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수의,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생존전략”

전국 32개 농산물공영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과 농협공판장의 정가·수의매매 정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10월 23일 양재동 aT센터에서는 1차 서면평가를 거쳐 선정된 10개소의 도매시장법인과 공판장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 우수사례 경진대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15분에 그 동안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쏟아냈다. 그 결과 정부 담당자와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7명의 심사위원들은 최우수상 대전중앙청과. 우수상 △서울청과(1군 가락시장권역) △대전농협공판장(2군 광역시권역) △원주합동청과(3군 기타시권역)를 선정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동혁 한국식품유통연구원장은 “각 시장의 법인과 공판장이 상이한 여건 속에서 만들어 낸 우수사례들이 도매시장에 접목,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중앙청과> “1경매사-1품목-1산지 선정(111운동)”

대전중앙청과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6만9,828톤의 거래물량 가운데 1만9,256톤(27.6%)을 정가·수의매매 실적으로 기록했다. 이는 같은기간 거래금액 997억9,300만원의 30.4%(303억6,100만원)에 달하는 비중이다.

대전중앙청과는 정가·수의매매 운영체계(산지+품목+관리)에 ‘기간’을 더했다. 기존에는 경매사별로 정가·수의매매 품목을 결정하면 됐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품목과 함께 거래 기간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영업부(상장경매) 뿐만 아니라 총무 및 경리부서까지 포괄하는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마련했다. 매월 15일 관련부서는 정가·수의매매 품목을 확인하고 경매사는 목표치와 기간을 명시한 계획서를 제출한다. 이에 따라 총무과와 경리과는 산지 지원계획과 중도매인 지원계획을 마련하는 시스템이다.

전용 공간도 확보했다. 도크시설에 있던 불법시설을 철거하고, 시설 정비를 통해 경매공간과 정가·수의매매 공간을 분리시켰다. 또한 시장 이곳 저곳에 흩어져있던 저온창고를 합법화시켜 한 곳에 모아 물류 효율화를 도모했다.

특색 있는 사례는 ‘111운동’이다.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해 경매사와 품목 산지를 선정하여 체계적인 관리와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1경매사-1품목-1산지’(111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가·수의매매 자금 지원 및 선도금 차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일례로 대전중앙청과 김용보 경매사는 신이티작목반(포도)을 ‘111운동’으로 선정.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가·수의매매를 위한 전용 박스를 지원했다. 대전중앙청과와 신이티작목반은 전속 출하 약정을 맺고 일손돕기를 지원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 올해 생산된 170톤(3억4,300만원) 전량이 전속출하 됐다.

대전중앙청과 김득중 전무는 “정부가 부여한 목표치보다 8월말 현재 3.4%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정가·수의매매 비율 30% 달성을 위해 지역농산물과 소포장 시설 확충 등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청과> 정가·수의매매 신품목 ‘무화과’ 발굴

서울청과의 정가·수의매매는 탄탄한 준비기간과 철저한 분석 등이 자랑이다. 일본의 예약상대거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담당 직원을 오타시장 동경청과에 연수시킨 일은 이미 유명한 일화. 일본의 경우 예약상대거래를 확대하기 위해 3년 동안 중도매인 분산처 하나 하나를 파악하는 신중한 접근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정가·수의매매는 성급한 목표치 설정으로 기존 납품처에서 중복 경합하는 사례를 발생시키는 등의 미숙함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청과는 정가·수의매매 전담 조직인 마케팅팀을 신설. 소비지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신규모델 발굴, 신규상품 개발 등의 업무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경기남부슈퍼마켓조합과 한국식품산업협회 등 80여개 업체와 미팅을 가졌고, 그 결과 22개 업체와의 거래가 진행 또는 성사 예정이다.

서울청과의 올해(9월 말 기준) 정가·수의매매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10.5%(물량기준. 금액기준 8.3%↑) 늘어난 3만9,420톤. 거래금액으로 748억원을 넘어서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무화과는 올해 서울청과 마케팅팀의 대표사례. 무화과의 주산지는 전남 영암. 전국 재배면적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무화과 유통은 유사도매시장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지만, 제한된 판매경로 때문에 소비지에 휘둘려왔다.

서울청과는 대형유통업체를 매참인으로 등록. 정가·수의매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형유통업체와 거래중인 중도매인을 섭외했다. 전남 영암의 무화과 출하단체에게 산지조직화 컨설팅과 브랜드화, 마케팅 등을 제안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방식의 소포장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2013년 6톤에 불과했던 무화과 취급물량은 2015년 10월 16일 기준으로 583톤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경매물량은 235톤. 정가·수의매매 물량이 348톤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청과 이정민 과장은 “정가·수의매매의 이상적 모델을 발굴하고 신품목 거래를 확대하는 것이 도매시장법인의 공익적 역할임과 동시에 도매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정부의 예산지원이 정가·수의매매로 늘어나는 업무량과 전담인력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지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농협(공)>전국 최초의 정가·수의 군납 농산물 공급

대전농협공판장은 정가·수의매매 핵심 실적으로 군납사업을 꼽는다. 지난해 11월부터 군납사업을 준비한 대전농협공판장은 8차례의 협상과정과 3차례에 걸친 협상결렬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2015년 5월 7일 약정체결과 함께 군납사업의 정가·수의매매 공급을 개시했다. 연간 사업예상 규모는 12억원. 8월말 현재 오이, 감자, 무 등을 중심으로 4억2,800만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정가·수의매매를 통한 군납 농산물 공급은 대전농협공판장이 최초다. 연무농협을 매매참가인으로 등록시켜 공판장을 통한 직구입을 가능케 함으로써 군납 농산물 조달의 안정성을 담보했다. 이를 통해 대전농협공판장은 실질적인 정가·수의매매를 추진하고, 중도매인의 장외거래를 차단시키는 등 공판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군납사업에 참여하는 중도매인은 거래정상화로 불법문제를 해결, 중개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출하자는 군납 농산물의 계획생산이 가능해졌고,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와 물류비 절감 및 출하장려금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전중앙청과 김봉기 부장은 “올해는 정가·수의매매 중점 품목을 9개로 확대시켜 전년대비 15.5%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중도매인과 연계한 우수 출하처 신규 개발과 선도금 지원 확대, 운송비, 포장비, 조직화 비용 등 우수 출하산지에 대한 예산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주합동청과> 정가·수의매매 금액실적 ‘33.69%’

도매시장 평가권역 가운데 3군에 속해있는 원주합동청과. 1, 2군에 속해있는 시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정가·수의매매 실적은 만만치 않다. 2015년 1월부터 8월까지 추진된 정가·수의매매 실적을 보면 물량기준 28.14%(3,225톤), 금액기준 33.69%(66억3,800만원)를 기록하고 있다.

정가·수의매매 품목 중 수입품 31%, 전송거래 65%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산 정가·수의매매는 4% 수준이다. 중도매인 주문 예약형 정가·수의매매 형태로 깐마늘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는 물량 기준으로 1.4% 규모이다.

원주합동청과는 전송거래되는 정가·수의매매 수수료를 인하했다. 계산서 상에 과일류 3.5%와 채소류 5%의 수수료를 구매금액에 더해 운송비와 표준하역비로 사용하는 등 유통비용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주합동청과의 대표 모델은 깐마늘 소포장과 흙당근, 양파 등이다. 깐마늘 소포장의 경우 중도매인 주문에 따라 △170g △300g △1kg △2kg 단위를 기본으로 중도매인 납품 의뢰에 따라 가변공급이 가능하다.

흙당근은 경남연합사업단을 통해 공급받는다. 출하기인 5~8월 안정적인 거래처를 발굴, 10~15일 간격으로 공급이 가능하다. 올해 거래가격은 상품 1만6,000~1만6,500원. 특품 2만6,000~2만9,000원. 중도매인 예약거래 방식으로 수요조절을 통한 가격안정화와 다양한 품위의 안정적 공급으로 중도매인 영업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거래제도에 대한 이해와 신뢰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원주합동청과 조해근 총무는 “2013년 봄양파 수급문제로 가격이 폭락했을 때 공급업체 요청으로 주문거래 방식에 의한 정가·수의매매를 추진했다”면서 “안정적인 물량 공급 거래처를 확보하고 2~3일 단위 거래 등으로 원주시장 내 양파 총 거래물량의 63.4%를 정가·수의매매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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