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조물조물, 행복한 힐링 도예”

딱딱한 회색빛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은 좀처럼 흙 밟을 일이 없다. 흙을 접하기조차 힘들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요즘 동네 놀이터에서도 흙바닥을 찾아보기 어렵다. 농촌 아이들도 도시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의 일상은 흙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매일같이 흙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 있다. 전라북도 정읍시 금붕동에 위치한 도자기공방 ‘토우’(대표 김정희)다. 토우는 흙이라는 친숙한 매체로 지역주민과 문화적 소통을 확대하며 도자기 생산ㆍ판매와 더불어 치유의 기능으로써 도예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보조자에서 주도적 역할로…내 일을 찾다
정읍 시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곳에 작은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토우’라고 적힌 표지판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컵, 접시, 화분 등 생활용품, 소품이 아기자기하게 전시돼 있다. 이곳이 바로 도자기공방이자 마을기업인 토우이다.
이곳에서 만난 토우 김정희 대표가 처음 꺼낸 말은 “저도 여성농업인이에요”였다. 김 대표는 지금은 토우에 매진하고 있어 농사에 신경을 못 쓰고 있지만 농부남편을 만나 서울살이를 접고 결혼 후 줄곧 농촌에 거주하며 농사를 거들었다고.

랬던 그녀가, 농촌에서 농업을 하다 토우까지 차리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토우 김정희 대표가 도자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김 대표는 “한우를 키우는 남편과 함께 농장 일을 했는데, 항상 보조적인 역할을 할뿐 주도적인 역할은 아니었다”라며 “그렇다보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내 삶의 만족도도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에 취미삼아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토우가 탄생하게 된 시작점이다.

김 대표는 정읍에 위치한 한 전문학교에서 도자기과정이 포함된 디자인계열에 입학해 늦은 나이에 학구열을 불태웠다. 김 대표는 원래 전공을 미술이나 디자인 쪽으로 하지 않았지만 ‘관심’으로 시작해 부담 없이 도자기를 취미로 배웠다.


#도자기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취미로 시작한 것이 ‘마을기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계기는 정읍시에서 추진하는 ‘정읍시민창안대회’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서부터다. 시민창안대회는 시민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시에서 심사를 통해 실행자금을 지원해주는 대회로,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김 대표가 지원금을 지원받았다.

도자기 공부를 시작하기 전, 남편의 농사일을 도우며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들이 주축으로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장류사업을 한 적이 있는 김 대표. 이러한 경험들 덕분에 계획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데 수월했다. 또 도자기를 예술작품으로서가 아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도자기를 통해 노인, 아동 등에 치유프로그램을 전개한다는 아이템이 신선했기 때문에 김 대표가 창안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김 대표가 창안대회 때 제시한 아이디어는 ‘시니어(노년)그룹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주제였다.

김 대표는 “전문학교를 다닐 때 노인복지회관에 봉사활동을 다니며 도자기체험을 한 결과 고령층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현재 고령층 대부분이 흙을 만지고 밟으며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어렸을 적 행복기억과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조물조물 흙을 만지며 심신의 안정을 비롯해 손의 소근육 발달 등에 도움이 됐다”고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제출해 창안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도자기 치유프로그램 성황리 운영
김 대표는 “물론 도자기를 잘 만드는 분들은 너무 많고, 그분들과 실력을 겨루기에는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어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그래도 도자기공방을 차리고 마을기업을 하게 된 것은 친숙한 흙을 통해 문화적 소통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대표는 도자기 생산ㆍ판매와 함께 도자기 치유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인근 초등학교에서 매년 강의가 들어올 정도로 호응이 좋다.
또한 노인복지관에 위탁받아 일주일에 한 번씩 경로당 두 곳을 찾아가 찾아가는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밖에도 재가노인복지센터 등을 찾아가 한 달에 한 번씩 재능기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마을기업으로까지 이어진 것에 대해 부담감도 토로했다. 기업이다보니 경영과 서류작성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이다. 그러나 만족감은 크다고 말한다. 보조자의 역할이 아닌 주도적으로 일을 하며 성취감이 크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 여성농업인들에게 조언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이른 나이에 도자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 고민도 많았고 사업이라는 것에 부담감도 컷다”며 “그래도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기 보다는 우선 몸소 부딪혀가며 실천했기 때문에 공방으로도, 마을기업으로서도 무난히 자리 잡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실행에 옮길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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