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나 가지 바구니 이천원’. 지난 5일 경기 용인 재래시장에 들렀다. 잘생긴 일곱개의 오이가 이천원이라는게 아까워 보였다.
가뭄으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고, 치솟는 가격에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이 크다는 언론 보도 내용이 여기만큼은 비껴가는 것으로 보였다. 바닥에 바닥을 치던 농산물 가격이 최근 잠깐 하락 멈춤 기류를 만났다. 이를 국가적 경제 재앙쯤으로 여기는 정부 경제 담당자들과 이에 편승한 언론은 물가폭등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난색이라며 여론몰이가 한창이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사태와 견주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 농산물 가격은 각 소비자 가정의 가계를 휘청하게 할 정도로 비싸지 않다는 점을 직시하고자 한다. 시중 커피값보다 싼 가격에 나물을 무치면 2~3일은 먹는다.

커피 두잔값만 투자하면 저녁과 아침이 풍요롭다. 아직 그렇다. 이상하게 비상체제인 농식품부는 주요 채소류에 대해 ‘선제적 수급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내용인즉, (가격이 급등하는)시장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봄배추와 무 수매비축분 8천톤을 풀고, 양파의 경우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2만1톤을 조기에 도입하겠다는 것. ‘경계경보’까지 발령하겠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만 보면 큰일났다. 정확한 정보나 농촌의 현실을 모르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사재기’까지 해야 될 정도로 어수선한 시국으로 표현됐다.

이런 행위는 농업인들에겐 피폐 그 자체다. 경계경보까지 발령난 양파 한망(20kg)이 생산비를 따지면 1만3천원은 받아야 하는데, 정부의 저가 정책 시행자인 농협에서 1만원에 수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2, 3년간 가격폭락으로 밭을 갈아엎던 양파농가들은 수확량이 30%이상 줄어 공급량이 감소했어도 생산비도 못 건지고 있다. 물가안정이란 명분으로 농산물가격이 오르기전 사전에 후려친다는 엄청난 기술력을 부리는것 같은, 정부의 수급정책은 따저보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쌀 때는 시장원리에 맞기고 비싸면 비축량을 풀거나 수입하는, 정부의 ‘습관적인’ 수급정책은 농업농촌농민을 서서히 고사시키고 있다.
굳이 농업농촌을 민족자산이나 애국지향적 동정에 적용시킬 의도는 없다. 하나를 빼거나 보탤 때 다음에 벌어지는 현상 정도는 예측하고 살자는 산수를 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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