 처리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시설을 만들 경우에도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레이플러 씨는 “농경지도 산간이냐, 평야냐에 따라 지원단가가 다르고 초지면적에 견줘 사육하는 소가 적을 경우 지원금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박정운 박사는 “환경과 에너지를 중시하는 대안농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각국 정부와 유럽연합 차원에서 유기농업을 적극 육성하고 이를 농가들이 적극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현장팁- 낙농후계자 슈테판 캐저 씨의 미래

“신기술로 규모 늘릴 꿈… 결혼 어려워 고민”

“(농업전문과정) 학교를 마치고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첨단기술을 적용해 축사를 늘릴 계획도 있고 전체 식료품가격도 오르고 있어 미래 전망이 있다고 봅니다.”

독일 바이에른주 주도 뮌헨 남쪽에 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한 바일하임지역. 1700년경에 조성돼 대부분 농가들이 300여 년간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조부모, 부모와 함께 낙농의 꿈을 키우고 있는 슈테판 캐저(22세) 씨의 당찬 말이다.

캐저 씨 일가는 농업노동자를 두지 않고 3대가 모두 낙농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가족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최근 축사를 신축하고 사육할 소를 더 늘린 데다 우유 납품가격이 인상됐다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이들은 전체 62헥타르 땅 가운데 6헥타르에는 사료작물을 재배하고 나머지 56헥타르는 목초지로 활용하고 있다. 착유소 50마리를 키우며 하루평균 젖소 한 마리당 24∼25리터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우유를 조합에 납품하고 받는 돈은 세금을 제외하고 1리터에 37유로센트(약480원)로 지난해 28유로센트에 견줘 30%이상 오른 가격이다. 100여 낙농가로 구성된 조합에서 최근 이태리에 우유를 수출하면서 올해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아버지 칼 캐저 씨를 이어 낙농업에 종사할 슈테판은 “바이에른주 정부가 농업인들에게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고, 앞으로 학교에서 배운 신기술을 이용해 규모를 늘리면 생활이 점점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최근에 농촌 젊은이들이 아내를 얻지 못해 고민이 많다”며 ‘농촌총각의 비애’를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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