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갈라진 논에 물을 대는 것과 자식의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고 했다. 어려운 시절 우리 농민들이 벼농사에 대한 중요성을 자식을 키우는 어버이의 마음과 같은 소중함에 표현한 말이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1970년대 쌀 한대(2kg) 가격이 장년층의 하루 품삵이었다. 지금 하루 품삵으로 쌀을 살 수 있는 양은 50kg으로 환산하면 25배 차이가 난다.

이처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먹거리인 쌀 시세는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농업·농촌이 어렵지 않은 시절은 없었지만, 지금처럼 농업·농촌이 큰 위기에 처한 적도 없었다. 최근 산지 쌀값이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산지쌀값이 지난해 17만4000원에서 올해는 16만3000원으로 1만원이상 하락했다.

관세화에 따른 쌀시장 개방과 잇따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쌀값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쌀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 농업에서 쌀을 제외하고 농업을 논하기는 어렵다. 국내 쌀 재배농가는 전체 농가의 75%에 이른다. 수년간 농산물가격 폭락으로 농업·농촌경제는 붕괴 직전에 와 있다. 그동안 우리 농업을 지탱해온 쌀마저 가격이 하락한다면 그야말로 우리 농업은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다.

 최근 쌀값하락이 지속되면서 농업인들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금 쌀값안정을 위한 대책을 서둘려야 한다. 쌀을 단지 국내 여러 농산물 중 하나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쌀은 우리 농업의 근간이며 식량 자급률의 원천이다. 쌀을 제외하면 국내 식량 자급률은 3%에 머물고 있다. 최근에는 쌀마저 자급률이 90% 대에 머물고 있다. 물론 모자라는 농산물은 수입해서 사먹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곳간을 받쳐주는 든든한 쌀이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자포니카 계통의 쌀의 경우 세계 생산량이 6천만톤 수준이다. 이중 4% 정도만 200-250만톤만 국제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생산량(400만톤)보다 적은 양만이 국제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생산량이 조금만 줄어도 국제 쌀 가격은 폭등 할 수 있다. 우리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쌀 돈 주고 사먹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