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농업기술센터 활성화법’ 제정 촉구

1997년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지방직화로 전환된 농업기술센터의 국가직화 전환을 위한 농업인들의 요구가 거세다. 여기에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를 비롯한 농업인단체들이 전국 159개 농업기술센터의 국가직화를 위한 ‘농업기술센터 육성과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을 추진하고 상황이다. 농업인단체, 학계, 정부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농업회생을 위한 토론의 장을 펼쳤다.

지난 21일 서울 여성플라자에서는 ‘농업회생을 위한 농촌지도사업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개최됐다. 한국농정신문과 농업기술센터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추진위원회(위원장 윤요근·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현행 농업기술센터 지방직화의 문제점과 함께 조속히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제구실 못한지 오래된 농촌지도사업

주제발제를 한 김진모 서울대 교수는 “농업의 경쟁력 강화가 FTA로 인한 농업시장개방에 농업인들이 회생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에도 불구하고 1997년 농업기술센터가 지방직화 되고 농업지도기능이 축소되면서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시작됐다”면서 “농업기술센터의 지방직화 이후 농정과 지도사업의 원칙없는 통합 운영으로 기술개발과 현장 실용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던 협력관계가 퇴색하고 지도인력까지 대폭 감소한 것은 정부의 오류”라고 주장했다.

장금식 농촌지도자중앙회 정책부회장은 “기능이 통합된 농업기술센터는 농촌지도사업이 행정업무에 떠밀려 농촌지도라는 제기능을 잃은지 이미 오래됐다”면서 “시장·군수의 관심에 따라 지도업무와 지도인력이 좌지우지 돼 농업인에 대한 지도기능이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송용섭 농촌진흥청 박사도 “농업기술센터의 38% 정도가 농정과 통합돼 있는 실정에서 농업인의 대한 서비스의 양과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이들 농업기술센터는 농축산 행정업무만 치중 할 뿐 농촌지도기능은 뒷전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병록 태안군농업기술센터소장은 “과거 국가직때는 농촌진흥청장과 농업기술원장이 인사권을 가져 타 시도에 발령받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면서 “현재 시군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국가직화를 반대하는 이유들을 한 번 곱씹어 봐야한다”고 반론했다.


농업행정 그늘에서 벗어나라

장금식 농촌지도자중앙회 정책부회장은 “FTA시대에 농업인의 가장 큰 무기는 기술농업이지만 농업기술센터의 기능 약화로 기술농업의 전달체계가 무너졌다”면서 “국가직이었던 지난 1996년만해도 농업기술센터의 현장기술지원이 54%에 달했지만 지방직화된 지금은 고작 15%만이 남아있어 농업인들이 원하는 정보습득과 상담기회는 거의 없어진 상태다”고 지적했다.

전병록 태안군농업기술센터소장은 “시군 자치단체장이 수시로 소속기관의 정원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촌지도사업은 그 결과가 늦게 나타나거나 보이질 않아 매번 인원감축의 타켓이 되고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전 소장은 또 “이미 69개소가 시군과 통합된 농업기술센터는 몇 년에 한번 씩 ‘시군농정부서와 통폐합’이라는 전쟁과 같은 방어를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남용 생활개선중앙회 총무이사는 “농업행정과 농촌지도는 엄연히 역할과 기능이 달라 통합의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가시적인 성과에만 치중해 행정과 지도가 통합되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업기술센터 활성화 위한
법제화는 필수

농업인들은 농업기술센터가 지방직화 된 후 10년동안 농촌진흥청이 연구, 개발한 기술들이 농업현장에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농업인들은 농업기술센터를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제화 마련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9월 농업기술센터 활성화를 위한 법제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 농업기술센터별 적정 인력 확보 ▲ 지방직 농촌지도공무원 국가직 환원 ▲ 지방농촌진흥사업의 국가 예산 부담 강화 등의 내용을 법제화 시킬 것을 다짐한 바 있다.
전병록 태안군농업기술센터소장은 “현재 자치단체에서 농업기술센터 설치는 임의규정으로 돼 있어 자치단체장이 폐지를 해도 아무런 문제 없는 상황”이라면서 “농업기술센터 설치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경쟁력만이 살아남는 길

현재 농업인들에 가장 필요한 것이 기술경쟁력임은 농업인들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현장에서 농업기술보급의 척추 역할을 하는 농업기술센터가 제기능을 다 할 때 기술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협성대학교 고순철 교수는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지방직으로 될 당시의 품목별 전문 담당자들이 자신의 연고지로 근무지가 옮겨지면서 지역별로 품목별 지도업무 담당자가 편중되고 다른 업무를 맡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인접한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이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근무지를 조정해주는 것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그동안 생산에만 열중한 농업인들도 지금 사태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면서 “농업인들은 앞으로 협업을 통해 경쟁력 있는 농업을 만들어 가야하고,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직화된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남용 생활개선중앙회 총무이사도 “이제 농업·농촌은 단순히 먹을거리만 생산하는 1차산업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식량을 공급한다는 대의적인 차원에서도 농촌지도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좌장은 맡은 김준기 한국4H 본부장은 “지금까지의 농업관련 세미나는 정책 사안별 목소리를 담아 합의를 이끌어 내기 힘들었다”면서 “농촌지도사업 활성화를 통해 농업회생을 바라는 뜻에서 나온 논의들이 꼭 현실화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주제발표요약- 김진모 서울대 교수

“농촌지도기능 강화가 농업발전 열쇠”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농업이 매우 위태로운 상태에 처해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농업·농촌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농업은 예나 지금이나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으로 가 치가 충분해 지금부터라도 국가가 나서서 농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1997년 농업기술센터가 지방직화 되면서 농촌지도기능은 매우 약화돼 있다. ‘시작이 반’이란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농업기술센터가 농촌지도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먼저 농업기술센터는 농업행정에 통합 돼 있는 농업지도 기능을 분리해 독립적 기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지금 농업기술센터의 업무가 시나 군에 이관된 곳이 69개인 것에서 보면 제대로 된 농촌지도사업의 불가능함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또 농촌지도공무원의 신분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환원해 공무원들이 질좋고 안정적인 농촌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외에도 많은 과제가 있지만 하나씩 개선해나간다면 농업기술센터는 농업인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는 지도기관으로 거듭날 것이고, 예전처럼 농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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