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힘`도 여럿이 모이면 `큰 힘`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읍하리 450번지. 여기 작은 사무실에 적은 수의 여성농업인들이 큰 일들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횡성지역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횡성의 친환경 농산물을 지키겠다고 큰소리 치는 횡성여성농업인센터. 과연 이들의 힘으로 가능하기나 한걸까?


센터의 1등 자랑거리 ‘직원들’
한영미 횡성여성농업인센터 소장에게 센터의 가장 큰 자랑거리를 꼽아보라고 부탁했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말이 바로 “우리 선생님들”이었다.
여성농업인신문에서 찾아간 날에 특별한 수업이 없었음에도 초등학교 공부방 5명의 선생님이 나와있었다. 횡성여성농업인센터에는 이들 5명 외에도 어린이집 교사와 운전담당선생님 등 다수의 선생님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선생님들 구성도 참 다양했다. 초등부 고학년 선생님을 맡고 있으면서 아이들 간식을 비롯한 횡성여성농업인센터의 세세한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고 있는 윤은숙 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을 퇴직하고 그저 아이들이 좋아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온 초등부 저학년 담당 김의자 선생님, 뛰어난 실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멋쟁이 미술선생님 박희정 선생님, 장애를 극복하고 타고난 인내심으로 아이들 한명한명을 맞춤으로 가르치는 수학의 조은영선생님, 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다 뭔가 베풀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히로꼬 선생님…
이들 모두 정말 센터가 좋아서 아이들이 좋아서 바라는 거 없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나 된 횡성여성농업인센터 선생님군단이다.

내실있는 부정기사업이 정기사업으로
횡성여성농업인센터에는 손바느질, 천연염색, 영상나눔터, 책까먹기라는 4개의 소모임이 있다. 이들은 모두 센터에서 운영했던 부정기 사업으로 조직된 모임들이다.
한 소장은 “대부분의 경우 센터 사업 평가를 부정기 사업의 양으로 평가하다 보니 센터들 마다 여러 가지 사업을 한시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부정기 사업이라고 해도 한시적으로 진행되면 교육의 효과가 전혀없다”며 “이것저것 여러 가지 시도하는 것보다 가장 좋은 프로그램 몇 개를 꾸준히 진행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횡성여성농업인센터의 경우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매년 부정기사업으로 진행하다보니 소모임이 조직됐고 이제는 회원들이 스스로 교육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특히 ‘책까먹기’라는 책읽는 부모 모임은 전국조직인 사단법인 ‘동화읽는 어른모임’에 가입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천연염색과 손바느질 모임은 교육과 함께 전시 활동도 펼치고 있다.

부족한 힘 네트워크로 해결
앞서 말했던 책까먹기 모임도 전국단위 모임인 ‘동화읽는 어른모임’에 가입해 더욱더 활성화가 됐듯이 횡성여성농업인센터는 자신들의 힘이 작다고 해서 작은 활동만 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큰힘을 만들고 있다.
한 소장은 “센터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선택받은 아이들”이라며 “센터의 존재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다고 횡성지역의 모든 아이들을 다 수용할 수도 없는 터.
센터는 소외되는 아이들을 위해 삼성의 ‘고른기회 교육재단’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면단위의 공부방에 센터의 공부방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좋은 교육 장비를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면 단위의 아이들도 센터의 아이들이 받는 교육프로그램과 장비를 이용해 소외받는 아이들이 줄어들게 된다.

네트워크의 힘은 이뿐만이 아니다.
네트워크를 형성한 단체와 함께 행사를 치루게 되면 적은 예산을 투자해 큰 행사를 치룰 수 있다. 횡성여성농업인센터가 지역사회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는 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여성들이 앞장선 지역농업 활성화
농촌에서 여성농업인들은 주로 밭농사에 전담하고 있다. 여성농업인들이 밭을 모두 친환경으로 가꿔 수확물을 가지고 가공, 판매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센터는 이런 생각을 갖고 지역순환농법을 위한 영농조합법인 ‘텃밭’을 만들어 두부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센터의 힘만으로 이런일이 가능했을까? 물론 어려웠다. ‘텃밭’은 횡성여성농업인센터가 여성농민회, 산골농장 등 여성농업인들의 힘을 모았다.

횡성에서 재배한 친환경 콩으로 두부만 만들어 판매한다고 지역순환농법이 이뤄지는건 물론 아니다. 콩의 부산물인 비지를 축산농가에 공급해 사료로 사용하고 축산농가에 공급되고 남은 비지는 발효시켜 또다시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하는데 밑거름이 된다.

한 소장은 “아직은 소득도 많지 않고 자리잡는 시기지만 여성농업인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지역농업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기뻐하고 있다”며 “지금은 홍보도 부족하고 아직 사업실력도 부족하지만 좀더 열심히 운영해 횡성친환경농업도 살리고 여성농업인의 자신감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은힘을 모아 큰 성과를 거두는 횡성여성농업인센터를 보니 여성농업인의 힘이 작지만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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