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의 정성 담은 ‘시골맛보따리’

출가한 딸이 친정집에 오면 친정어머니는 농사지은 농산물, 반찬 등을 아낌없이 내어 준다. 좋은 먹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바리바리 한보따리를 싸주는 것이다. 이런 친정어머니의 마음처럼 좋은 먹거리만 가득 담아 도시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곳이 있다.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 가파마을에 위치한 나눔영농조합법인(대표 박영숙)이 바로 그곳이다. 나눔영농조합법인은 가파마을 주민들이 텃밭에서 정성껏 재배한 건강한 농산물을 ‘시골맛보따리’에 가득 담아 도시소비자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마을기업이다. 시골 농촌마을의 모습처럼 소박하지만 시골맛보따리를 통해 도시소비자들과 시골의 맛과 정을 나누고 있어 호응이 높다.

8~9가지 친환경 제철농산물 보따리에 담아
나눔영농조합법인 박영숙 대표는 20여년 전 현재의 터전인 청양 가파마을에 귀농했다. 오랫동안 여성민우회에서 일을 한 박 대표는 먹거리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안전한 먹거리를 도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2009년 일본 교토 우지시에 견학을 가게 됐는데 생산자단체에서 생산자 각자가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꾸러미로 해서 보내는 것을 눈여겨봤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업이 전파되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마침 꾸러미사업을 하고 있던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10년 시골맛보따리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2013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며 마을주민들과 더불어 더욱 활발하게 시골맛보따리를 운영하게 됐다. 마을주민들이 참여하니 품목도 더욱 다양해지고 풍성해졌다.

시골맛보따리는 10명의 회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1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기적ㆍ비정기적으로 시골맛보따리를 받는 소비자들이 있어 매주 약 40~50가구에 전달하고 있다.
시골맛보따리는 마을의 7농가에서 직접 키운 친환경 제철 농산물이 기본으로 구성된다. 8~9가지 정도의 농산물과 가공품이 들어간다. 시골맛보따리의 품목은 다양하다. 친환경으로 재배한 제철농산물 위주로 꾸려진다.

채소가 거의 없는 겨울에는 가지, 호박 등 말린 것을 꾸러미에 담는다. 또한 알타리김치, 무짠지, 효소, 차 등 가공품도 보따리에 담는다.
7명의 생산자들은 일요일 저녁 나눔영농조합법인의 작업장인 폐교인 상갑분교에 각자 농산물을 가지고 온다. 가격은 소비자도, 나눔영농조합도 아닌 각각의 생산자가 정한다. 시장시세에 따라 생산자가 가격 스스로 정해 받고 있다.

소비자들과 꾸준한 교류 통해 신뢰도 높여

“애들이 보따리 오는 날을 많이 기다립니다”-행복녀
“마치 친정엄마가 도시에 사는 딸에게 건네는 것처럼 보따리에는 인정과 따뜻함이 있어요”-정한숙
“‘행복해’를 연발하며 먹었어요”-한냥


나눔영농조합법인의 카페(http://cafe.daum.net/sigolmat)에는 시골맛보따리를 받은 회원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하나같이 시골맛보따리에 큰 호응을 보냈다.
박 대표는 “시골맛보따리를 받고 식생활이 바뀌었고, 그로 인해 가족의 건강이 좋아졌다고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면서 “도시 소비자들이 시골의 정과 맛을 느끼고 그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나눔영농조합법인은 일 년에 2~3번 ‘시골맛보따리 만남의 날’을 열어 도시민을 마을에 초청하고 있다. 교류행사 이날에는 함께 담소도 나누고 함께 건강 체력장, 효소 담그기 체험 등을 하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생산자와 교류를 통해 신뢰감을 높이고 소비자와 생산자간에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촌마을 만드는 것이 꿈”
박 대표는 시골맛보따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것이 꿈 이라고 말한다. 시골맛보따리를 통해 부자농촌을 만드는 것이 아닌 마을주민들이 마을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들고 평생을 살아온 이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것.

박 대표는 “시골맛보따리 사업을 통해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성가득한 우리 농산물을 소비자들과 함께 나눠먹고, 마을주민들은 소일거리를 하며 평생을 살아온 마을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마을의 고령어르신들에게는 집 앞 텃밭에서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귀농ㆍ귀촌인들에게는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나눔영농조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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