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규 석
국립식량과학원 기술지원과장

올해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가뭄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쌀 생산량은 대풍으로 기록됐던 지난해 424만톤을 뛰어 넘어 426만톤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29만톤의 쌀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현재 국내 쌀 전체 재고량은 132만 톤에 달해 그 저장비용만으로 4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부담 뿐만 아니라 농가의 가장 중요한 소득원 가운데 하나인 쌀값의 하락으로 풍년에 오히려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렇게 남아도는 쌀의 처리방안으로 대북 지원 등 여러 가지 대안들이 거론되고 있으나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 소득증가로 쌀 위주의 식단은 육류와 밀가루제품 위주의 서구화된 식단으로 바뀌어왔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5년 128.1kg에서 2014년 65.1kg으로 30년도 안되어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이다. 정부는 쌀 가공품의 소비를 늘리기 위하여 용도별 가공에 적합한 쌀 품종의 육성, 쌀 가공품의 개발 및 판촉 등에 힘쓰고 있으나 좀처럼 쌀 소비량 감소율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 지금의 쌀 소비 진작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반증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5년간 수도권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쌀 가공식품의 소비패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쌀 가공식품 구입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떡류로 2014년 전체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비중은 2010년의 47%에서 점점 낮아지고 있다. 다음으로 주류의 소비액이 20%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것도 소비 증가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오히려 그 전의 22~24%에서 약간 감소한 상태이다. 그 다음이 밥류인데 즉석밥이나 삼각김밥 등의 소비호조로 2014년에 구입비중이 20%까지 상승하였다. 그 비중은 작지만 소비 상승세에 있는 것이 빵류이다. 쌀빵은 2010년 0.3%에서 2014년 2.6%까지 상승하였다.

그러나 쌀빵의 종류를 보면 찹쌀도넛, 찐빵 등 찹쌀 또는 일반쌀을 원료에 일부 첨가한 제품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식빵과 같이 밥을 대신할 수 있는 제품의 소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쌀빵은 우리의 서구화된 식단에 부합하며, 거의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밀의 수입을 줄이면서 결정적으로 쌀의 소비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대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쌀만으로는 밀가루 빵의 식감을 내는 빵을 만들지 못하였다.

다행히 최근에 쌀 100%로 밀빵의 식감을 능가할 수 있는 쌀빵이 개발되었다. 간편한 아침식사로, 밀가루 음식이 불편한 사람들의 식사로,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조차도 쌀빵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특히, 밀가루에 포함된 글루텐 때문에 알레르기가 있는 서구인들에게도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 수출 또한 기대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글루텐에 민감한 외국 참가선수들을 위하여 100% 쌀빵이 납품되기도 하였다. 쌀빵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쌀빵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밀빵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아도는 쌀의 매입과 저장에 투입되는 비용을 고려하여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군대급식, 학교급식 등에 먼저 쌀빵을 보급한다면 예산의 상쇄효과로 충분한 경제적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기관은 쌀빵에 적합한 품종의 육성과 생산비를 절감시키는 기술의 개발에 연구를 집중하여 쌀빵의 경제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아침밥상에서 쌀빵이 주식이 되고, 전 세계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쌀빵 햄버거를 맛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그때는 풍년이 되면 더 기뻐하는 농업인의 얼굴이 농촌들녘에 가득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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