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사는 주부들은 도시 주부 마냥 가사에만 매달리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남편을 도와가며 때론 농사일도 거들며 비단 그렇지 않는 주부들도 다른 농외소득 창출을 위해 현장 곳곳에서 항상 바쁘다.

경기도내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장은 항상 이러한 주부들로 북적댄다. 그리고 소득원을 새롭게 발굴하면서 경기 농업·농촌의 경쟁력 향상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믿음직해 보인다.
‘지미당’이 바로 이런 곳임을 주인 권순분씨(50)는 말한다.

여주군 여주읍 하거리 양지바른 곳에 위치한 2천여평의 지미당은 한옥으로 단장돼 고풍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전통장류 사업장이다. 장을 담그는 장소임을 알려주듯 장독대와 메주가 내방인을 반갑게 맞이한다.

봄기운이 온몸을 스치지만 느엿 느엿 추위도 엄습하는 2월의 뒷자락, 지미당 뜰에는 일찌감치 장 담그기가 시작됐다. 100% 여주지역에서 생산된 콩을 원료로 아주 전통적 방법으로 장 담그는 작업이 진행된다.

노련한 손놀림속에 때때로 동네 아낙네들의 구성진 취임새는 농촌의 한적함과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40여개 정도 될까(?)
잘 씻겨진 메주가 장독에 조심스럽게 차곡 차곡 담겨진다. 그리고 바구니에 소금을 듬뿍 넣어 그 위로 물을 붇자 메주가 담겨진 장독에는 소금물이 채워진다.

염도를 측정하는 방법도 집안 대대로 전해온 방법대로 달걀로 가늠한다.
40일이 지나면 지미당만의 독특한 장이 탄생한다. 이 모든 것들은 선대들이 해왔던 우리만의 전통방법이다.
대개 장독에 넣어지는 메주는 10개 내외가 보통이다. 하지만 지미당은 이 보다 4배 정도에 이른 40여개다.

“메주를 많이 넣은 것은 보다 진한 장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비싼 콩 이지만 넉넉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권씨는 말한다.
지미당은 여주 향토음식연구회장으로 활동해온 권씨를 비롯 네 농가가 참여, 여주 지역 전통장류의 맥을 이어가며 농가소득도 창출하고 있는 곳이다.

연간 된장 4천kg을 비롯 고추장 350kg, 간장 300ℓ, 청국장 1천200kg를 생산, 판매해 경영비를 빼고도 3천여만원 이상을 벌어 들인다.
도내 대표적인 농촌일감갖기 성공 사업장이다.

시설도 깔끔하게 단장됐다. 가공실과 건조실을 비롯 작업실, 발효실 등 장류 생산에 필요한 시설을 완비, 사업장으로 구색도 갖추었다.

이곳은 무엇보다 농산물 가공학습 체험장이 자랑이다.
지미당은 지난해 여주농업기술센터로부터 1천600만원을 지원 받아 총 2천여만원을 들여 농산물가공 학습체험장을 설치했다.

일반인들이 장을 직접 담궈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체험객들이 보다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농문화 전시와 함께 전통 행사도 마련했다.

디딜방아와 물레방아를 설치, 농경 문화의 운치를 그려냈고 내방객들이 가마솥에 불을 지피면서 콩을 삶고 또 떡메 치기 등을 즐기면서 농경 체험의 멋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장담그기를 비롯 메주쑤기, 청국장 만들기 및 두부 만들기는 지미당 체험 프로그램에 있어 기본이다.

1회 체험 수용인원은 30~40여명 내외 정도가 적당하며 비용은 1인당 1만원~2만원대다. 자기가 만든 장을 가져 갈 수도 있을뿐 아니라 식사비용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란 설명이다.
또 적은 숫자지만 숙박시설도 그런대로 잘 갖춰져 있다.

1박2일 코스는 전통가옥에서 하루밤을 보내며 일상에 지친 피로를 달랠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될 성 싶다.
지미당은 여주 지미당이란 브랜드로 된장을 비롯 청국장, 간장 등 전통장류를 선보이고 있다. 전통적 맛이 일품인데다 가격 또한 저렴해 단골 고객이 많다. 경기도 농산물가공 소득원 제품 품평회 등 각종 평가회에서의 수상 경력이 화려하며 농촌주부 일감사업장의 대표적 벤치마킹이 되고 있다.

권씨는 “여주의 신선한 바람, 맑은 햇살, 비옥한 대지, 깨끗한 물을 상징하는 브랜드 로고답게 경쟁력 높은 전통의 장을 생산해 지역발전과 전통의 맥을 잇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미당 제품의 특징은 자연이 숙성시킨 100% 건강식품이라는데 있다.
원료인 메주를 보다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메주가 적게 들어가면 장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물론 원료 자체도 맛이 배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콩은 농가와 계약 재배 등의 방법으로 확보하며 물론 제품은 상품이라야 한다. 또 장작불 가마솥을 이용, 콩을 삶고 메주는 순수 햇볕으로 건조된다.

이 과정에서 인위적 방법은 전혀 사용치 않는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있는 장이지만 가격은 일반 제품에 비해 1/3 수준이다. 이만하면 최고의 경쟁력이다.
지미당의 외형은 전통장류 생산단지답게 고풍스런 미지지를 연출하고 있다.

건축업 일을 하던 남편의 도움이 컷다. 눈과 귀 동냥으로 건출 기술을 배워 권씨 스스로 만들고 다듬어 갔다.
주변 담장 디자인은 물론 가옥 및 시설 배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그녀 스스로 설계하고 꾸민 것이다. 그 때문에 애정이 무척 깊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도 도움도 많았다. 특히 예산에서부터 기술 지원에 이르기까지 도우미 역할을 마다 하지 않았던 여주군 농업기술센터측의 고마움은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때때로 여자의 몸으로 이런 작업을 한다는데 대해 고민도 많았고 장애물도 없지 않았다.

그럴테면 항상 자산을 채근하며 여자지만 뭔가 해봐야 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하루 하루를 생활해 갔다.
지금은 어엿한 장류 단지를 일구어 냈다.
시설을 꾸미다보니 이것 저것 할일이 많아졌고 자꾸만 기대치도 높아만 간다.

“돈만 생각했다면 중도하차 했을 것이다. 영업에 연연하지 않고 처음 가졌던 초심을 간직하며 여주 전통 장류의 맥을 이어 가겠다는 신념과 의지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한다.
권씨는 앞으로 뒤편에 있는 널따란 임야를 활용해 볼 생각이다. 야생화가 만발한 수목원을 조성, 전통 장류와 연계하는 멋드러진 체험단지 조성이 꿈이다.

이 때가 되면 지미당을 찾는 고객들에게 고향의 정과 마음의 휴식을 시원하게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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